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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Jul 27. 2020

[책 리뷰] 내가 학교 밖에서 떡볶이를 먹는 이유

강추하는 열아홉 자퇴 사용 설명서


제목부터 흥미가 당기는 책

정말 흥미롭게 읽었어요. 책 제목부터가 흥미가 생기죠. 

'학교 밖'은 '자퇴'를 의미하고 '떡볶이'는 학교가 차려준 소화되지 않는 공고육을 거부한 저자 '자신이 하고 싶은 공부와 글쓰기를 취하는 것'을 비유로 이야기한 내용이었어요. 


목차 구성도 제목의 흐름을 이어서 재밌게 구성되어 있어 소제목을 보고 무슨 이야기를 하겠구나 예상해보며 읽는 재미가 쏠쏠했어요. 청소년 작가(이 때는 10대 작가)가 구사할 수 있는 센스로 잘 어울리는 것 같아요.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부모는 반드시 읽었으면 하는 책

만약 독자들 중에 자퇴를 생각하는 청소년이 있다면 나는 이렇게 묻고 싶다.
자퇴하고 나서 '진심으로' 후회하지 않을 자신이 있냐고.

나 스스로에게도, 남에게도 후회하지 않을 거라고 당당하게 말할 수 있다면
그때 가서 어른들께 자퇴 이야기를 꺼내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자퇴'는 확신 없이 저질러서는 안 되는 인생의 중대 사건이다.

올해 20살이 된 작가 나은진의 파란만장한 자퇴 이야기를 앞부분에 다뤄요.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그 부모들에게 전하는 진심 어린 조언을 담았어요. 뿐만 아니라 자퇴 후 시행착오를 겪었던 부끄러울 수 있지만 솔직한 경험과 자퇴 후 생활을 잡아가는데 도움을 받은 다양하고 유익한 정보들을 담아내고 있어요. (꿈드림, 청소년 동반자, 홈스쿨링 생활백서, 세상이 학교인 자퇴생, 서울시립청소년직업체험센터 하자센터 등, 몰라서 누리지 못하는 게 생각보다 많아요)


이런 내용 구성 때문에 이 책의 우선 독자는 자퇴를 고민하는 청소년과 부모가 되면 좋겠어요! 당사자와 부모 모두에게 낯선 자퇴라는 큰 관문을 넘어서는데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도 이상하지만 불필요하게 치고 막고 싸우며 '상처'와 '포기'라는 흉터를 남기는 자퇴 허락을 하지 않도록 도와줄 거예요. 


내 안에 숨어 있던 선입견을 보게 해 준 책

너무 이기적인 태도이지 않나. 
과도하게 학업에만 열중하도록 우리를 몰아 놓고는 
다양한 일을 시도하고 도전해 보라고 말한다. 
'도전'이라는 이름으로 청소년들을 압박해 놓고, 뒷일은 '나 몰라라'다. 

책 후반부는 '학교 밖 청소년'을 '자퇴생'이라는 선입견으로 바라보고 사회의 구성원으로서 인정해주지 않는 사회제도의 한계를 신랄히 지적하고 있어요. 근데 사실 저에게도 '학교 밖 청소년' 즉 자퇴생에 대한 편견이 있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했어요. 중고등학교 시절 제가 목격한 자퇴생들에 대한 이미지가 근거였고 가끔 학교에 있을 시간에 밖에 나와 있으면 '왜 학교에 안 갔지?' 이런 생각이 자연스럽게 들었으니까요. 저도 '자퇴'를 편견으로 가진 사회 문화적 맥락 안에 살고 있는 사람임은 어쩔 수 없었어요. 


저자 나은진은 백댄서의 꿈을 포기한 자신의 동생 이야기를 하면서 이렇게 말해요.

꿈이 있는 청소년도 꿈을 잃어버리게 만드는 곳이 우리 사회였다. 


더불어 이 책은 '학교 밖 청소년'에 대한 이해의 폭을 확장시켜주었어요. 밖에서 이제 만나면 나름의 사정이 있겠다 싶고 오히려 편견의 저항을 이겨낸 용기를 보려고 할 거 같아요. 물론 저 하나뿐 아니라 사회에 많은 어른들이 이런 관점을 두루 가질 때 시스템의 변화도 가능하겠죠. 


저는 저자 나은진의 학교 밖으로의 도전에서 오히려 희망을 보게 되었어요. 자퇴 경험 과정에서 구체화된 저자의 꿈 때문에요. 


무라카미 하루키도 '달리기를 말할 때 하고 싶은 이야기'라는 책에서 "달리려는 의욕이 없는 사람에게, 또는 체질적으로 적합지 않은 사람"에게 무조건 장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은 의미 없는 고문과 같다."라고 하면서 획일적으로 장거리를 달리게 하는 것은 그만두는 게 좋겠다고 학교에 말하면 아마 듣지 않을 것이라며 다음과 같이 일침을 가한다. 

