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휴직에 대한 고찰
나는 아이 셋 아빠다. 그러나 아이 셋을 가진 아빠가 맞나 싶을 정도로 안팎으로 일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 첫째와 둘째가 25개월 터울이고 둘째와 셋째가 26개월 터울이다. 그러니 작년을 기준으로 아내는 7년째 독박 육아를 하고 있었다. 보통 친정 또는 시댁의 도움을 조금씩은 받아가며 아이를 키우는 게 일반인데 아내에게 그런 행운은 따라오지 않았다. 결혼하면서 아내는 무남독녀 외동딸이어서, 나는 남매여서 최소 셋은 낳고 싶다는 이야기를 연예 때부터 해온 터라 셋째를 가졌다는 소식을 들었을 때에도 헛웃음을 지으며 좋아했었는데 현실에서 이 세 아이를 키워가는 것은 말 그대로 현실이고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직장생활 10년을 채워갈 때쯤 되니 뭐가 그리 일들이 많아지는지 일주일에 많을 때는 2-3번은 9시를 찍고 들어오기도 했다. 그 시간이면 독박 육아의 절정을 달리고 있을 시간 때다. 양치만 끝내면 아이들은 잠자리에 든다. 이런 생활을 반복하면서 '이러다 애들 다 커버리면 어떡하지?' 이런 생각에 육아휴직을 마음속으로 꿈꿨었다.
그런데 이런 숨겨두었던 꿈을 현실로 마주하게 했던 사건이 있었다. 페북에서 만난 지인 중에 직장 최초로 육아휴직을 냈고 1년 동안 본인의 생활상을 페북에 포스팅했다. 그분의 일상에 나를 대입해보면서 조금 더 육아휴직을 그려보았다. 그러던 작년쯤 같은 직업군의 가까운 지인이 육아휴직에 들어갔다는 이야기를 듣고 좀 더 진지하게 고민을 하게 되었다.
육아휴직을 가로막는 경제적 측면과 팀 내에서 주임의 역할 등을 생각하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마음은 단단히 먹고 몇 달 전 팀장님께서 말씀을 드렸더니 의뢰도 담담하게 내년 1월 정도로 시기를 권하셨다.
어제 우연히 육아휴직 계획에 대해서 병원 임원분께 말씀드렸더니 '오~ 정말 의미 있는 결정을 했다' 하셨다. 이런 직장 분위기에 감사했다. 그 임원 분의 피드백 덕분에 육아휴직 계획에 조금 더 발동이 걸렸다.
육아휴직은 결정 되었고 이제는 육아휴직 1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가에 대한 구체적인 그림을 그릴 차례다. 소셜미디어에서 먼저 육아휴직을 낸 후 삶에 새로운 국면을 맞이하신 분들을 목격하고 있다. 그분들을 만나 식사라도 대접하며 실질적인 조언도 듣고 싶은 생각이 든다.
아직 구체적이지 않지만 조언도 듣고 책도 찾아보면서 평생에 내 가슴속에 남을 아이들과의 추억을 담아내는 육아휴직 1년을 위해 잘 준비해야겠다. 앞으로 6개월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