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에는 다양한 교원단체와 교직원 단체가 있습니다. 가장 대표적인 한국교원단체총연합회(한국교총)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은 오랜 역사와 함께 교원들의 권익을 위해 많은 노력을 기울여 왔습니다. 현재는 현장 중심의 교사들로 조직된 교사노동조합연맹(교사노조)은 서이초등학교 사건을 겪으면서 대한민국 최대 규모의 교원 단체로 성장하였습니다. 이외에도 뉴라이트교원노동조합, 자유교직원노동조합, 한국교직원노동조합 등이 활동을 하고 있습니다. 한국공무원노동조합, 각 시도별 교육행정직공무원노동조합, 기능직공무원노동조합, 전국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 등도 각 직군의 권익을 보호하고 신장시키기 위해 단체협상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들은 각 학교에 다양한 형태로 존재하고 있습니다. 교직단체 하부 지부가 없는 학교도 아주 드물게 있기는 하지만 지금은 몇 개의 교직 단체 구성원들이 근무하고 있습니다. 이들 단체는 고용의 주체인 상급 기관을 대상으로 단체협약 체결을 위한 협상과 조정 회의를 수시로 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상하게도 학교에 존재하는 각 단체들이 한 번에 모여서 공통의 권익과 업무 조정을 위해 교섭 테이블에 모인 적이 없습니다. 각각의 단체들이 시도 교육감과 개별 교섭을 벌이고, 단체협약 사항을 공표합니다. 교원 단체간 이견은 그리 크지 않지만 교원 단체와 행정직, 교원 단체와 기능직 단체, 교원 단체와 비정규직 단체와의 갈등은 상존하고 있습니다. 각각의 권익과 업무량을 줄이기 위한 단체교섭으로 학교는 업무 조정과 협력이라고 하는 공동선을 추구하는데 많은 어려움을 겪고 있습니다.
새로운 업무나 담당 부서를 구분하기 애매한 경우, 갈등은 더욱 커집니다. 교무실에서 처리해야 한다 행정실 업무다 하면서 갈등하는 모습을 수없이 겪었습니다. 오죽하면 도교육청에 공문 시행할 때 업무 처리 부서를 교무실에서 할 지 행정실에서 처리할지 명시하여 달라고 요청도 하였습니다. 상급 기관으로부터 단위 학교장 주관으로 부서 협의를 통해 사무 분장을 하도록 자율권을 주고 있다는 원론적인 답변만 돌아왔습니다.
대한민국의 학교는 그리 건강한 문화를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학교장의 업무 조정 노력도 교직단체나 공무원 노조의 압력으로 변경되거나 폐기되어 버리기도 합니다. 학교 조직 문화가 학교장의 리더십으로 유지되기 어렵게 만든 주범은 바로 시도 교육청의 책임이 큽니다. 학교에 존재하는 다양한 교직 단체들과의 개별적인 교섭이 아니라 집단 교섭이 필요한 시점입니다. 우유값 징수를 누가 할 것인지를 가지고도 갈등하고, 행사에 필요한 물품 품의 처리 부서를 가지고도 갈등합니다. 행사를 위해 집기나 물건을 옮기는 것도 처리 부서를 따집니다. 학생들을 가르치는 교육 기관이 가장 비교육적인 모습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특정 교원단체 출신 교육감은 자신이 몸담았던 교원단체와의 교섭을 아주 열심히 하였습니다. 하지만, 새로 선출된 교육감은 전임 교육감과 특정 교원단체가 맺은 교섭안을 무효화하였습니다. 앞으로 첨예한 갈등이 생길 것이 불보듯 뻔합니다. 이게 대한민국 교육의 현실이자 미래일런지도 모릅니다.
교육 기관과 학교에 존재하는 다양한 권익단체나 직능단체의 대표들이 모두 한 자리에 모여 교섭을 하지 않는 한 이런 문제는 앞으로 더욱 심화될 것으로 판단됩니다. 이런 학교에서 배움을 키워가는 아이들에게 미안해지는 대한민국의 교육 현실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