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소설 <다이브 Dive> 서평 글
누군가는 생존을 위해, 누군가는 과거로 돌아가기 위해, 누군가는 잊어버린 시간을 찾기 위해 잠겨버린 도시로 몸을 던진다.
수면 아래 서울의 모습이 슬프면서도 몽환적이다.
처음 창비 서평단에 지원하게 됐을 때,
발간되지 않은 신작을 읽는 것이 설레기도 했지만 ‘<아몬드>, <페인트>를 잇는 성장과 회복의 이야기’라는 문구가 내 흥미를 끌었다.
[아몬드]와 [페인트]의 계보를 이을 정도라니.
창비 청소년 문학상 수상작들은 여타 청소년 문학처럼 뻔한 성장형 소설이 아닌, 무언가 한두 개씩 결여가 되어있는 인물들을 주인공으로 내세운다.
실제 우리네 삶처럼 말이다.
청소년들의 삶은 단순히 친구와의 다툼, 내 마음을 몰라주는 부모님과의 갈등 정도의 지지부진한 삶을 살고 있지 않다. 그들의 삶은 그들의 복잡한 속내처럼 얽혀있으며 그것을 이해하고 해석하는 것도 우리의 생각만큼 쉬운 일이 아니다.
<위저드 베이커리>에서 소년은 겉으로 보기엔 완벽한 가족의 구성을 하고 있지만 실제 그들의 삶은 완벽하지 않다.
자식에게 무관심한 아버지, 자신을 벌레 보듯 하는 새엄마, 그리고 억울한 상황을 조리 있게 방어하지 못하는 말더듬이인 '나'의 삶은 완벽하지 않기 때문에 우리의 마음속에 와닿게 된다.
소설 <다이브 Dive> 서평단 모집 당시 작가의 이름은 어나니머스(anonymous)였다.
어나니머스 상태에서 책을 읽었을 때의 장점은 작가의 이름 때문에 생길 편견을 갖지 않고 책을 음미할 수 있다는 것이다.
첫 장을 읽었을 때의 느낌은 작가님이 비서울 출신이지 않을까 하는 생각과 이과적 사고에 문과적 감성이 더해진 것을 보니 작가님은 이과 출신일 것 같다는 추측을 하게 됐다.
글을 쓰고 있는 현재.
작가님의 정체가 공개되었다.
내가 예상했던 기성 작가님은 아니었지만 자신만의 스토리텔링이 있는 신인 작가님의 등장이 반가웠다.
2057년 서울, 기후 변화로 인해 만들어 놓았던 댐이 세계 3차 대전으로 무너지며 서울은 수몰된다.
사람들은 높은 곳으로 도망쳤고, 물을 무서워하지 않은 아이들은 ‘물꾼’ 이 되어 잠겨버린 도시로 내려간다.
주인공 선율은 노고산에 살고 있는 물꾼이다.
남산에 살고 있는 우찬과의 내기만 아니었다면 조각배에 의지한 위태로운 잠수를 하지 않았을 텐데.
내뱉은 말을 다시 주워 담을 수는 없었다.
‘쓸만한 물건’을 찾기 위해 수몰된 아크로빌딩을 뒤지던 중 ‘그 아이’를 발견했다.
‘그 아이’의 이름은 기계인간 채수호.
아이콘트롤스의 최첨단 시냅스 스캐닝 기술은
고인의 기억과 의식을 그대로 구현합니다.
평생 플랜 구독을 통해 당신의 아이를 다시 한번 품에 안으세요.
부모님에게 못다 한 말을 남기세요.
그 아이와 함께 있던 팸플릿 안에는 그 아이의 정체를 이렇게 설명하고 있다.
채수호는 살아있는 ‘진짜’처럼 생겼지만, 머리카락도, 피부도 살아있는 것과는 다른 기계, 인간. 혹은 기계 인간이다.
기계, 인간. 혹은 기계 인간.
수호는 자신의 잃어버린 기억을 되찾기 위해 선율과 거래를 한다.
자신의 기억을 찾는데 도움을 준다면 자신도 우찬과의 내기에서 이길 수 있는 ‘쓸만한 물건’ 이 되어주겠다고.
이야기가 진행됨에 따라 각자의 아픈 과거들이 드러나고 서로 상관없어 보이는 이들의 상처는 수호로 인해, 수호 덕분에 아물게 된다.
북악산 출신인 12살 지아도, 누나를 잃은 우찬도, 한순간의 실수로 인해 자신의 학생을 잃은 삼촌도.
그렇게 노고산 아이들은 각자의 아픔을 딛고 성장하게 된다.
우리가 살면서 하게 되는 수많은 ‘선택’.
소설 다이브는 우리의 삶에서 맞닥뜨리는 수많은 선택에 따른 결과를 보여준다.
내가 수호였다면 상전벽해한 서울에서 눈을 뜨고 싶을까.
내가 선율이었다면 수호를 깨웠을까.
내가 수호의 부모님이라면 죽은 자식을 기계인간으로 되살리려 했을까.
자신의 제자가 추락한 채 발견됐을 때 서문 경의 마음은 어땠을까.
만약 내가 소설 속 캐릭터였다면 어떤 선택을 내렸을지를 생각하며 읽다 보니 어느덧 소설의 마지막 페이지에 다다랐다. 소설의 제목처럼 나 또한 소설 속에 빠져들었다.
창비에서 <아몬드>, <페인트>를 잇는 성장과 회복의 이야기라 자부한 이유를 알 수 있었다.
기후변화로 인한 우리 삶의 변화는 상상 속의 허무맹랑한 이야기만은 아니다. 작가는 물에 잠긴 서울이라는 개연성 있는 무대장치를 설정하여 앞으로 우리 미래의 삶과 앞으로 이곳에서 살아가야 할 아이들을 등장시켜 그들 나름대로 부딪치며 성장하고 있음을 알려준다.
기술의 발전이 하나씩 결여된 우리를 충족시켜줄 수 있을지, 아니면 헛된 희망과 그로 인한 절망을 맛보게 해 줄지. 모든 것은 그 시대를 살아갈 우리 자신만이 알 수 있는 일이다. 내 몸에 난 상처도 나의 일부처럼 안고 살아갈지 아니면 끝없이 과거를 되짚으며 괴로워하며 살지는 우리 자신이 결정하는 것임을 작가는 말하고 있다.
‘다이브(Dive)’.
번외로
서로를 보듬고 의지하며 살아갈 노고산 아이들의 미래가 궁금하다.
또 강원도 사람들의 삶은 어떤지, 그곳으로 떠난 우찬의 여정은 어떨지.
현실은 슬픈데 꿈은 달콤한 우리네 삶과 똑같은 수몰된 서울의 모습처럼.
소설 속 인물도 과거를 딛고 일어나 현재와 미래를 살아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해당 도서는 창비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