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13. 2020

혼자 뛰다가 아내와 걷고 아이들과 걸었습니다.

하정우가 왜 걷는지 이제 알겠다

새로운 일상이 된 달리는 삶

7월 4일 시작하여 매일 저녁 달렸다.  처음부터 5km를 목표로 달렸지만 이틀 동안 완주하지 못했다. 경사가 심하다는 핑계도 있었지만 오랫동안 달리지 않았던 몸이 버거워하는 이유였다. 3일차부터 완주가 가능했고 몸도 점차 적응하는 듯했다. 달리기를 마치고 집에 돌아와 땀에 흠뻑 젖어 벌겋게 달아 오른 몸에 시원한 물을 뿌려주는 시간이 좋았다. 아직 열이 빠지지 않는 젖은 몸을 선풍기 바람에 말리는 느낌은 느껴본 사람만 안다.   



생활패턴이 일치되지 않는 문제

문제는 이렇게 저녁에 달리기를 하다 보니 샤워 후에 하루를 다시 시작하는 느낌이다. 정신은 어느 때보다 도렷해지고 무언가 해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래서 책상에 앉아 못다 읽은 책을 펼쳐보기도 하고 글도 쓰고 나쁘지 않지만 이러한 생활패턴이 가족과 어우러지지 못하게 하는 문제를 만들었다. 아내도 내가 달리기하는 것은 지지했지만 이 부분은 아쉬워하는 눈치였다. 


아내와 걷기

6일째 달리기를 마치고 지난 금요일 아이들 잘 준비를 해 놓고 매일 숨 가쁘게 혼자 달렸던 길을 아내와 함께 걸었다. 처음엔 좀 어색했다. 그래서 혼자 달렸던 느낌을 주저리주저리 이야기했다. 돌아오는 길에서야 서로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할 수 있었다. 집에 도착했지만 이야기가 더 필요함을 느꼈다. 우리 부부는 이렇게 계획에 없던 불금을 보냈다. 


새벽 3시까지 육아휴직하고 달라진 우리 가족의 다양한 면을 각자의 입장에서 털어놓았다. 좋았던 부분도 있었지만 남편의 새로운 도전과 자기개발을 걱정하는 아내의 마음도 들을 수 있었다. 나 또한 아내가 나를 이해하도록 대화를 청하고 내 생각을 전달하는 노력이 부족했음도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서로에 대한 이해의 간격을 좁히기 위한 노력의 시간이 필요했다.       


아이들과 함께 걷기

그 다음날은 아이들과 함께 같은 길을 걸었다. 큰 아들은 오랜만에 아빠와 달리고 싶다고 해서 1km, 둘째도 형처럼 달리고 싶다고 해서 300m, 막내딸은 200m를 아빠와 달렸다. 뭘 해주지 않아고 함께 걷기만 해도 너무 좋아하는 아이들이 고마웠다. 


더불어 집 주변 환경을 누리며 살아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경사 때문에 운동도 어렵다고 생각했는데 최근에 달려보고 아내와 아이들과 함께 걸어보니 길가에 꽃집도 즐비해 있고 풀냄새도 좋다. 새로 생긴 식당들도 눈이 들어왔다. 왜 몰랐을까? 차타고 그저 지나기만 했고 달리기만 했으니까.


혼자 달리기를 계속해 나갈 테니지만 아내와도 걷고 아이들과도 함게 걸어야겠다. 

평생 함께 걷는 것이 가족일 테니까.       



그리고 알았다. 하정우가 왜 걷는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