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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Oct 09. 2021

누군가에겐 완전한 행복

-정유정 작가, 완전한 행복 리뷰(1)

 개인적으론 베스트셀러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다.

베스트셀러 중에 나에게 맞지 않은 책들이 더러 있기 때문에 베스트셀러가 스테디셀러가 되면 그제야 관심을 갖고 리뷰를 찾아보는 편이다. 그렇기 때문에 대부분의 한국 소설은 발간한 지 1년이 지나서야 읽게 되는 편인 것 같다.


정유정 작가의 '7년의 밤'은 오래전부터 익히 들어 알고 있었지만 그 당시의 나는 소설보다는 인문 쪽에 관심이 있는 편이었기 때문에 다음에 다음에를 외치다가 결국 정유정작가의 작품 하나도 접하지 못하고 시간만 흐르고야 말았다.


그렇기 때문에 '완전한 행복'은 나에게 첫 정유정 작가의 작품 인 셈.



 독서모임을 하면 내가 잘 읽지 않는 책, 잘 몰랐던 책에 대해 접할 수 있는 기회가 생기고 책 편식을 하는 것도 줄어들기 때문에 힘들더라도 꾸준히 하려고 하는 편이다. 이 작품도 사실 별 기대 없이 독서모임의 지정도서이기 때문에 읽었던 것인데, 결론부터 말하자면 1년 동안 독서모임을 한 작품 중에 10점 만점에 10점을 준 작품은 이 작품이 처음이었다.



"영화계에 봉테일이 있다면, 문학계에는 정유정이 있다."



 이 작품이 좋았던 이유는 장면마다 배치해 놓은 소품 하나하나 이유가 없는 것이 단 하나도 없었다는 점이다. 과거에는 영화나 드라마가 스토리와 배우의 스타성을 중요하게 생각하고 제작했다면, 요즘엔 소위 말하는 개연상 노출되는 '떡밥'이 관객과 시청자들을 흥분시키고 밈(Meme)이 얼마나 확대 재생산되느냐에 따라 성공 여부를 가르게 되는 것 같다. '완전한 행복' 또한 넷플릭스 드라마로 제작되면 꽤 화제를 모을 법한 스토리 전개와 떡밥들로 구성되어 있다.



(아... 시청률에 민감했던 옛 시절 본방사수는 이제 옛말.)



  오죽하면, 북 토크를 다닌 적이 없는 내가 바로 이 시국(코로나 시국)에 그녀의 북 토크가 열리는 선릉역 <최인아 책방>까지 갔겠는가. (2021.07.09 방문. 4단계가 막 시작된 시기였다. 물론 난 백신 걸이었지/)




 이미 500페이지 중 400페이지를 (하루 만에) 읽고 간 상태이기 때문에 질문할 거리가 한가득이었다.(나머지 100페이지를 마저 읽지 못한 것은 허리가 너무 아파서였다.ㅜㅠㅠㅜㅋㅋㅋ)

이 책을 읽었던 일요일은 폭풍우라 할 만큼 비가 억수같이 내렸던 시기였기 때문에 날씨마저 몰입이 잘될 수 있게 도와줬다.



책을 읽으면서 궁금했던 점은

1. 굳이 빨간색 남동생 인형을 넣은 이유

2. 겉표지에 대한 궁금증

3. 지유가 읽고 아끼던 겨울왕국 '새로운 운명'의 의미


대략, 이 정도였는데 북 토크를 듣는 내내 해소된 내용도 있었고, 나름대로 홀로 정리된 내용, 새로운 궁금증 같은 것이 생겨났다.


 대략 한 시간 반 정도 작가님이 나르시시스트와 관련된 학술적인 내용을 정리해주셨고, 이 스토리가 실제 그 사건에서 모티브를 얻은 것은 맞지만 엄연히 다른 내용이라는 것을 주지 시켰다.(이 내용은 다음 편에 계속)

'신유나는 굉장히 남자들을 매료시키는 매혹적인 인물로 나오지만 실제 그 인물이 그런지 아닌지 알 수도 없고 전혀 상관도 없다.' 고 하셨다.


 

 작가님의 이야기가 끝나고 질문의 시간이 주어져서 오신 분들이 각자의 감상과 궁금한 점에 대해 질문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남들 앞에서 손을 들고 뭔가를 말하는 것을 잘 못하는데 여기까지 왔는데 질문을 안 하면 진짜 바보 똥 멍청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용기를 내어 질문을 했다.


 첫 번째 궁금했던 '굳이 빨간색 남동생 인형을 넣은 이유'에 관한 것이었는데.(p.32)

지유는 다락방에서 아빠 인형, 엄마 인형, 유나 인형, 오리 인형(신재인)의 일부를 발견한다. 이 네 인형에 대한 의미는 이해가 됐지만 같이 있던 빨간색 남동생 인형은 도통 이해가 가지 않았다. 아마 대부분은 나처럼 유나 아래에 죽은 남동생이라도 있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었을 것이다.


