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는 33년간 초등학교 교단을 지키다 명예퇴직을 신청하여 지금은 대한민국의 교육을 안타까움과 절망의 눈으로 자조하고 있는 전직 교사입니다. 처음 발령받았을 당시에는 학부모가 교사를 절대적으로 신뢰하고 응원하고 지지하여 주었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협업과 협력의 관계가 아닌 고소와 고발로 얼룩지는 교단이 되어가고 있습니다. 그 이면에는 자녀교육에 모든 것을 거는 학부모의 집착과 욕심이 자리하고 있습니다. 대부분 한 자녀만 낳아 양육하면서 삶의 지향을 '내 아이만 잘 되면 된다'라는, 다소 독선적이고 편협화된 사고로 아이뿐만 아니라 교육의 근간마저 흔들고 있습니다.
"선생님에 대한 존경과 믿음과 신뢰는 2000년대 이전에나 존재했다"는 동료 교사들의 이야기를 들을 때 마다 마음이 아프고 저립니다. 교단을 떠나지 못하고 있는 자신들을 자책하는 선생님들도 만납니다. 무엇이 우리의 교단을 악마화 시키고 있는 걸까요? 교감으로 승진하는 순간부터 빨리 그만두지 않으면 미칠지도 모른다는 공포가 늘 곁에 있었습니다. 그렇게 불안과 불면의 교감 근무로 3년 6개월을 보내고, 초등학교 교장으로 5년 6개월을 더 근무하다 정년 6년을 남기고 교단을 떠났습니다. 아무것도 할 수 없는 관리자의 시간은 철저하게 죽은 시간이 되어버렸습니다.
학부모로부터 고소나 고발을 당해 경찰서나 검찰로 불려다니는 선생님들을 볼 때 마다 언젠가는 저의 일이 될 수도 있다는 불안감이 늘 망령처럼 떠돌았습니다. 작년 서이초등학교 선생님의 사망 사건이 일어나기 전까지는 수면 아래 잠들어 있었지만 활화산처럼 타오르던 선생님들의 분노를 이해하며 동의하게 됩니다.
정말 선생님들이 이런 일로 고소 고발을 당해야 하는지는 지금도 판단이 서지 않습니다. 관리자로 있을 때 겪었던 일들을 정리하면서 직접 교육을 담당하는 선생님들은 더욱 고통스러울 것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 가정통신문에 이해하기 힘든 단어를 써서 학부모를 기만하였으니 고발하겠다.
- 점심시간에 운동장에 두 아이가 싸웠는데 담임교사가 무능해서 발견못했다고 아동학대로 신고하겠다.
- 연필깎다 손을 다쳤는데 위험한 물건을 가지고 다니게 한 것은 잘못이니 보상하지 않으면 아동 방임으로 고소하겠다.
- 종례 늦게해서 학원차 놓쳤으니 하루 강의료 돌려달라.
- 가정에서 원격수업하고 있으니 급식비 지원받은 거 통장으로 입금해 달라.
- 내 아이 학폭으로 처분받으면 무조건 담임선생님 아동유기방임으로 고소하겠다.
- 내 아이 철봉 무서워 하는데 매달리게 하여 트라우마 생겼으니 교장선생님이 조치를 취해 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