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주 가는 절을 찾아 가다가 사찰 경내에서 우연히 아기 고양이 세 마리를 만났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절에서 조경용으로 놓은 절구 확에 고인 물을 먹고 있었습니다. 물에 빠지기라도 하는 날에는 쉽게 빠져 나오기 어려워 보였습니다. 아기 고양이들은 물을 먹기 위해 최대한 엉거주춤한 자세로 혀를 날름거리고 있었습니다. 마치 요가나 필라테스 동작을 시연하는 듯 하였습니다. 그러다 눈이 마주치자 마자 숲 속으로 후다닥 종적을 감추었습니다. 법당에 들러 저의 발복과 아기 고양이들의 무사 안일을 빌고, 보살님께 빈 그릇을 얻어 물을 담아 아기 고양이들이 있던 곳에 놓아두었습니다. 그리고는 먼 발치에서 아기 고양이들의 동태를 살폈습니다. 그런데, 세 마리의 아기 고양이는 제가 갖다 놓은 물그릇을 외면하였습니다. 기존의 위험한 장소에서 다시 물을 먹고 있었습니다. 아기 고양이가 있는 곳에서 조금 떨어진 곳에 어미 고양이가 경계의 눈으로 저를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얼마 후 다시 절을 찾아가면서 사료와 간식을 챙겨 갔습니다. 아기 고양이는 보이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싶어 사료와 간식을 절구 확 주변에 놓아 두었습니다. 보살님이나 스님께서도 아기 고양이를 못본 지 여러 날이 지났답니다. 아쉬움을 뒤로 하고 내려오는데 아기 고양이들이 보였습니다. 사료와 간식을 깨끗하게 먹었습니다. 저를 바라보는 눈빛이 더 달라는 듯 하였습니다. 보통의 길냥이 새끼들은 주변 환경에 대한 경계심이 아주 높아서 쉽게 만나기가 어렵습니다. 그런데 요놈들은 아주 오래 인연을 맺은 것 같은 눈망울로 처다보았습니다. 딱히 도망갈 생각도 없어 보였습니다.
그 자리에 한참 동안 서서 아기 고양이들의 초롱한 눈망울을 가슴에 담았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촬영을 하려고 하자 잽싸게 몸을 감추었습니다. 아마 위협적인 동작으로 보였나 봅니다. 아기 고양이들 모습은 피사체가 흔들린 사진으로 남았습니다. 선명하지 않아 더욱 애잔합니다. 아기 고양이 세마리의 건강과 무탈함을 또 빌어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