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일필 May 19. 2022

수학 플레이어가 될 자격을 획득하시겠습니까?

-창비 <도전! 수학 플레이어 1> 서평 글





 신간 서평.

 책을 좋아하는 독자라면 한 번쯤은 써보고 싶은 따끈따끈한 나만의 신작 소개글.



 베스트셀러나 이미 판매가 진행되는 상품은 이 사람, 저 사람의 말과 글이 추천 사라는 이름으로 뒤엉켜 있기에 날것 그대로의 감상을 하기란 쉽지 않다.
 

 하지만 아직 출간되지 않은 가제본은 다르다. 영화로 치면 시사회랄까. 


개인적으론 베스트셀러에 두터운 불신이 있는지라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 책을 굳이 읽어 보려 하지 않는다. 칭찬일색인 베스트셀러를 호기롭게 읽어보고 배신감을 느낀 적이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이다.




책 선택의 실패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베스트셀러를 배제하고, 유명 작가를 무조건 쫓지 말고 나만의 취향을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 나만의 취향이 생기게 되면 분야별로 내 취향에 맞는 작가들을 발견하게 된다.


지금 읽으려는 이 책이 나의 취향에 맞을지 안 맞을지는 누구도 알 수 없다. 중요한 것은 누군가의 추천에만 의지해 책을 고르는 것이 아니라 나에게 맞는 책은 나 스스로 찾아가는 감을 기르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도전! 수학 플레이어(가제)>를 읽는다는 것은 도전에 가까웠다.













수학.

뼛속까지 문과인 나에게도 '수학, 과학'이라는 단어는 달갑지 않은 분야이다. 설령 그것이 초등 수학, 과학이라도 말이다.


아이들 또한 마찬가지다.

워낙 '수학, 과학'이란 단어에 기겁하는 아이들이 많다 보니, 선생님의 입장에선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게 하기 위해 귀여운 눈치싸움과 실랑이를 벌일 때가 있다.

학원에 오는 아이들에게는 다양한 분야의 책을 읽으라 강권하면서 선생님이 되어 입맛에만 맞는 책을 가려 읽을 수는 없겠다는 생각에 자그마치 수학책 서평단에 지원하게 됐다.








해당 도서는 창비로부터 서평 작성을 위해 무상으로 제공받았습니다.




다른 이의 서평을 읽으며 부러웠던 것은 위의 문장이었다. 남들이 읽어보지 않은 따끈한 신작. 게다가 가제본.










5월 10일 화요일.  
서평단에 당첨되었다는 문자가 왔다. 



책이 배송 오기를 기다리는 동안,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소개글을 다시 읽어 보았다.




"수학 판타지 동화."



수학과 판타지의 만남이라니, 어려운 수학 공식을 판타지로 어떻게 풀어 나갔을지 궁금했다. 주 타깃 연령층은 몇 세일지 이런저런 생각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지만 다행히 궁금증은 오래가지 않았다. 



하루 만에 배송 온 책.




 약 170페이지 분량의 얇은 책.
 1권이라고 또렷이 쓰여있는 것을 보니 시리즈물인 모양인데, 과연 몇 권까지 나올지.



 가제본이라 그런 것인지 흑백의 그림과 대사가 영화의 콘티북을 떠오르게 했다.



 하. 지. 만. 아쉬웠던 부분도 있었다. 

 그림을 이용해 주인공과 배경, 상황 설명을 자세하게 한 것은 좋았지만, 오히려 이 장면이 나를 혼란스럽게 만들었다. 



 첫 장, '블랙홀의 감시자'에서는 주인공 '진'과 그의 부모님 그리고 어떻게 블랙홀을 이용해 그들과 접촉을 하였는지에 대한 배경 설명이 나온다. 이러한 배경 설명만 들어갔다면 좋았을 텐데, 주인공 가족과 한 지붕 아래 산다는 윤경이네 이야기를 굳이 넣은 것은 뜬금없었다.



 윤경이네 이야기는 그 이후 챕터에서 언급해도 좋았을 것 같지만 추측컨데 윤경이가 앞으로 주인공 '진'과 같이 모험을 헤쳐나갈 주요 인물이기 때문에 굳이 첫 페이지에 넣는 선택을 했던 것 같다.


 또한 같은 장에서 2차원, 3차원에 대한 설명은 아이들이 이해하기에는 조금 무리가 있는 설정이 아닌가 싶다.




 하지만 첫 장만 무난하게 넘어간다면 뒤의 내용부터는 아이들도 흥미를 가질만한 내용과 요소들이 나오기 때문에 타깃 연령층은 생각보다 낮아질 수 있다고 본다.




이과가 또...



 흥미로웠던 부분은 두 번째 장인 '의문의 스마트폰'에서 진을 만난 네르가 대화하고 있는 공간인 가상현실에 대해 설명하는 부분이었다. 



이 프로그램 속 가상의 공간에서는 나를 대신하는 캐릭터가 아닌 나의 실제 의식이 존재합니다. (p.41)




 실제 몸은 잠들어 있지만 의식은 가상공간에 남는다는 설정이 세기말에 우리를 설레게 했던 '매트릭스'를 떠오르게 했다. '요즘' 아이들은 하나씩 갖고 있는 스마트폰 어플을 이용해 가상공간에서 공부를 할 수 있다는 설정은 어른에게도 흥미로운 요소였다.




 여느 게임이 그러하듯 이 '수학 플레이어'에도 튜토리얼은 존재하는데, 튜토리얼을 통해 진은 부모님이 돌아가신 후 잊고 있던 수학에 대한 열정에 불을 지피게 된다.




 수학 플레이어의 목적은 진 박사님과 저희가 교류하는 것에 있지 않습니다. 네르가 설명했겠지만, 진 박사님을 훌륭한 수학자로 만드는 것에 있지요. 박사님은 프로그램에 설계된 게임을 진행하면서 수학자로서의 소양을 갖추시게 될 것입니다. (p.80)




 가장 기억에 남는 장면은 진이 수학 공부에 흥미를 붙일수록 그에 비례해 레벨이 오르는 것이었다. 아이들이 공부를 힘들어하는 데는 자신이 노력한 만큼 성취감이 수치로 나타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인데, 공부도 인생도 이렇게 눈에 보이는 수치로 성장을 할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책을 읽으며, 진이 하는 수학 플레이어의 튜토리얼처럼 인생 튜토리얼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미연시나 프린세스 메이커처럼 중간중간 저장할 수도 있고, 실패했을 경우 저장했던 그 순간으로 돌아가 다시 도전해 볼 수 있는 그런 것 말이다. 어른도 어른이 처음이고 물어보고 싶은 것도 많은데, 이런 가상현실이 어른에게도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인생 1 회차라 아직 모르는 게 너무 많다.





 나에게 인생 플레이를 할 수 있는 기회가 온다면 나는 수락 버튼을 누를까 거절 버튼을 누를까. 나의 결정만큼이나 앞으로 진의 모험도 기대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다 같은 나무인 줄 알았어>그런데 아니었더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