학교는 그런 곳이다. 학교에서 우리가 배우는 가장 중요한 것은 '가장 중요한 것은 학교에서는 배울 수 없다'라는 진리이다. 


책의 맥락을 이해하고 오해가 없길 바란다. 학생 개개인의 성향과 체질을 고려하지 못하는 획일화된 공교육의 한계를 이야기한 것인데 나은진 작가도 학교 공교육이 체질에 맞지 않았던 것뿐이며 이런 경우 학교 밖에서 오히려 더 중요한 것들을 배우고 성장할 수 있다는 점을 생각해보게 되었어요. 


아이가 청소년에 진입한 부모들에게 추천하는 책

세상에서 하고 싶은 일을 찾아 목표를 달성하는 사람이 얼마나 있을까?

이 책은 아이를 키우는 부모들도 꼭 읽었으면 좋겠어요. 특히 사춘기에 접어든 청소년을 가진 부모라면 일독을 권하고 싶어요. 이 책은 키워드로 다루는 '자퇴' 뿐 아니라 청소년의 꿈과 진로에 대해 부모가 진지하게 고민해보도록 도와주기 때문이에요. 저자 나은진은 중학교 때부터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있었어요. 그런데 학교의 시스템을 그 일을 지지해줄 수 없었죠. 이를 저항하며 겪었던 자퇴 과정 경험을 읽는 부모는 생각하게 될 거예요. 내 아이는 정말 자신이 좋아하고 하고 싶어 하는 것을 알고 있는가? 그냥 고민 없이 수동적인 공부를 해내기 바쁘진 않는가? 


학업만 강요하는 사회에서 청소년들이 공부와 관련되지 않는 다른 일을 꿈꾸는 건 상당한 용기와 노력이 필요한 일이다. 내 적성이 무엇인지 찾고, 또 적성에 맞는 일을 발견하고, 나아가 그 일을 하게 되는 건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아이가 스스로가 원하는 인생을 살기를 바란다면 아이들과 진짜 중요한 인생의 속보보다 방향을 이야기 나눠보는 소통을 해보아야겠다는 다짐을 하게 될 거예요. 


아이의 자기 결정권을 생각하게 하는 책

저는 아이 셋을 키우는 30대 후반을 살고 있는 아빠인데요. 내 아이들도 자라면 학교라는 시스템에서 생활하게 될 텐데라는 그때 우리 아이들은 어떤 태도와 반응을 보일까? 만약 자퇴를 고민하는 아이가 있다면 나는 어떤 부모이길 선택할까? 감히 상상해봤어요. 


첫 아이가 학교 들어갈 즈음 아내와 홈스쿨링을 고민했던 적이 있어요. 학교 공부에 치이며 만약 저자의 조언대로 스스로 '자퇴 계획서'를 작성해 낼 수 있을 만큼 학교 밖 생활에 대한 확고한 목표와 방향이 담을 수 있다면 급구 막아설 필요는 없다고 생각하게 되었어요. (물론 그때 가봐야 확실히 알겠죠)


저자 나은진의 다음 행보를 기대하게 되는 책

저자는 학교 밖 청소년을 '자퇴생'이라고 싸잡아 묶어 버리는 사회의 낮은 인식과 복지의 한계에 불평하는 것으로 마치지 않고 저자 나은진은 이를 개선하기 위한 '사회복지'라는 진로 노선을 선택하죠! 더하여 청소년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을 쓰는 작가가 되고 싶다고 말해요. 정말 멋진 것 같아요! 


현재 저자 나은진은 '학교 밖 청소년'의 좋은 사례이지만 시간이 조금 더 지나면 특별한 사례나 모델이 되는 사례가 아니라 자퇴를 선택하고 그 후 생활 전반에 대한 지원이 하나의 사회 시스템으로 갖춰줘서 모든 학교 밖 청소년이 나은진 사례가 되었으면 좋겠어요. 사회 역량을 키우는 일은 '꿈나무 청소년'을 지지하는 사회 시스템에서 가능하지 않을까요? 


'자퇴'는 모범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러나 정말 믿음직하고 잘난 어른이 되어 학교 밖 청소년도 성공할 수 있다는 모범 사례가 되고 싶다. 


책을 읽는 동안 자퇴를 결심했던 나은진 작가의 도전에 마음으로 계속 박수를 보냈고 수기 공모전에서 시행을 하는 이야기에서는 감동의 눈물이 났어요. 대학교 공부와 함께 목표하고 있는 작가의 꿈도 응원하게 되었어요. 다음 책이 벌써 기대가 되는 나은진 작가입니다! 


그리고 '학교 밖 청소년'이라는 이름표를 달고 학교 밖에 나온 청소년들의 앞날도 응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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