작가님께서는 이 질문에 대해 이렇게 답했다.


"남동생이라는 것은 유나의 남동생을 말하는 것이 아닙니다. 이것은 유나의 망상 속에서 완전한 가족 구성, 엄마, 아빠, 딸과, 아들. 자기의 순혈로 만들어진 가족을 의미하고, 재인이는 사라져야 할 방해꾼을 의미합니다."



 이후로도 겉표지에 대한 질문이 다른 질문자의 입을 통해 나와 그에 대한 은행나무 출판사 이진희 이사님의 답을 들을 수 있었다.


이 겉표지 디자인은 정유정 작가님의 겉표지를 늘 그려주시는 독일에 계신 오진경 실장님 작품인데, 실장님께서 잔혹동화 같은 일러스트를 그리셨고 작품 내용에 따라 관련 있는 모자, 오리, 장화 같은 디테일함을 살리셨다고 한다. 완전/ 한/ 행복 을 일부러 띄어 쓴 것은 별다른 의미가 있는 것은 아니고 미적인 부분을 고려하다 보니 띄어서 배치하게 된 것 같다고 하셨다.




 아무래도 현장에 디자이너가 있던 것이 아니다 보니 원하는 답변을 들을 수는 없었지만 개인적으로 느꼈던 것은 밀짚모자를 쓴 남자는 첫 번째 희생된 남편, 머리가 길고 캡 모자를 쓴 것은 신유나, 밀짚모자를 쓴 어린아이는 지유가 아닌 둘째 남편과 전처소생의 노아, 노아가 안고 있는 되강 오리는 신재인을 의미한다고 생각한다. (밀짚모자=남자, 캡 모자=여자)




  


 "행복이란 덧셈이 아니야, 행복은 뺄셈이야. 불행을 하나하나 지워나가는 것이야. 완전해질 때까지 불행의 가능성을 없애가는 것."




 이러한 나름의 분석을 한 이유는 '완전한 행복'이라는 제목처럼 신유나에게 있어서 완전한 행복이란 본인의 행복에 걸림돌이 되는 첫 번째 남편(서준영), 두 번째 남편과 전처소생(노아), 어린 시절 자신을 고통스러운 할머니 댁에 보낸 원흉이라고 생각하는 친언니(신재인)를 제거하는 것이 진정한 완전한 행복이 되기 때문이다.  (물론 밀짚모자를 쓴 어린아이가 노아라고 치면 장화 색깔(서지유의 장화)이 말이 안 되기는 한다 ㅠㅠㅜㅜㅠ)



 밀짚모자를 쓴 어린아이를 자유라고 생각하기엔 무리가 있다고 보는데,

아무래도 신유나가 자신의 아름다운 작품이라 생각하는 서지유와 (아직까지 사이가 좋은) 두 번째 남편 차은호가 함께한 모습이라고 생각하기엔 분위기가 너무나도 을씨년스럽고 섬뜩하기 때문이다.



 궁금한 점이 더 있었지만 시간 관계상 질의응답 시간은 마무리가 되어 질문을 더 할 수가 없었다.


그. 러. 나 포기하기엔 너무 아쉽지.

나에게 남은 마지막 질문의 기회는 바로 사인을 받는 그 순간.


사인을 받을 수 있는 차례를 기다리며 머리로 작가님께 질문드릴 대사를 여러 번 시뮬레이션을 했다.


다가온 나의 차례!




"저기요."




????????????????????????

(저기요. 라니.... 아유 슈어?? 예의 집에 두고 왔니?)



첫 시작을 잘못 끊게 되니 무슨 말을 해야 할지 횡설수설. 그 후로 고장 난 채로 질문을 이어나갔다.



Q. 신유나와 차은호가 처음 만난 곳인 러시아 블라디보스토크 묘사를 위해 직접 방문을 하고, 그곳에서 실제 경험했던 이야기를 극 중에 풀어쓰셨다고 하셨는데, 그럼 개떼들에게 쫓기는 장면도 진짜 겪었던 이야기인가요?


A. ㅎㅎ 맞아요. 개들을 피하기 위해 누가바를 던진 것도 실제 있었던 이야기예요.



Q. 지유는 늘 아빠인 서준영이 사준 <겨울왕국:새로운 운명>을 보물처럼 들고 다니는데 지유가 신유나의 그림자에서 벗어나 새로운 삶과 운명을 살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넣으신 것인지요?


 A. 맞아요.ㅎㅎ 참 섬세하시네요.



 참 섬세하시네요?!


참 섬세하시네요네요네요네요(echo)



칭.찬.받.았.다

이 밤의 주인공은 나야 나!! 너만을 기다려온 나야 나!!(내적 댄스)




(나만의 이기적인 행복이 아닌) 함께, 행복하시기를...




(리뷰는 2편에서 계속됩니다.)


#정유정 #완전한행복 #최인아책방 #북토크 #책리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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