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을 걷다 보면 종종 상처 가득한 나무들을 만납니다. 사람들의 눈높이로 뻗은 가지들은 가차없이 잘려져 나갑니다. 사람의 필요에 의해 살고 싶어 하지 않은 곳에 심어 놓고는 통행에 방해된다고 가지를 자릅니다. '열 손가락 깨물어 안 아픈 손가락 없다'며 훈계하던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생존의 감옥에서 그들은 스스로 살아남기 위해 몸부림을 칩니다.
감당하기 힘든 고통을 말로 표현할 수 없어 수액과 송진으로 쏟아냅니다. 이 녀석 곁을 지날 때마다 고개를 다른 쪽으로 돌리고 지나갑니다. 바람이 불 때면 자신의 몸을 왜 그랬냐고 따지는 것 같은 환청이 들리기도 합니다. 푸르름을 자랑하던 활엽수들은 가을이 되면 여지없이 가지를 잘리고, 멀리서 보면 토르소 작품들이 줄 맞춰 서 있는 것 같은 착시를 경험합니다.
상처난 나무들은 그래도 살아있다는 것에 감사를 하는 것 같습니다. 그늘을 주기도 하고, 술래잡기 하는 아이들에게 벽이 되어 주기도 하고, 수많은 곤충과 새들에게 생존의 공간을 제공하기도 합니다. 자신을 지키기 위해 단단한 마음의 근육을 키워가는 나무들에게 찬사를 보냅니다. 오늘은 나무에게 사랑한다고, 살아줘서 고맙다고 끌어안고 인사를 해야겠습니다.
서른 살에 세계 100대 대학 중 한 곳인 중국 푸단대학교의 교수가 되었지만 암 판정을 받고 치열하게 살다간 위지안의 『오늘 내가 살아갈 이유』를 읽어야겠습니다. 삶에 대한 긍정과 희망, 가족에 대한 사랑을 담았습니다. 운명조차 빼앗지 못한 '영혼의 기록'을 블친님들도 만나보시면 좋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