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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작업공방 디렉터 Oct 15. 2020

손상과 장애라는 점 외에 알아야 할 수많은 점들

'사람'을 보라는 말의 숨은 전제

치료 참관이 시작된 첫날 치료실 상황을 한 번 상상해보자. 여러분은 치료실로 들어오고 있는 환자들의 모습을 보고 있다. 보통 거동이 불편해 지팡이를 의지해 혼자 절룩거리며 들어오거나 보호자가 밀어주는 휠체어에 몸을 맡긴 채 치료실에 도착한다. 치료사가 환자를 맞이해 치료할 공간으로 이동한다. 


치료사가 치료 테이블에서 기능이 저하된 팔과 어깨를 치료하고 있다. 스트레칭을 해주기도 하고 기구를 이용하거나 근력을 높이기 위한 동작을 하도록 환자에게 주문하기도 한다. 연하 치료를 참관하고 있다면 목 주변에 전기자극 패치를 붙이고 치료사가 시키는 대로 '아~~' 소리를 내며 구강운동과 씹고 삼키는 연습을 하고 있다. 


여러분은 무엇이 가장 먼저 보이는가? 그리고 무슨 생각을 하게 되는가? 물론 각자 다를 것이다. 여러분의 눈 앞에 보인 장면을 떠올려 보며 앞서 언급한 '사람'을 보라는 조언을 곱씹어 생각해 보았으면 한다. 


작업치료사의 시각은 진단명보다 넓고 깊어야 한다. 
클라이언트의 삶을 이해하고 볼 수 있어야 한다


먼저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사실을 기억해야 한다. 휠체어를 타고 오는 모습이나 팔, 다리가 불편한 모습에서 어떤 의학적인 판단을 하는 것은 의료인에게 자연스러운 일이며 전문성을 드러내야 하는 일이다. 하지만 의학적인 판단 외에는 알려고 하지 않는 치료사가 있다면 스스로 '진짜 작업치료'는 하지 않기로 마음먹는 것과 다름없다. 실습생도 마찬가지다. 눈에 보이는 것으로 다 알았다고 생각한다면 '진짜 알아야 할' 것은 전혀 모르고 배워야 할 것을 쏙 빼놓은 격이 되는 것이다. 


여러분이 참관하여 지켜본 환자는 짧으면 1-2주 길면 3-6개월 동안 이미 재활치료와 작업치료를 받고 있었을 가능성이 크다. 현재 치료가 어떤 흐름에서 어떤 목적과 목표를 가지고 진행되는지는 혼자 추측하고 상상한다 해도 알 수 없다. 당사자에게 되짚어 물어야 한다. 


눈에 보이는 손상과 장애가 이 분이 치료를 받는 이유라는 사실을 기억하는 동시에 손상과 장애가 결코 이 사람을 정의하지 못하며 우리가 알아야 할 '삶'이라고 하는 거대한 원에 한 부분뿐이라는 사실도 반드시 기억해야 한다. 우리는 '손상'과 '장애'라는 점보다 더 많이 이 사람에 대해 알게 해주는 수 많은 점들을 알아야만 한다. 아니 알려고 노력해야 한다. 그래야 '삶'을 살게 하는 치료를 할 수 있다.


이런 시각과 생각이 마음속에 뿌리내리게 되면 여러분 자신이 무엇을 모르고 있는지 그리고 무엇을 질문해야 하는지 조금 더 분명해질 것이다. 


작업치료사는 '환자의 삶'을 자세히 드려다 보면서 '사람'과 '작업'과 '세상'을 이해하며 성장하는 의료 전문인이다. 실습생에서부터 그 시각을 가질 수 있다면 실습 중에 만나는 모든 환자들의 삶이 여러분을 가르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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