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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n 08. 2022

<브로커Broker>부모가 자식을 팔았을 때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 <브로커 Broker>를 보고 나서.



 고레에다 히로카즈 감독의 신작 <브로커Broker> 




 고레에다 감독 특유의 가족 영화를 좋아하기에 개봉일에 맞춰 극장을 가게 됐다. 
















 결과는 대실망. 



 영화 러닝타임 2시간 중 1시간 30분은 지루했고 남은 30분은 좋았지만 결론은 뜬금없었다. 

 또한 시나리오는 신선하지 않았고, 감독의 전작 <어느 가족>을 복사 붙여 넣기 한 것으로 모자라 그만큼의 울림도 긴장감도 없었다. 




 특히 주요 캐릭터인 문수영(이지은 분)의 서사에 공감할 수 없었다. 



 오히려 선배 형사(배두나 분) 캐릭터에게 공감이 갔는데, 그의 말처럼 ‘키울 자신 없음 낳지를 말아야지.’가 이 상황에선 맞는 말 아닐까. 



 또 꾸역꾸역 키우겠다고 낳았으면, 아이를 낳는데 부정적인 반응을 보였던 성매매 남성에게 위험하게 아이를 데리고 가지 말고 안전한 곳에 두고 만나든가 했어야 하는 게 문수영 캐릭터 성격상 맞는 부분인데, 그렇지 않았다는 것이 개연상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었다. 



결국 그 만남으로 인해 모자의 운명이 위태로워지게 되고 그들이 함께할 수 없게 만들었으니까. 




 개인적으로는 부모라고 다 똑같은 부모 아니고, 잘 키울 자신 없음 낳지 말아야 한다는데 동감을 하는 편이라 선배 형사를 오히려 차갑다고 말하는 후배 형사(이주영 분)도 이해가 가지 않았다. 이유야 어찌 됐든 문수영은 살인자고 현재는 자신의 아이까지 팔아넘기는 인신매매단의 동행인데 그런 범죄자에게 공감하는 후배 형사의 캐릭터가 나약하고 감정적으로 느껴졌다. 



 범죄에는 어떠한 사연도 미화도 있어서 안된다.



 그리고 캐릭터 설정상 문수영은 자식을 지키기 위해 살인까지 한 사람인데, 자식을 팔기 위해 나온 첫 거래 현장에서 그녀의 모습은 어쩔 수 없이 친 자식을 팔려는 부모의 모습보다는 자식같이 키운 소를 팔기 위해 경매장에 온 농부의 모습같이 기계적이고 관망적으로 느껴졌다. 


 그렇게 뒤에 서서 지켜보던 그녀가 아이의 외모와 12개월 할부라는 말에 급발진을 하는 것을 보고 원하는 가격대로 거래를 하지 못해 화가 난 브로커의 느낌이었지 생때같은 자식을 보내기 싫은 부모의 마음같이 느껴지지는 않았다.


 오죽하면 팔아버리려는 아이가 문수영의 아이가 아니라 다른 사람의 아이인데 문수영이 데리고 온 건가 싶은 생각까지 들었을까.


 이 부분은 연기력의 문제라기보다는 연출상의 문제가 큰 것 같다. 



 그리고 녹음이 잘못된 건지 발음의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강동원의 대사가 정확하게 들리지 않았다. 몇 번이나. 


















개인적으로 영화든 소설이든 픽션을 볼 때, 제발 나오지 말았으면 하는 3가지 요소가 있다. 


1. 억지 감동. 

2. 억지 러브라인 

3. 개연성 실종. 





 하지만 <브로커>에서는 이 3가지가 다 등장함으로써 내 피 같은 저녁시간에 나오지 말고 기다렸다 OTT로 볼 걸이라는 생각까지 하게 만들었다. 






 고레에다 감독은 본인이 가장 잘하는 것을 왜 보여주지 못했을까. 




 아니, 

 차라리 내가 고레에다 감독의 전작들을 몰랐다면?


 그랬다면 이러한 영화도 너그럽게 봤을 텐데. 


 일본 특유의 저염식 분위기는 일본에서 찍을 때만 유효한 것 같다. 



 물론 나름의 남은 것도 있다. 

 “태어나줘서 고마워.”‘송강호’












 박찬욱 감독이 칸 영화제에서 감독상을 수상하고 기자 회견에서 이런 말을 했다. 

한국의 관객은 웬만해서는 만족을 하지 못합니다. 

우리나라는 장르영화를 만들어도, 예를 들어 범죄 스릴러를 만들어도, 코미디를 만들어도 단일한 장르만 가지고는 만족을 못하고, 

그 안에 실제 우리의 인생이 총체적으로 묘사되기를 항상 요구하죠. (중략)


그래서 우리가 더 많이 시달리다 보니 이렇게 잘 된 거 같습니다.





 처음 해당 인터뷰 영상을 봤을 땐 ‘우리가 그렇게 까다로웠나?’ 싶었는데, 



이 영화를 보고 그의 인터뷰를 다시 보자니 우리가 지금 누리고 있는 국내 스크린 개봉 작품, OTT 작품의 수준이 당연한 것이 아니란 걸 알았다.




더불어 우리나라 감독들이 정말 대단한 사람들이구나를 다시 한번 느낀 영화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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