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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Cherish Jan 20. 2019

[목글] 내가 잃어버린 것.

글쓰기 좋은 질문 25/645 25. 내가 잃어버린 것.

어렸을 때부터 야무지지 못한 성격 때문에 길바닥에 많은 물건을 기부했었다. 5만 원 지폐를 처음 손에 쥐어본 날, 집에서 들고 나오자마자 잃어버려 한참을 울었던 기억이 난다. 필기구는 일주일에 한 번씩 장만했고, 심지어는 신발도 잃어버려 맨발로 동네를 쏘다닌 적도 있었다. 신기하게도 항상 무언가를 잃어버리기 전에는 징크스처럼 싸한 기분이 들곤 한다. 오늘 지갑 두고 갈 것 같아. 가방 안 챙길 것 같아. 이런 생각이 들고 일주일이 지나지 않아 지갑, 가방을 잃어버린다. 그러나, 어른이 되면서 입으로 챙겨야 하는 물건들을 중얼거리기 시작한 뒤론 돈도, 지갑도, 신발도 잃어버리지 않은 지 한참 되었다고 생각했다.     


최근엔 너무나 바쁨의 연속이었다. 가랑이가 찢어지도록 달렸다. 방학하면 여유가 생길 줄 알았는데 큰 착오였다. 방학은 다음 학기를 준비하는 시간이었다. 졸린 눈 비비며 아침 9호선을 타고 학원으로 가서 영어 수업을 듣고, 스터디하고, 집에 와서 숙제하고, 짧은 글을 쓰다 보면 시간은 금세 1시가 되어 있다. 머리를 내려놓는 순간 잠들고 다시 6시면 일어난다. 

너무나 많은 사람들 덕분에 숨쉬기도 힘든 9호선 안에서 한 남자의 가슴팍에 묻힌 채 단어를 외우다 갑작스레 화가 치밀어 올랐다. 그냥 다 포기할까. 다시 돌아갈까. 지질했던 과거가 생각나서 괴로웠다. 말도 안 되는 소리. 얼마나 힘들게 여기까지 왔는데.

     

그러다 어느 날 잠을 자는데, 갑자기 싸한 기분이 들었다.

내가 무언가를 놓치는 것 같은데. 그게 무엇일까. 

기억을 더듬던 중 알람 시계가 울렸다. 악몽을 꿨다. 

다시 학원으로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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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 내가 잃어버린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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