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가 어머님의 아이를 혼내도 괜찮겠습니까?

by 일필


논술 과외를 시작한 지 어언 3년 차에 접어들었다.

독서 논술 학원을 거쳐 과외로 전업하게 된 계기는 오로지 '훈육'이었다.


많은 학원, 교육계 종사가 그러하듯 선생님들은 필요 이상의 과도한 민원에 시달리곤 한다.

학령인구가 줄다 보니 학원은 과거와 달리 아이를 혼낼 수도 열정을 가지고 공부를 시킬 수도 없다.


조금의 훈육에도 곧바로 걸려오는 전화.

아직까지는(?) 아이를 훈육하는 과정에서 벌어진 일로 학원에 전화가 걸려온 적은 없지만 동료 선생님의 경우 '누가 봐도 아이가 혼나야 하는 상황'임에도 민원 전화를 받는 경우가 있다.


학원은 내 사업장이 아니다 보니, 이러한 부분이 벌어져도 선생님이 주체적으로 대응하기가 참 어렵다.


이에 반해 과외는 내가 사장이고, 노비..고, 무수리고 기타 등등.

자아를 가지고 꾸려나갈 수 있다는 점에서 학원 강사보다는 매력적이었다.









학원에서 능력은 인정받았기에 독립하는데 큰 걱정은 없었지만 한 가지 예상치 못한 난관에 부딪쳤다.



시범 수업을 하기 전 학부모님과 전화 통화를 필수적으로 진행하는데, 이때 얻을 수 있는 정보가 꽤 많다. 아이에 대한 간단한 정보와 대략적인 수업 방향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면 어머님들 모두 자식을 걱정하는 마음은 똑같고, 열정적인 선생님을 그동안 간절하게 기다리고 있었음을 느낄 수 있다.




다만,


제가 어머님의 아이를 혼내도 괜찮겠습니까?



라는 질문에는 모두 얼음이 된다.




혼을 내겠다는 이유는 지극히 상식적이다. 수업 태도가 좋지 않거나 숙제를 지속적으로 누락해 올 경우.

그것이 아무렇지 않게 반복될 경우 아이를 위해 따끔한 잔소리를 하겠다는 것이 말의 요지였다.



이 말을 기점으로 어머님들의 말은 급격히 줄어든다.

물론 결과는 거절이다.




아이를 위해 잘못된 것은 바로 잡아야 한다는 건 알지만 그렇다고 내 아이가 기죽는 것은 싫은 '요즘 부모님들.' 이러한 분위기의 원인이 무엇일지 곰곰이 생각해 보니 문득 과거의 기억이 그분들을 발목 잡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인 분위기에 짓눌려 억울해도 아무 말하지 못했던 어린 시절의 나.

그 기억으로부터 정신적인 독립을 하지 못한 분들이 부모가 되고 결국 내 아이에게는 같은 일은 겪지 않겠다는 각오가 역으로 아이의 손발을 묶고 있는 악순환이 벌어지고 있다.






현재 진행하고 있는 수업은



제가 어머님의 아이를 혼내도 괜찮겠습니까?




라는 발칙한 질문에도 아이의 발전을 위해 강한 마음을 먹으신 분들 덕분에 성사되었다.

아이의 성장을 위해, 감정이 아닌 진심으로 받아들이신 용사 어머님들께 오늘도 감사하다.















학원업으로 돈을 벌고자 한다면 위와 같은 질문을 던져서는 안 된다.

학부모님의 불안을 자극하는 단어는 써서는 정규 수업으로는 이어질 수 없다.



그럼에도 온실 속 화초가 아닌 사람을 키우고 싶은 나는 오늘도, 거절당할 질문을 던진다.


"제가 어머님의 아이를 혼내도 괜찮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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