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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난나나 Nov 13. 2024

학교폭력으로 멍드는 교실

  교육부는 매년 학교폭력 실태 조사 결과를 1차 전수조사와 전년도 2차 표본 조사 결과를 발표합니다. 학교폭력실태조사는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 제11조에 따른 것으로, 각 시도교육감은 학교폭력 실태를 파악하고 학교폭력에 대한 예방대책 수립을 위해 연 2회 이상 실시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학교폭력 실태조사는 학생들의 자발적 참여를 원칙으로 하며, 온라인과 모바일 기기를 이용하여 조사에 참여하도록 합니다. 2024년 1차 전수조사 참여율은 81.7%, 2023년 2차 표본조사 참여율은 72.6%로 최근 3년간 지속적으로 응답율이 감소하는 추세입니다.

   학교폭력 중 언어폭력 비중이 가장 높으며, 신체폭력이나 집단 따돌림도 높은 비중을 차지합니다. 요즘은 SNS나 온라인 공간에서 이루어지는 사이버 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습니다. 사이버 폭력은 확산성과 심각성 면에서 회복할 수 없는 피해를 만들고 있습니다. 특히 딥페이크 기법을 이용한 성폭력은 친구뿐만 아니라 선생님들도 표적이 되고 있는 실정입니다. 

  학교폭력 가해자에 대한 조치 사항은 모두 9가지로 이루어져 있지만, 의무 교육에 해당하는 초등학교와 중학교 학생들은 최고 조치가 '전학' 이고, 9호 처분인 '퇴학'은 고등학교에서만 적용됩니다. 교감으로 근무할 당시 학교폭력대책심의위원회(지금은 학교에서 지역교육지원청으로 업무 이관)를 개최하여 보면 가해 학생이나 학부모는 당당하고, 피해 학생이나 학부모는 스스로를 자책하거나 죄인인 것처럼 반응하는 것에 분노를 느낀 경우가 허다하였습니다. '학교폭력예방 및 대책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가(피)해 학생 또는 그 보호자는 행정심판을 청구하거나 행정 소송을 제기할 수 있다고 명시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행정심판이나 행정소송은 가해 학생측에서 청구하거나 제기하는 경우가 대부분이었습니다. 

   대부분의 학교폭력 유형들은 심각한 육체적 정신적 피해를 동반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조치 사항들은 피해 학생들의 입장에서 보면 피해 구제에 그다지 도움이 되는 조치들이 아닙니다. 피해 학생들의 경우 참고 인내하며 학교 생활을 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가해 학생들의 경우 법적 다툼을 불사하더라도 조치 감경이나 무효를 위해 법률 전문가의 조력을 받는 경우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이러다 보니 학교는 마치 어른들의 축소판이 아니라 복사판이 되어버렸습니다. 심지어 어른들보다 더 잔혹한 범죄 행위를 저질러도 크게 반성하거나 피해자에게 진정한 사과를 하지도 않습니다. 

  학교에서는 관계중심 생활교육이라는 명목하에 학교폭력 문제를 소극적으로 접근하는 경향이 있습니다. 학교장 긴급조치로 가해 학생에 대한 '학급교체'를 할 수 있지만, 가해 추정 학생이라 학부모들은 행정적인 조치들을 들고 나옵니다. 학교장 자체해결 범위를 확대한다고 하지만 선언적 내용이 될 가능성이 높습니다. 학생, 교사 학부모 등 학교 구성원 모두가 학교폭력에 대한 내용과 책임을 확인하고 실천할 수 있는 '학교문화 책임규약'을 제정해 폭력없는 학교 문화를 조성한다고 합니다. 지금까지 이런 노력들이 없어서 학교폭력이 발생한 것이 아님을 명심해야 합니다. 학교폭력이 분명한 범죄 행위임을 자각할 수 있는 조치들이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학교는 배움이 일어나는 곳이 아니라 학교폭력으로 멍드는 곳, 안전하지 않는 배움터가 될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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