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학교는 갈등과 혼돈의 시대를 지나고 있습니다. 2023년 7월 18일 서울 서이초 새내기 교사의 자살 사건으로 학교 현장은 그동안 잠재되어 왔던 갈등과 반목의 생채기들이 그대로 드러났습니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민원과 갑질을 숙명처럼 받아들이며 교단을 지켜왔던 많은 이들이 분연히 일어나서 교권을 지켜달라고 호소하였습니다. 그들의 호소에 교권 보호를 위한 입법들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애매모호한 내용들로 여전히 혼란스럽기만 합니다. 더 이상 오를 곳이 없는 막다른 계단을 한 걸음 한 걸음 옮기면서 교직을 선택한 것에 대한 회한과 자괴감으로 하루 하루를 힘겹게 버티고 있는 선생님들이 많습니다.
33년을 초등 교원으로 근무하면서 선배 교사의 업무 떠넘기기, 관리자의 부당한 지시와 갑질은 마음의 깊은 상처로 남았습니다. 열심히 하면 잘난 척한다 하고, 주말이나 휴일에 프로그램을 운영하면 관리자에게 잘 보이려고 안달났냐고 비아냥을 들어야 했습니다. 훗날 관리자가 되고 나니 수많은 민원으로부터 벗어나는 게 쉽지 않았습니다. 민원은 학교 구성원에서부터 학부모, 지역사회 가리지 않으며, 근무시간이나 퇴근 이후 시간도 가리지 않았습니다. 어떨 때는 새벽에도 문자 폭탄이 쏟아졌습니다. 정년을 6년이나 남기고 교직을 떠났습니다. 더 이상 막다른 골목으로 내몰리는 제 자신이 두려웠기 때문입니다.
현재 대한민국의 학교는 맘카페에 주눅 든 선생님, 학부모의 감정쓰레기통이 되어버린 학급 단톡방, 교(직)원단체간의 갈등으로 멍드는 조직 문화, 국민신문고(국민청원) 답변 준비로 바쁜 학교, 학교폭력으로 멍드는 교실, 설문 조사하다 아무것도 못하는 교육 활동, 고소와 고발로 무너 저버린 교권, 눈감고 귀 닫아 버린 학교 관리자들, 현장 지원이 거의 이루어지지 않는 교육지원청과 시•도 교육청, 선생님들도 잘 모르는 국가 교육과정이 쳇바퀴처럼 뒤엉켜 돌아가고 있습니다.
공교육에 적응하지 못하고 학교 밖을 떠도는 학생들은 매년 늘어가고 있습니다. 디지털 문화의 발달을 따라가지 못하는 공교육의 틀 안에 학생들은 머무르고 싶어 하지 않습니다. 국가 교육과정은 시대 흐름에 대응한다고 수시로 개정하지만 학교 현장에서는 무엇이 개정되었는지, 그것들이 어떻게 실현될 수 있는지에 대한 불안감만 만연합니다. 그러다 보니 2022 개정 교육과정의 '깊이있는 학습'과 '교사(학생)주도성'이라는 담론을 펼치기에는 늘 역부족인 상황들을 직면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학교 교육 공동체가 함께 만들어가는 아름다운 세상을 여전히 기대하고 있습니다. 교장으로 발령을 받아 갔던 두 곳 학교들은 교육 공동체가 하나가 되어 교육활동을 펼쳐 나갔습니다. 학교 교육에 대한 학부모의 적극적인 지원과 응원, 지역 사회의 재능 기부와 재정적 지원, 끊임없이 연구하고 협력하여 생애주기 맞춤형 교육과정을 만들어가면서 디지털 교과서를 활용한 수업 혁신과 학생주도성을 키워주던 선생님, 학생들의 안전과 교육과정 운영 지원을 위해 헌신하던 행정실과 계약제 직원들의 하모니를 잊을 수 없습니다.
다시 한번 학교의 안녕을 물으며 '지금 학교는 아픕니다' 발행을 위한 머나먼 여정을 떠나고자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