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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n 30. 2020

휴직 가이드 북<퇴사 말고 휴직>

휴직을 고민하는 모든 남자들에게

마음 한 켠에 남겨진 불안함을 공감해주고 위로해 준 책

책은 세 부분으로 나누어 육아휴직 경험을 녹여내고 있다. 먼저 육아휴직을 결심하기로 한 이야기로 시작된다. '나는 화만 내는 아빠였다' 첫 소제목 아래에 다 나도 모르게 '나도 그런데..'라고 적으며 책에 빠져 들었다. 왜 아빠들은 아이들에게 화를 잘 내는 것일까. 저자는 '세상에서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유일한 존재가 바로 아이들이라고 생각'했던 것을 반성한다. 나도 아이들에게 화를 참 잘 내는 아빠다. 화를 내면서도 동시에 '이게 아닌데... 멈추자... 멈추자'라고 되뇌지만 끝내 막장 드라마까지 찍을 때가 많다. 저자의 경험담이 공감이 되면서 책에 몰입되기 시작했다. 


나는 3월부터 육아휴직 중인 육아 파파다. 만 11년 직장인으로 살았고 조직에서 나름 인정도 받았다. 더구나 아픈 사람을 치료하는 일이 주 업이었기 때문에 경제적인 보상 못지않게 일 자체가 주는 보람이 있었다. 문제는 직장 자체가 아니라 주말까지 이어지는 외부 활동이었다. 물론 내가 좋아서 시작했고 그 모임에서 다른 임사가들에게 나의 경험을 나누는 짜릿함도 맛보았다.


그러나 이런 생활 패턴은 남편과 아빠로서의 역할을 의도치 않게 축소시켜버리는 결과를 낳았다. 아내가 아이 셋을 8년 동안 키우는 동안 남편인 나는 주말에도 외부 모임 때문에 집을 자주 비웠다. 뿐만 아니라 주중에도 항상 주말에 있을 모임을 기획하거나 강의를 준비하며 신경이 곤두서 있을 때가 많았다. 아내는 이런 나를 배려해주며 방문 닫고 들어가 일을 하라고 했다. 하루 종일 육아에 쩌든 아내의 얼굴을 보면 마음이 편하지 않았지만 어쩔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다. 


첫 아이가 학교에 들어갈 즈음 문득 '이 녀석이 언제 이렇게 커버렸나?' 하는 생각과 함께 두려움이 엄습했다. '이렇게 정신없이 바쁘게 살다가 아이들이 다 커버리면 어떡하나' 그런 생각이 들었다. 아이들이 컸을 때 아빠와 함께 한 즐거운 추억은 거의 없고 예민하고 화만 냈던 아빠를 떠올린다고 생각하면 너무도 서글펐다. '아빠가 바쁜 게 다 너희를 위한 것'이라는 자기 암시적 핑계는 정말 아무 의미가 없었다. 동시에 둘째와 셋째를 바라보며 아직 기회가 있다고 생각했고 이때부터 육아휴직을 떠올려 보게 되었다. 마침 주변에 육아휴직을 사용한 예전 동료의 이야기도 현실 육아휴직에 대해 한 발짝 다가서게 했다. 


책을 읽으며 부러웠던 것은 휴직이 자신을 재발견하는 시간이 되어 행복한 삶이 무엇인지, 몸으로 보여주는 아빠 그리고 남편이 되고 싶다는 목표가 분명했다는 점이다. 뚜렷한 휴직에 대한 목표의식은 코로나 사태라는 예상치 못한 외부적인 상황이 내 계획들을 망쳐버렸다고 원망하고 있는 나를 보게 해 주었다. 그리고 다시 계획을 수정하고 목표를 세우도록 도와주었다. 


육아휴직이 육아휴직이 되도록 현실 조언을 아끼지 않는 책 

나는 휴직 중이지만 직장을 다니는 상태에서 무언가 변화의 계기가 필요하다고 느끼고 있다면 그래서 퇴사 또는 휴직을 고민하고 있다면 저자가 제시하는 Tip. 휴직을 결정할 때 반드시 따져봐야 할 세 가지가 현실적인 지침이 될 수 있다고 생각한다. 1)하고 싶은 일이 있는가? 2) 배우자는 나의 휴직을 지지하는가? 3) 경제적으로 버틸 수 있는가?


더불어 Tip. 휴직 초반 한 달에 꼭 해 보면 좋을 세 가지로 1) 버킷리스트 만들기 2) 열정을 쏟을 수 있는 강의 듣기 3) 혼자만의 여행 떠나기 를 제시한다. 나름의 위시리스트를 적어놓긴 했지만 육아휴직의 버킷리스트라고 하니 느낌이 달랐다. 그래서 나도 육아 버킷리스트라고 명명하여 다시 적어 보았다. 적어 보는 것 만으로 왠지 이루어질 것 같은 설렘이 마음에 꿈틀거렸다. 


