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재고하다 : 어떤 일이나 문제 따위에 대하여 다시 생각하다 -
아이들은 보통 어른의 격려와 지지를 먹고 자랍니다. '한 아이가 자라는 데 온 마을이 필요하다.'라는 말처럼 지속적인 관심과 응원이 필요한 존재입니다. 요즘 아이들은 많은 요구와 필요를 거침없이 말합니다. 학교 생활 규정이나 시설물 이용 규칙 정하기 등 자신들의 생활과 직접적인 관련이 있으면 더 적극적인 의사를 피력합니다.
예전에 근무했던 학교에는 관리되지 않던 도서관이 있었습니다. 아이들이 거의 한 학기 동안 고민하고 고민하여 도서관을 실내 놀이 공간으로 바꾸는 사업을 하였습니다. 황사나 미세먼지가 많은 날에는 도서관이 미어 터집니다.
고학년들은 주로 DDR 펌프를 좋아합니다. 쿠션 매트가 깔려 있어서 마음껏 점프하고 발을 굴러도 진동이 거의 전달되지 않습니다. 유치원과 저학년 친구들은 스피드 하키 놀이기구를 주로 이용합니다. 키 작은 친구들을 위해 스툴 의자도 비치하였습니다.
닌텐도 게임 공간과 음악 감상 공간, 보드 게임 공간 등이 있어서자유롭게 선택하여 이용하지만 그래도 늘 붐비는 곳이 있기 마련입니다. 종종 유치원생이나 초등 저학년들은 교장실로 달려와 선배들의 만행(?)에 대한 하소연을 하기 일쑤입니다.
아이들의 민원(?)을 접수한 이상 뭔가 대책이 필요하였습니다. 그래서 한 달에 한 번 있는 다모임 시간에 실내 놀이실 이용 규칙을 정하도록 하였습니다. 한 시간의 토론과 토의 끝에 6학년 전교어린이회장과 학년 회장들이 정리한 내용을 들고 교장실로 찾아왔습니다. 이용 규칙은 고학년들에게 유리한 내용들이 많았습니다.
교장실을 나가면서 한 아이가 조그맣게 투덜대는 소리가 들렸습니다.
갑자기 한 대 맞은 기분이 들었습니다. 투덜대던 아이를 불러 '재고하다'라는 말의 뜻을 네이버 사전에서 찾아 보여주었습니다. 그랬더니 이해하였다는 표정으로 인사를 하고는 나가버렸습니다.
아이들의 언어로, 아이들의 눈높이에 맞추어 말하려고 의도적으로 노력하지만 종종 입에 배어버린 말들이 의식보다 먼저 나갑니다. 아이들은 '재고'란 단어를 '팔다가 남아서 창고에 쌓여있는 물건'쯤으로 받아들여서 생긴 오해아닌 오해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