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31 / 641 아주 평범한 물건에 집착하는 이야기에 대해 써라
봉사를 다녔었다. 순수한 봉사인의 마음 때문이 아니라, 학교를 졸업하기 위해서는 봉사 시간이 꼭 필요하기 때문에 간 봉사였다. 집에서 차 타고 20분만 가면 있는 작은 요양병원이었는데, 환자가 병원 크기에 비해 참 많았었다. 대부분의 환자들은 치매로 인해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었고, 나는 그 도움을 보조하는 역할이었다.
식사시간, 한 어르신의 식사를 도와드리던 중 손에 눈이 갔다. 냄비를 옮길 때 쓰는 장갑이 끼워져 있었다. 피부를 너무 심하게 긁거나 팔 힘을 조절 못해 또 다른 상처가 생길 수도 있기 때문이라는 말을 전해 들은 뒤부터는 계속 그 장갑이 신경 쓰이더라. 누군가에게 저 장갑이 그렇게 간절할 줄은 몰랐기 때문일 것이다. 뺏기지 않으려 작은 주먹을 꼭 쥐고 장갑을 사수하시는 모습이 아직도 기억에 남는다.
면회를 오실 때마다 새 장갑을 사 오신다는 따님. 그리고 딸은 알아보지 못하는 상황에도 그 장갑만은 꼭 쥐고 사는 할머니. 은연중에 그 장갑이 딸이 사준 물건이라는 것을 인지하고 있을 것이라고 간호사님이 설명해주셨다. 냄비 장갑은 그런 역할을 했다.
엄마와 딸. 그리고 냄비 장갑으로 이어진 연결고리.
<드라마 눈이 부시게>
"눈 쓸어요. 눈이 오잖아요.
우리 아들이 다리가 불편해서.. 학교 가는데 눈이 오면 미끄러워서."
"아들은 몰라요, 그거.."
"몰라도 돼요. 우리 아들만 안 미끄러지면 돼요."
"추우실 텐데..
이제 그만 쓰셔도 돼요."
"아니에요. 눈이 계속 오잖아요."
"아드님.. 한 번도 안 넘어졌대요.
눈 오는데 한 번도 넘어진 적 없대요."
"정말요? 다행이네요."
(치매 투병 중 아들을 못 알아보지만, 아들의 과거를 기억하며 눈을 쓰는 어머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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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작가 에단 케닌은 양말 한 켤레가 중요하게 나오는 이야기를 다루고 싶어서 [회계사 The Accountant]라는 단편을 썼다고 했다. 아주 평범한 물건 하나를 떠올려보라. 그리고 누군가 그 물건에 매우 집착한다고 생각해보라. 이제 그 집착에 대한 이야기를 써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