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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Dec 31. 2021

선생님이 그리울 땐

영화 <스쿨 오브 락 school of rock> 리뷰



 듀이 핀은 유명하지 않은 밴드의 열정적인 기타리스트다. 밀린 월세를 내기 위해 급전이 필요했던 그는 룸메이트 슈니블리 몰래 그의 신분을 이용해 호레이스 그린 초등학교의 대리교사로 근무하게 된다. 아이들을 가르치는 일에는 관심이 없던 듀이는 아이들을 방치하며 월급 받는 날만을 기다린다. 어느 날 그는 자신의 반 아이들에게 뛰어난 음악적 재능이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밴드 전쟁’에 아이들을 데리고 나갈 계획을 세우게 된다.




 어린 시절 이 영화를 처음 보았을 땐 이상한 삼류 영화라고 생각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멋진 몸을 가진 남자 주인공이 아닌,  뚱뚱하고 게으른 냄새나는 남자가 순진한 학생들을 물들이는 엉터리 영화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극이 진행됨에 따라,  영화 속의 인물들처럼 나 또한 그가 하는 말과 행동에서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하는 어떤 ‘진정성’ 이 느껴졌다. 분명 그는 친구의 신분을 도용한 사기꾼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의 본심에서 나오는 진심이 상대방의 마음을 위로해주고 용기를 주게 된다.




  나는 듀이 핀의 자유로운 수업방식이 우리나라에도 통용될 것인가에 대해서는 회의적인 편이다.  왜냐하면 대부분 청소년기 아이들은 대학을 가기 위해 경쟁을 해야 하는 우리나라의 입시 제도에 불만을 가지면서도 막상 시험이나 수행평가가 아닌 봉사활동이나 기타 특이사항으로 점수를 매기는 것에 불공평하고 주관적이라 항의한다. 학생들부터 본인의 눈으로 명확하게 확인할 수 있는 성적순으로 등수를 매기는 것이 아닌 교육방식에 의문을 표하는 이 상황에서 당장의 우리나라 입시제도가 유럽처럼 개개인의 개별성과 차별성을 존중한 방식으로 바뀔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고 생각한다.






 이런 현실에도 불구하고 우리가 그의 교육방식에서 본받아야 할 점은 누구나 볼 수 있는 교실 벽에 틀린 개수만큼 검은색 스티커를 붙이는 학교의 운영 방식에는 분명한 문제가 있다는 점이다. 문제를 틀린 것이 그 아이의 성실성과 반드시 직결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아이들 중에는 자신의 과제에 진지한 자세로 임했음에도 그것이 곧바로 점수로 나오지 않는 경우가 종종 있다. 아이들마다 습득 방식과 소화할 수 있는 분량의 개인차가 있기 때문에 분명히 또래보다 조금 더딘 아이들이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경우에 선생님이 할 수 있는 것은 아이가 보통의 아이들처럼 습득을 하지 못하는 것을 수치심을 주는 방식으로 질책을 할 것이 아니라 아이가 갖고 있는 작은 재능을 특화시켜주고 포기하지 않고 있는 현 상황에 대해 칭찬해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런 부분에 있어서 듀이 핀은 훌륭한 선생님이라고 할 수 있다. 좋은 학력과 선생으로서 정규 교육을 수업한 사람만이 선생님은 아니다. 지나가는 어른 혹은 어린이가 나의 선생님이 될 수도 있다. 전개가 진행됨에 따라 아이들의 재능이 빛을 발함에 따라 감독은 아이들 개개인의 얼굴을 클로즈업해 보여준다.





개개인의 존재에서 오는 특별함을 부각해 준다.



 

 평범한(normal) 아이들은 그냥 놀아도 되지만 너희는 너무나 특별한(special) 아이들이야.








 극 초반엔 아이들 개개인의 얼굴을 클로즈업하는 것보다는 전체적인 교실의 풍경만을 잡아주며 획일화된 교육 현실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극 중 학생의 이름이 처음 등장한 것은 어른인 듀이 핀에게 알코올 중독자라며 직설적으로 말한 프레디 존스이다. 프레디 존스는 어른에게 말대꾸를 하는 복장이 불량한 문제 학생처럼 보이지만 사실 그 아이는 획일화된 교실에서 유일하게 자신만의 색깔을 유지하고 있는 아이이기도 하다. 자신의 특별함을 모르고 있던 아이들에게 교육과 배움의 가치가 비단 책상 위에 앉아하는 공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 것이 듀이 핀만이 갖고 있는 특별함이기도 하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장면은 역시 아이들이 듀이 핀과 함께 공연하는 장면이었다. 듀이 핀은 자신의 노래가 아닌 잭이 만든 노래로 공연을 하자고 한다. 이에 서머는 잭의 곡은 우리가 연습을 많이 하지 못했기 때문에 우승을 하지 못할 것 같다고 말을 한다. 하지만 듀이 핀은 우리가 우승을 하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라 멋진 쇼를 하기 위해 이곳에 왔다고 한다. 이처럼 우리가 인생을 살면서 할 수 있는 최고의 가치는 성공이 아닌 그 과정에 있는 것이 아닐까 싶다.




 스쿨 오브 락을 보며 훌륭한 선생님의 자질이 무엇인가에 대해 생각해 보았다. 더불어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 어떤 것을 우선순위에 두고 대하는지도 생각해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나 또한 아이들을 만나기 전에는 아이들에 대한 막연한 걱정 같은 것이 있었다. 하지만 내가 아이들을 대할 때 따뜻함을 우선순위에 둘 수 있었던 것은 나 또한 어린 시절에 학원 선생님께 받은 따듯한 기억이 있기 때문이다.




 어린 시절 난 유달리 내성적인 아이였다. 당연히 어른들이 묻는 말에 대답을 거의 하지 못했고, 그만큼 손이 많이 가는 아이였다. 내내 칭얼거리며 따라다니는 내가 귀찮을 법도 할 텐데 내가 다녔던 미술학원 선생님은 한 번의 짜증 없이 늘 나를 아껴주고 특별하게 대해 주셨다. 내가 그러한 사랑을 받아 보지 못했다면 나 또한 아이들에게 따뜻함을 보여주지는 못했을 것 같다. 내가 오늘의 모습을 갖게 된 것도 그 선생님 덕분이라 할 수 있다. 지금은 시간이 너무 오래 지나 그 선생님의 이름도 나이도 기억이 나지 않지만 어디에선가 살아계실 그 선생님의 행복을 바라고 또 바랄 뿐이다. 그리고 나를 스쳐 지나간 아이들이 나에게 받은 사랑과 관심을 나중에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었으면 좋겠다.






선생님이 선물해주셨던 병아리 컵



선생님은 알고 계실까? 선생님의 아이가 그때의 선생님보다 나이를 더 먹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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