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문은 그 사람의 시선이다
실습이 시작되는 첫 주차 하루 이틀은 치료실 내 조용한 긴장감이 맴돈다. 모든 것이 낯선 실습생들은 알 수 없는 긴장감에 휩싸여 약간 얼어 있는 모습이다. 학생들마다 차이가 있겠지만 실습생이 가장 두려워하는 건 아마도 치료사 선생님들의 질문이지 않을까 싶다. 질문 중에서도 가장 무서운 질문은 '전공 관련' 질문일 거다. 하지만 나는 그런 질문 따위는 초면에 하지 않는다. 나뿐만 아니라 우리 치료실 선생님들은 보통 이런 질문을 한다.
"어디서 출근해요?", "집이 어디예요?" 이 얼마나 관계를 여는 훌륭한 질문인가!
치료실은 아픈 사람을 정상으로 고쳐서 내보내는 공장이 아니다. 치료실도 사람 사는 곳이다. 그렇기 때문에 처음 만난 실습생에게 "어디서 출근해요?, "집이 어디예요?"와 같은 질문과 대화는 지극히 자연스러운 것이다.
관계를 여는 가벼운 질문을 받고 자신을 편안하게 드러낼 때 실습생은 그제야 자신이 배우고 성장할 진짜 치료실로 들어오게 된다고 나는 믿는다. 실습생이 치료 장면을 단순히 보는 것으로 얼마나 배울 수 있을까? 보는 것을 자기식대로 해석해 받아들인다면 그게 정말 배운 것이라고 할 수 있을까? 그 치료를 하고 있는 치료사에게 치료행위의 의미와 맥락을 자세히 듣고 공감할 수 있어야 제대로 배우는 게 아닐까?
치료사의 치료에 공감하는 배움은 치료사와 좋은 관계를 맺을 수 있어야 가능하다. 자신이 보는 치료의 의미를 왜곡하지 않고 있는 그대로 배우려면 치료사와 좋은 관계를 맺는 일이 생각보다 중요하다. 우리는 모르는 만큼 오해하고 자기식대로 해석하는 존재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어디서 출근해요?", "어디 살아요?"로 시작된 대화에 환자분이 자연스레 참여하게 된다. 자신의 손주나 조카를 떠올리며 따스한 격려를 보내주기도 한다. 실습생들이 사는 곳이 어딘지, 학교가 어느 지역에 있는지, 자취를 하는지에 따라 대화 주제는 끝없이 확장된다. 물론 모든 관계가 마찬가지 듯 서로에게 어떻게 반응하고 자신을 드러내는 지에 따라서 관계는 창조되어간다.
이 관계의 토대 위에 실습생은 자신만의 색깔로 생각하며 질문하고 배움의 가속도를 올리게 된다. 반대로 계속 긴장한 상태도 머물러 있다면 어느 정도 배우긴 하겠지만 깊이 있게 치료사의 치료에 공감하며 배우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의미가 된다.
여러분의 실습지가 이렇게 치료사와 관계를 형성할 수 있는 분위기가 아닐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치료사 선생님이 나에게 자신의 치료를 이야기해주고 가르쳐주고 싶도록 먼저 다가가는 노력은 필요하며 결코 민폐도 죄송한 일도 부끄러운 일도 아니라고 말해주고 싶다. 어떤 치료사도 자신의 치료를 궁금해하는 실습생을 귀찮아하거나 미워할 수 없을 것이라는 말도 해두고 싶다. 그러니 적극적으로 치료사 선생님 들게 다가가 보라.
첨.
혹 어떤 치료사가 실습생의 배우려는 노력을 귀찮게 여기거나 미워한다면 그 치료사에게 배우지 마라. 실습생을 그렇게 밖에 대우하지 못하는 사람이라면 그다지 배울 게 없는 치료사임이 분명하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