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 프린스와 그루트의 등장.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프린스(당시 초5)와 그루트(당시 초3)의 첫인상은 그랬다.
당시의 나는 황토색 울코트(?)에 긴 머리를 한쪽으로 늘어뜨린 COOOOOOOOL 한 어머님에 대한 강렬한 인상에 정신이 팔려 체험 수업하러 온 두 아이들을 관찰할 여유는 없었다.
1시간 정도 소요되는 체험 수업이 끝나고 난 뒤, 원장님과 어머님은 상담을 위해 교실 밖으로 나가셨고, 아이들은 자리에 앉아 상담이 끝나길 기다렸다. 말을 한 번 건네볼까 하다 아이들이 붐비는 시간대라 그럴 여유가 없었다.
잠시 뒤 여유가 조금 생겼고, 체험수업에 썼던 교재를 정리하기 위해 아이들 곁으로 다가갔다. 책 정리를 하는데 참고자료용 파일 하나가 보이지 않았다. 혹시나 하고 형으로 보이는 아이에게 파일의 행방을 물었다.
"어... 저도... 잘..." 아이는 당황해했다.
우리 학원은 교재마다 얇은 파일 하나씩을 껴놓는데, 수업 보충용 참고자료라 없어져도 새로 출력해 만들면 되는 것이라 큰 문제는 없었다.
괜찮다고 또 뽑으면 된다고 신경 쓰지 말라고 아이를 안심시켰다.
파일 실종은 까맣게 잊고 한참 다른 아이들과 씨름을 하고 있는데 아이가 웃으며 내게 다가왔다.
아이의 손에는 내가 찾고 있던 파일이 들려있었다.
"상담하시려고 갖고 나가셨나 봐요." 아이는 공손하게 내게 파일을 건넸다.
아이에게 내색은 안 했지만 솔직히 깜짝 놀랐다.
보통의 아이들은 처음 온 학원의 참고자료가 없어져도 그것을 찾아야겠다는 생각까지 하지 못한다. 어른도 마찬가지 일 것이다. 처음 온 장소의 물건까지 생각할 여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런데 아이는 그것을 계속 생각하고 있었다. 작은 것 하나도 사소하게 여기지 않고 자신의 썼던 물건을 찾아냈다. 별 일 아닐 수 있겠지만 고작 인생 12년 차 아이의 책임감에 감탄했다.
상담 후 두 아이 모두 학원에 등록했다.
한동안은 아이들 모두 원장님과 공부를 해서 말을 나눌 기회는 없었다. 자신이 가르침을 받지 않는 선생님에게 인사하기가 어색하고 머쓱했을 텐데 아이들은 언제나 늘 허리를 숙여 공손하게 인사했다.
집으로 돌아가는 아이들의 뒷모습을 보며 아이들의 어머님이 궁금해졌다.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비법 좀 물어보고 싶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