마지막으로 Tip. 휴직기간 중 나의 루틴을 지켜준 책들을 소개하는데 나도 읽었던 그리고 읽고 싶었던 책들을 소개해 주어 흥미가 당겼다. 이 외에도 책 곳곳에서 소개하는 책들도 순간순간 찾아오는 휴직 불안을 가라앉게 해 줄 안정제가 되리라 생각한다. 

 

나의 육아휴직 계획을 행동으로 이끌어 준 책

사실 육아휴직 시작 전 그리고 휴직 초기에 회사에서 안 좋은 일이 있었다. 개인적으로 매우 충격적이 일이었다. 사건 이후 모든 것을 잘 받아들이고 해소했다고 생각했는데 가까운 동료들과 만나 이야기를 나눌 때 마음속에 깊은 흉터가 남아 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만 했다. 이 사건은 휴직 후 멋지게 복귀할 생각으로 시작했던 휴직에서 어떻게 하면 휴직 막바지에 깔끔하게 퇴직으로 연결할 수 있을까를 진지하게 고민하게 했다. 


감사하게도 이 책의 마지막 장 '새로운 도전' (휴직의 끝은 퇴직이 아니다)에서 저자의 현실 조언이 나를 다시 돌아보게 했다. 나는 11년 다닌 직장에서의 나를 객관적으로 볼 필요가 있었다. 잘 한 부분과 못 한 부분을 냉철하게 알 필요가 있었다. 솔직히 일에 보람을 느끼며 11년 월급쟁이로 살았던 나는 1인 기업이니 프리랜서니 하는 생각은 한 번도 생각해본 적이 없다. 아버지로부터 물려받은 1인 기업 유전자도 없거니와 훈련도 준비도 전무하다. 그런 류의 이야기를 아는 이들에게 꺼내고 1인 기업가의 세계를 힐끔 거렸던 것은 그저 오기로 마음속 흉터를 가리고자 했던 것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이 책 덕분에(?) 남은 8개월의 목표가 조금 더 선명해졌다. 나를 찾고 발견할 수 있는 다양한 자극이 필요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렇게 남은 기간 잘 준비해서 '육아휴직 잘 보내줬다'라는 생각이 들도록 복귀 후 조직에 성장에 촉매제가 되는 일원이고 싶어 졌다.


누가 뭐래도 이 책의 하이라이트는 아이들과의 70일간의 여행이다. 여행 부분은 카페에 앉아서 얼마나 흥미진진하게 읽었는지 모른다. 마치 내가 그 여행의 관찰자인 것처럼 착각하며 함께 즐겼고 함께 행복했다. 레이크 루이스 장면은 도저히 상상이 안 되어 유튜브로 찾아보고 책을 계속 읽었다. 아이가 아파 응급실로 달려가 검사를 받고 치료를 받을 때 저자가 느꼈던 그 두려움에 함께 느꼈다. 그 외에 밴프에서의 감동적인 캠핑, 아이들의 버킷리스트가 기억에 남는다. 


덕분에 저자가 소개한 70일간의 캐나다 여행처럼은 못하더라도 아이들과 떠나는 여행은 휴직 중에 가능한 많이 확보하기로 했다. 더 이상 코로나를 핑계 삼지 않기로 했다. 단순히 따라 하고 싶어서가 아니라 우리 아이들에게도 나에게도 여행을 통한 함께 공유하는 추억과 성장의 기회를 주고 싶었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의 잔근육을 키워봐야겠다는 생각을 했고 단계적으로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하기로 아이들과 잠자리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그다음 날 어린이집 선생님께 둘째는 비행기 타고 여행을 가는 것으로 이야기해버렸다.)



마무리

누구든 긴 휴직을 계획할 때 두려움과 마주해야 한다. 익숙한 곳에서의 이탈 자체가 두려움이기 때문이고 우리 사회에서는 휴직에 대한 긍정적 이미지 메이킹이 부족한 탓도 있다. 선입견일 수도 있고 질투일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어쨌든 우리는 휴직 전, 휴직 중에 모습을 드러내는 두려움을 뛰어넘어야만 제대로 휴직의 목적을 향해 당당히 발을 뗄 수 있고 완주할 수 있다. 이 책은 저자가 휴직 과정에서 겪은 두려움을 어떻게 마주하고 성장과 변화로 바꾸었는지 경험을 기반으로 한 현실 조언을 담고 있다. 휴직을 고민하는 당신이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다. 


이 책이 6월에 나와서 아쉽다고 할까. 2월 말에 나와서 내 손에 들어왔더라면 더 좋았을걸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나에게 아직 8개월의 시간이 남아 있다. 현실 두려움에 움찔움찔 방황하는 휴직자에게 현질 조언으로 기준과 방향을 잡게 해 준 저자에게 고마움을 전하고 싶다. 


퇴사 말고 휴직(남자의 휴직, 그 두려움을 말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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