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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일필 Jul 16. 2022

어머님이 누구니(1)

#3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어머님이 누구니.
도대체 어떻게 너를 이렇게 키우셨니?


박진영 <어머님이 누구니>

















 학원에서 일을 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성격을 가진 아이들을 만나게 된다.


 톡 쏘듯 말을 하는 아이, 대답보다는 표정으로 말을 하는 아이, 어떤 때에도 조용히 할 것 하는 아이.

 




 처음엔 한 아이의 따지는 듯한 말투가 마음에 걸렸다.



 '굳이 왜 저런 표현을 쓰지?'



 한동안 마음에 담아두었다가 고의는 아니겠지 싶어 깊게 생각하지 않았다.





 몇 달 뒤,


 학부모님과 마주칠 일이 거의 없는데, 그날은 우연히 그 아이의 어머님을 만나게 됐다.


 대화를 한두 마디를 나눴을 뿐인데, 찌인하게 느껴지는 그 아이의 향기.


 웃음이 나왔다. 어머님의 말투가 아이와 똑같았다.



  '너, 엄마를 닮았구나.'



 그 후로는 아이들의 말투와 사소한 행동까지 크게 신경 쓰지 않게 됐다.





 생각해보면 나의 유일한 개인기는 '엄마 성대모사'였다.



 말투뿐만 아니라 목소리도 똑같아서 모르는 사람이 들어도 우리가 모녀지간인 것을 알았다.



 나에겐 아빠와 엄마의 장, 단점이 골고루 스며들어있다.



 내가 닮기 싫었던 아빠, 엄마의 단점. 부정하려 해도 어느새 나도 똑같이 하고 있었다.



 금쪽같은 내 새끼를 보거나 아이들을 상대하다 보면, 집 안의 분위기가 아이에게 미치는 영향이 생각보다 크다는 것을 느낀다.


 













 아이들과 함께하다 보면 본의 아니게 아이들의 사생활(?)까지 알게 된다.

 이번 주말에 뭘 했는지, 집에서 무슨 일 있었는지 아이들은 미주알고주알 자신의 이야기를 털어놓는다.



 물론 선생님 대나무 숲의 보안은 생명이다.

 아이와의 끈끈한 우정이 지속되길 바란다면 말이다.



 

 이렇게 소소한 사생활 공유를 하다 보면, 유달리 마음 가는 아이도 생기기 마련이다.


 





 



 

 학원 일을 시작한 지 얼마 안 됐을 때 일이다.


 원장님은 잠깐 출타 중이셨고, 나는 교실에서 2,3명의 아이를 돌보고 있었다.






 갑자기 학원 문이 열렸다.


 그리고 바람처럼 쿨한 인상의 어머님이 한 분이 들어오셨다.


 그랬다. 어머님의 첫인상은 COOOOOOOOOOL 그 자체였다.


 어머님 뒤로 남자아이 둘이 병아리처럼 따라 들어왔다.



 어쩐 일로 오셨는지 여쭤보자 '약속한 체험 수업을 하러 왔다'며 인사하셨다.




 오 마이 갓.

 체. 험. 수. 업?.... 그게 뭐지...? 따로 이야기 들은 게 없었는데...

 정신 차려라 휴먼.



 지금이야 체험수업 정도는 어렵지 않은 퀘스트지만 입사 한 달 차인 나에게 체험수업은 들어본 적 없는 하드코어 미션이었다.




 급하게 원장님께 전화를 걸어보았지만 연락이 닿지 않았다.


 참으로 오랜만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의 동공 지진을 느끼셨던 걸까.


 죄송하다는 나의 말에 어머님은 쿨하게 기다리겠다고 말씀하셨다.




 영겁의 시간 뒤,

 원장님께서 돌아오셨고 아이들의 체험 수업은 시작되었다.




 

 그때는 몰랐다.

 엄마 뒤를 쪼르르 따라오던 그 녀석들과 꽤나 각별한 사이가 될 줄은.











팀 버튼 꿈나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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