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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n 26. 2022

마침내, <헤어질 결심>을 했다.

-박찬욱 감독의 <헤어질 결심>을 보고.

 





<헤어질 결심>


언뜻 들어서는 의미를 알 수 없는 이 제목.


처음엔 제목이 선뜻 와닿지 않았다.



운이 좋아 영화 시사회를 가게 됐을 때도





 왜 그 영화 있잖아.
박찬욱 감독이 칸에서 상 탄 그 영화.
뭐였더라. 헤어진...
아무튼 오늘 그거 보러 가는데...





입에 붙지 않았던 그 이름이.


영화를 다 본 현재.


입 안에 선명히 남아버렸다.










 <헤어질 결심>, 헤어질 결심을 하다.




 영화 전체를 관통한 제목으로 이보다 더 좋은 게 있을까.



  




 '헤어질 결심'에 대한 진짜 의미를 알아버린 순간.

 


 마음이 '턱' 하고 내려앉았다.











 

한 공간, 다른 표정




 

 형사와 용의자의 러브 스토리.


 어쩌면 뻔한 이야기.




 

 <헤어질 결심>은 그 뻔한 이야기마저 숨 막히게 치명적으로 그려냈다.



 <화양연화>를 오마주 한 듯한 화면 구도는 그처럼 강렬한 톤을 쓰지 않고도 그들의 아슬아슬한 관계를 설명해준다.






초록색으로 보이기도 하고 파란색으로 보이기도 하는 파도 벽지


  <화양연화>가 붉음으로 사랑을 표현했다면, <헤어질 결심>은 초록색인지 파란색인지 알 수 없는 색으로 그들의 관계를 설명해준다.








 초록색. 혹은 파란색.



 묘한 그들의 관계처럼 영화는 시종일관 제 색을 바꾼다.







 

 

 형사가 살인 용의자를, 용의자가 형사를.

 

 서로를 관음 하고, 서로를 기록하다,

 

 마. 침. 내. 


 서로에게 미완이 된다.

 














 



 



박찬욱 감독하면 떠오르는 세 가지.




캐릭터, 미장센, 하드코어.






 

 그의 영화엔 늘 진취적이고 매력적인 여성 캐릭터가 등장한다.



 <친절한 금자 씨>의 금자, <박쥐>의 태주, <아가씨>의 히데코와 숙희.



 여성 캐릭터가 자신의 감정과 욕망에 솔직해질수록 그의 영화는 빛을 발한다.



 금자 씨는 살인, 태주는 변신, 히데코와 숙희는 파괴란 방법으로 자신의 목적에 도달했다면



서래(탕웨이 분)는 결심으로 자신의 목적에 도달한다.



 













환상의 케미를 자랑했던 두 배우



 두 배우는 찰떡같은 호흡을 자랑했지만


 박찬욱 영화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마음 놓고 둘의 케미를 즐길 수 없다.




 누구의 뚝배기가 언제 깨질지 긴장의 끈을 놓아선 안된다.


 


 상대는 박찬욱이니까.









 그런 지점에 있어서 이 영화는 이전의 영화와 비교해 박찬욱 특유의 색깔이 덜 드러난 작품이다.  



 드러내지 못한 게 아니라, 드러내지 않은 거라 보는 게 맞을 거다.






연출의 승리



 영화를 보는 동안엔 이 영화가 스릴러라고 생각했다.

 미끼를 물면 안 돼. 상대는 박찬욱이야.






 하지만 엔딩 크레디트가 올라가고 나서야 비로소 이 영화가 로맨스 영화임을 인정했다.





 분명 스릴러인데 심리적으로 간질간질했다.

 



 긴장의 끈을 놓으면 안 되는데, 자꾸만 그 끈을 놓고만 싶었다.









설명할 수 없는 감정.







 박찬욱은 '로맨스릴러'라는 장르를 이용해



 '박찬욱 표 심리 로맨스릴러'라는 새로운 장르를 만들어냈다.






















 두 명의 명감독이 있었다.






 한 명은 관객이 자신의 연출한 의도를 이해해주길 바랐고




 한 명은 자신의 필름 안에서 관객이 마음껏 헤엄치길 바랐다.






 박찬욱은 관객에게 자신의 메시지를 공들여 설명하지 않았다.




 그저 어디로 도망갈 수 없게 그곳에 붙잡아 놓았을 뿐이다.



















 한동안은 이 영화와 헤어질 결심을 할 수 없을 것 같다.













* 이 영화는 세세한 내용을 스포를 당하기엔 너무 아까운 영화다. 관객 모두 극장에서 오롯이 이들의 이야기를 즐기며 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 아이폰 쓰시는 분들 영화 보실 땐 핸드폰 꺼두시길.











#박찬욱 #헤어질 결심 #탕웨이 #박해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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