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의 교육과정은 그동안 11번의 개정과 변화를 겪으며 지금에 이르고 있습니다. 미 군정 시기의 교수 요목기를 지나 1954년부터 1963년까지 적용된 제1차 교육과정이 본격적인 국가 수준의 교육과정의 시초라 할 수 있습니다. 1963년부터 1973년까지 제2차 교육과정, 1973년부터 1981년까지 제3차 교육과정, 1981년부터 1987년까지 제4차 교육과정, 1987년부터 1992년까지 제5차 교육과정이 적용되었습니다.
1985년 교육대학에 입학하면서 제4차 교육과정과 제5차 교육과정을 배우고, 1990년 발령받아 5차 교육과정을 2년 정도 가르쳤습니다. 1992년부터 1997년 제6차 교육과정이 적용되면서 순식간에 3개의 교육과정을 겪어야 했습니다. 1997년부터 2007년까지 7차교육과정에 이어 2007 개정 교육과정이 2009년까지 적용되었습니다. 뒤이어 2009 개정 교육과정과 2015 개정 교육과정에 이어 현재는 2015 개정교육과정과 2022 개정 교육과정이 학교 현장에 적용되고 있습니다. 2027년이면 초중고 모두 전학년이 2022 개정교육과정을 적용하게 됩니다.
급격한 교육과정의 변화는 학교 현장에는 혼란을 초래하기도 합니다. 수시 개정의 필요성에 따라 2007 개정 교육과정 이후로는 개정의 주기가 짧아지고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 변동되는 용어나 새로이 도입된 개념들로 선생님들 사이에서도 의견이 분분합니다.
특히,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교원 연수는 턱없이 부족한 상태에서 출발하였습니다. 학교 현장에서는 교육부에서 배부한 교육과정 해설서를 중심으로 독학을 한다고 하소연하는 소리도 들었습니다. 교육과정 개정에 따른 철학적 배경이나 시대적 배경을 이해하지 못한 채 교육과정 총론과 각론을 이해하라고 한다면 해석만 분분해지고 있습니다.
예비교사를 대상으로 한 연수를 진행하면서 2022 개정 교육과정에 대한 질문을 한 적이 있었는데, 마치 금시 초문인 것처럼 대답하였습니다. 나중에 발령받으면 그 때 알아도 된다고 답변하기도 하였습니다.
'깊이있는 학습'은 무엇이고 '학습자 주도성'은 무엇인지, 이런 개념들이 어떤 철학과 실현 방법들을 지향하는 지 등에 대한 고민도, 답변도 들을 수 없었습니다. '2022 개정 교육과정 총론 주요사항(시안)'이나 '초중등 교육과정 총론'은 무슨 일이 있더라도 읽고, 이해하고 학생들을 가르쳐 달라고 부탁아닌 부탁을 하였습니다.
왜 이런 일이 벌어지고 있는 걸까요? 개정 교육과정 전달 연수의 부족을 이유로 꼽을 수 있습니다. 퇴직 전 근무하던 시기가 2022 개정교육과정 시안이 발표된 시기였습니다. 그 이후 같이 근무했던 선생님들과 대화를 하던 중 교육과정 전달 연수 부족으로 인한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교육과정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교과서를 가르칠 수 밖에 없는 현실이 우리 교육의 맹점이 아닌지 걱정이 큽니다.
교육부의 교육개혁 9대 과제를 보면서 '교육혁명으로 디지털 대전환을 이끄는 인재 양성'을 할 수 있을지 의문이 들기도 합니다. 교육부를 혁명하는 것이 교육혁명으로 나아가는 지름길이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