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비 <으르렁 소아과> 서평 글
어른은 아이를 통해 어른이 된다.
염혜원 작가님의 신작 <으르렁 소아과>가 발간되었다. 전작 <으르렁 이발소> 이후 2년 만이다.
<으르렁 이발소>는 작가님의 실제 경험담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그림책이라고 한다. 아이가 이발소에 갈 때마다 눈물을 보여 이렇게나 싫어하는데 머리를 꼭 잘라야 하나 고민했다는 작가님. 훗날 아이에게 그 이유를 물어봤더니 아이 또한 그 이유가 기억이 나지 않는다고 했다.
<으르렁 이발소>가 머리 자르기 무서워했던 아이에 대한 경험담이라면, 신작 <으르렁 소아과>는 아마 병원 가기 무서워했던 아이와의 추억을 담은 책이 아닌가 싶다. 아니, 어쩌면 주사 맞기를 무서워하는 모든 어른 아이들의 마음을 대변해주는 책이 이 <으르렁 소아과>가 아닐까 싶다.
*줄거리
<으르렁 이발소> 때보다 조금은 성장한 아들 사자. 그에게 커다란 시련이 닥쳤다. 바로 병원에서 주사 맞는 날이기 때문이다. 동생에게 타의 모범이 되기 위해 아들 사자는 동생의 가이드를 자처한다. 곰 선생님은 진료를 보실 때 청진기를 따뜻하게 데운다는 소소한 꿀팁까지 동생에게 알려주는데, 동생은 생각보다 무덤덤해한다.
대망의 주사 맞는 시간. 아들 사자가 머뭇거리는 동안, 동생 사자가 먼저 주사를 맞겠다고 나선다. 이럴 수가! 오빠의 체면이 있지, 아들 사자는 자신은 이제 아기가 아니니 괜찮다며 사자후를 내뱉는다. 동생이 무서워할까 봐(전혀 무서워하지 않는데도ㅎㅎ), 주사를 맞는 순서까지 친히 알려주는 아들 사자는 동생의 손을 꼭 잡아주며 주사에 대한 아픔과 두려움을 잊을 수 있게 도와준다.
어렸을 때, 누구나 한 번쯤 무서워했을 주사 맞는 시간.
책을 읽으며 나의 어린 시절이 떠올랐다. 나는 어렸을 때부터 엄청난 울보였다. 하지만 놀랍게도(?) 주사 맞을 때만큼은 아들 사자처럼 무섭지 않은 척했던 어린아이였다. 울지 않았던 이유는 엄마나 간호사 선생님이 칭찬을 해주는 게 기분이 좋았기 때문이다. 지금 와서 생각해 보면 너무 어려서부터 그런 것을 의식하고 살았던 게 아닌가 싶은 생각이 든다. 어린이는 어린이답게 솔직하게 무서운걸 무섭다 말해도 괜찮았을 텐데 그 시절 나는 일찍부터 어른이 되고 싶었던 것 같다.
그림책은 언제 봐도 좋다.
그림책을 볼 때면 어린 시절의 나로 돌아가는 것 같다.
어린 나의, 현재의 나의 부족함을 괜찮다고 이해해주는 그런 시간을 보내게 해주는 것이 그림책의 매력이 아닌가 싶다.
*해당 도서는 창비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