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학교는 많이 아픕니다. 학교 구성원 모두 힘들고 고난길이 되어버린 학교를 터전으로 출퇴근과 등하교를 하고 있습니다. 학교 구성원간의 갈등이나 관리자의 갑질로 극단적 선택을 하는 선생님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학부모들의 갑질과 폭언은 일상이 되어 버렸고, 시도 교육청이나 지역교육지원청에 수시로 민원을 넣어 선생님들의 교육 활동을 위축시키기도 합니다. 그래도 마음에 들지 않으면 국민신문고나 국민청원으로 괴롭히는 학부모도 있습니다. 선생님들이 가장 힘들어하는 국민신문고 민원은 이루 형언할 수 없는 고통을 안겨줍니다. 사실이 왜곡되거나 과장된 민원을 넣어도 예전에는 대부분 선생님들의 숙이고 들어갔습니다. 하지만 교권이 신장되고, 인권에 대한 감수성이 높아진 선생님들은 적극적으로 대응하고 나서면서 갈등은 심화되고 있습니다. 국민신문고에 민원이 올라오면 반드시 답변을 하여야 하고, 민원 해결 방안과 재발 방지 대책을 정리하여 답변해도 이미 갈등의 골이 깊어진 후라 쉽게 끝나지 않는 경우도 있습니다.
국민신문고에서는 '국민의 작은 소리도 크게 듣겠다'고 하지만 정작 공무원이 민원 대상인 경우에는 강압적으로 답변을 작성하여 올리라고 통보하는 게 일상입니다. 전교어린이회장 선거에 출마한 아이가 부정한 방법으로 선거운동을 하여 후보 자격이 박탈당하자 온갖 민원과 국민신문고 민원으로 담당 선생님과 학교 관리자를 궁지로 몰아 넣은 경우도 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는 보통 수업에 지장이 없는 시간을 이용하여 학교 체육시설을 개방하고 있습니다. 업무 처리로 초과근무를 하던 중 우연히 체육관에 들렀다가 배트민턴 클럽 이용자들이 탈의실에서 흡연하는 장면을 목격하고 엄중 주의를 요구한 적이 있었습니다. 그랬더니 그들은 그날 밤 국민신문고에 체육관 라이트를 관리하지 않으면서 사용료만 징수한다고 민원을 올렸습니다. 체육관 라이트 교체를 위해서는 고설 장치를 사용하여야 하고, 교체를 위해 업체와 계약을 맺어 기다리는 중이라고 클럽 회장에게 공지하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입니다. 민원과 관련된 답변을 작성하여 올렸더니 지역 교육지원청에서 연락이 왔습니다. 민원인이 민원을 내릴 수 없다고 하니 다시 답변을 정리하여 올려달라고 하였습니다. 조속한 민원 해결을 위한 방안을 지역교육지원청과 협의하여 올렸지만 이번에도 답변은 내려지지 않았습니다. 민원인은 답변에 띄어쓰기가 틀린 곳이 세 곳이나 되어 성의없는 답변으로 판단되어 철회가 어렵다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띄어쓰기가 틀린 곳을 찾아 수정하여 올린 후에야 민원은 한 달 만에 철회되었습니다.
각급 학교는 지금도 민원같지 않은 민원으로 고통받고 있습니다. 이유도 분명하지 않고, 목적도 분명하지 않은 민원도 많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 학교로 배부된 급식비 나눠달라는 민원도 받아봤습니다. 화장실에 비데 설치 안되어 있다고 시달려 보기도 하였습니다. 많은 선생님들이 사명감과 소명 의식보다는 자괴감으로 병들어가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대화와 타협을 통해 충분히 해결할 수 있음에도 국민신문고나 온라인 민원으로 갈등의 골을 깊게 만들지 않는 지혜가 필요합니다. 이제부터라도 선생님들의 작은 소리도 귀 기울여 들어야 할 때입니다. 더 늦기 전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