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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Oct 13. 2020

내년 이맘때엔 이 시간이 그립겠지

육아휴직을 순간을 돌아보다

새로운 무언가 프로젝트를 해봐야지 싶어서 새벽 늦게까지 컴퓨터 앞에 앉아 있느라 새벽 2시쯤 잠이 들었나 보다. 아침에 일어났는데 눈이 벌겋다. 최근 1-2주 평균 새벽 1시 즈음 잠이 들었기에 전날보다 조금 더 피곤하다 느끼는 정도였다. 씻고 나니 별 차이도 안 느껴졌다. 괜찮은 줄 알았다.


그런데 아이들이 오늘따라 말을 안 듣는다. 그렇게 느껴졌다가 맞겠다. 세수했니? 로션은 발랐고? 왜 계속 같은 말을 하게 하니? 잔소리 폭격을 가하고 있는 나 자신을 발견한다. 그러나 재동이 걸리지 않는다. 이렇게 아이들 등원을 시키고 집에 돌아오니 기운이 확 빠진다.


책상 앞에 앉아 책을 펼쳐 조금 읽고 마음을 가다듬었다. 컴퓨터로 기사도 읽고 SNS도 봤다가 오늘 안에 써야겠다고 마음먹었던 글을 시작했다. 그런데 집중이 되지 않는다. 이렇게 오전 시간이 흘러가고 오후 아이들 하원 시간이 다 되어서야 겨우 글을 마무리할 수 있었다. 아침에 아빠의 잔소리 폭격을 맞고 갔던 아이들 표정이 떠올랐다. 아이들 보기가 민망했다.


1층에서 막내 딸내미를 맞이했다. 뭐가 좋다고 "아빠~~~"하며 활짝 웃으며 나에게 달려든다. 2층에 올라가 둘째 아들 녀석을 찾았다. 콩콩 뛰어 오면서 "아빠, 왜 이리 늦게 왔어! 오늘 이거 만들었어" 하면서 선생님과 친구들 함께 만든 자기만의 작품을 자랑한다. 정말 민망했다.  


날씨가 좋은 탓도 있지만 하루 종일 건물 안에 있던 터라 아이들은 하원 후에 놀이터에서 놀자고 조를 때가 많다. 어제도 놀이터에서 놀고 가자고 셋이서 목소리를 높이니 이길 수가 없다. 30분만 놀자고 했는데 1시간을 놀게 했다. 가방을 맡겨두고 신나게 뛰어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는데 마음이 짠했다. 나는 이렇게나마 미안하고 민망한 마음을 해소하고 싶었다.


일할 때에는 고작 1년에 한두 번 2시간 일찍 퇴근해서 아이들 하원을 시킬 때가 있었다. 엄마 대신 깜짝 나타난 아빠를 보고 아이들이 얼마나 좋아했던가! 2시간 일찍 퇴근하는 게 뭐 대단한 일이라고 아빠 역할을 한 것 같아 얼마나 기뻤던가! 3월에 복직하고 나면 아침에 등원시키기 위해 아침 챙겨주고, 옷 입히고, 머리 묶어주고, 하원 해서 놀이터에서 노는 지금의 일상이 그리워지겠지 생각했다.


우리에게 즐거움을 주었던 이벤트 같은 일이라도 매일 반복되는 일상이 되고 나면 그 즐거움과 가치를 쉽게 잃어버리는 것 같다. 좋은 것도 반복되면 사람은 그 의미와 가치를 이전만큼 느끼지 못한다. 참 슬픈 일이 아닐 수 없다. 그런데 우리 삶은 이벤트가 아니라 일상이다. 일상의 삶의 가치와 의미를 느끼며 살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내 생각엔 현재 의미 없게 느껴졌던 일상을 가운데 놓고 과거의 나의 시선 그리고 미래의 나의 시선으로 현재를 바라보는 것이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다. 과거에 누리지 못했던, 가지지 못했던 것을 현재 내가 얼마나 많이 누리고 가지고 있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그러면 현재의 일상에 감사가 물들게 된다. 미스터리라고 표현하는 미래는 우리의 것이 아니다. 당장 내일이라는 미래가 있을지 누구도 장담할 수 없다. 내일이 오면 감사한 일이지만 오지 않는다면? 오늘이 생애 마지막이니 가장 의미 있고 소중하다. 이렇게 생각해보면 현재만이 나에게 의미 있고 가치 있는 순간이 된다.


더불어 아이들에게 것을 주겠다는 욕심보다  마음이 아이들과 함께 하는 시간에 온통 가치 우선을 두고 즐거워할  아이들에게 가장 좋은 갓을 선물해주는  아닐까. 어제 까칠했던 내 모습을 돌아보며 육아휴직 찰나를 기록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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