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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온니 Oct 12. 2024

우리는 한강 작가님의 수상이 마냥 기쁠 수 없다

그녀의 수상 소식에 정신없이 기뻐했다. 들뜨고 행복했다. 19살부터 팬. 남편은 나 뿐만 아니라 온 나라가 들떠 있는 상황이 못마땅해보였다. 


“난 상처로 상을 받는게 좋지 않아.” (물론 그도 당일은 기뻐함.)


나는 아침을 먹으면서 역사적 상처에 직면하는 건 대단한 거고, 단지 개인의 역사가 아니고 우리 모두의 이야기 때문에 의미 있다고 했던 거 같다. 


남편은 자기 말은 그런 뜻이 아니라 했다. 전쟁통이라 기자회견을 하지 않겠다는 작가의 의견에 동의하며 지금 일어나고 있는 전쟁에 대해 잠깐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하마스는 어린이병원 밑에 기지를 만들었고, 이스라엘은 그 어린이 병원을 폭격했다는 말에 밥 먹다 체할 뻔 했다. 


그러면서 남편이 쐐기를 박았다. 

“우리나라에는 이런 상처가 있다! 이런 상처를 인정 받았다! 신난다! 역시 우리 나라!”란 이질적인 감정을 견디기 힘들다고. 

너무 맞는 말 같아서 웃음이 났다. 

그러더니 조금 눈물도 났다. 그래. 경사이지만 행복한 일만은 아니구나. 너무너무 슬픈 일이구나.


“그 상은 우리나라에 대한 기쁨이 아니라 위로로 받아들이고 싶어.”

오래 고민하던 남편은 진짜 하고 싶은 이야기를 제대로 찾는 듯 해보였다. 


오늘 아침은 조금은 울컥했고, 그래도 기뻤고, 어떠한 방식의 폭력이 계속되는 한 앞으로도 그럴 것 같다. 


P.s. 우리 이야기를 나름 듣고 있었던 우리 딸은 전쟁나면 동물도 많이 죽냐고 물었고, 남편은 많이 죽는 건 물론이고 동물들을 전쟁에 이용한 일화를 들려줌. 한때 개한테 시한폭탄 쥐어 주었다는 이야기를 해줬다. 근데 그 개가 탱크를 무서워했고, 폭탄 물고 주인에게 돌아오는 바람에 계획은 금방 폐기 되었다고? 그 후에 돌고래도 훈련을 시도했다고? …


슬프고 기쁜 경사 덕분에 울다 웃었다 한 식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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