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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꾸러기 골목대장 Jul 09. 2024

기다림

내가 너라면 

너는 나인가?


천수관음의 현몽인 줄 알았다.


짜디짠 삶의 세포들이

잔 파도에도 일렁거렸다.




 충남 홍성군 서부면 남당항 부근 바다에 가면 어촌계에서 관리하는 바지락 양식장을 만납니다. 

바지락을 캐서 씻거나 작업을 하기 위해 시멘트 구조물을 만들어 놓았는데, 

그곳 바닥에 뿌리를 내린 말미잘을 쉽게 볼 수 있습니다. 

물은 탁하고 부유물이 떠다니지만 말미잘의 자태는 선명하고 부드러우며 아름답게 보였습니다. 

말미잘을 오래 처다보니 천수관음을 보는 듯 하였습니다.

잔망거리는 파도에도 하늘하늘 춤을 추는 말미잘의 수많은 촉수들이 

중생 구제를 발원하는 천수관음의 손놀림으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오랜 시간 처다보니 마치 제 몸에서도 천수가 춤을 추는 환영을 보았습니다. 

무엇이든 너무 오래 바라보면 착각과 착시가 오니 적당한 거리두기가 필요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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