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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노현정 Mar 13. 2019

소녀는 어디로 간 걸까- 4화

끝나지 않은 이야기

키가 지금보다 작고 얼굴에 살이 없으며 머리가 아주 짧았으나 그녀는 학생이 된 희성을 금방 모습을 알아볼 수 있었다. 정현은 그가 화장실에서 나와 어느 버스로 돌아가는 지를 끝까지 지켜보았다. 경주 수학여행 코스는 뻔 하니 그가 탄 버스를 다시 만날 수 있기를 바랐다.


(희성은 분명 나보다 한 살이 어리잖아... 할머니는 분명 나보다 두 살 많은 오빠라고 했는데.)


휴게소에 정차했던 버스는 하나 둘 휴게소를 떠났고 정현의 버스도 경주를 향해 출발하였다. 버스에 탄 내내 정현은 머릿속이 복잡했다.


수학여행 이틀째 되는 날 정현의 학교 학생들은 불국사에 갔다. 일찍 출발하여 도착하니 그 넓은 주차장에 단체버스가 두 대밖에 주차되어있지 않았다. 가만히 보니 그 두 대 중 한 대가 희성네 학교 버스다. 호루라기 소리에 맞춰 정열을 흐트러트리지 않았던 담임은 불국사에 도착하여 드디어 학생 각자에게 자유시간을 주었다. 정현은 불국사를 재빠르게 스캔해 나갔다. 대웅전 근처까지 가보니 뒤쪽으로 작은 벤치가 있었다. 아직 이른 시간이라 붐비지 않았는데 벤치에 낯익은 남자아이가 혼자 앉아 있었다. 희성이다. 한쪽 귀에 이어폰을 꽂고 대웅전을 등진 채 고개를 숙이고 있었다. 정현은 약간 떨어진 위치에 자리를 잡고 앉았다. 갑작스러운 여학생의 등장에 희성이 움찔하며 그녀를 흘깃 보았다.


"수학여행 온 거야?"


"나.. 나? 으응. 근데 넌 뭐야?"


"응?"


"너 나 알아? 뭔데 반말이야. 보아하니 나이도 엄청 어려 보이는 구만."


정현은 예상 밖의 반응에 약간 당황하였다. 그리고 그의 얼굴을 정면으로 보니 그녀가 현재 알고 있는 희성보다 훨씬 더 잘 생겼다. 멀리서 보고 말랐다고 생각했으나 가까이 보니 현빈 같은 턱선에 정우성의 눈과 코를 닮았다. 그러고 보니 정현의 엄마 결혼식 사진에서 봤던 그 눈매다. 말투는 거칠고 까칠한 것이 절대로 지금과 같은 모범생 타입이 아니었다.


"나 중학교 3학년인데. 너는?"


"나 너보다 오빠야. 중학교 교복을 입고 있지만 너보다 두 살이나 많아. 나한테 반말 까지마."


"아. 그렇구나. 네."


"꺼져 그럼."


그녀는 주머니 속에 있는 메모지와 펜을 꺼냈다. 신기하게도 그녀가 거울에 빨려 들어갔을 때 챙긴 메모지와 펜은 옷이 바뀌었어도 그대로 주머니에 있었다. 할머니의 말을 다시 확인했다.


(그래. 역시 나보다 두 살 위라고 했어.)


"근데 왜 아직 중학생이에요?"


"니가 알게 뭔 대? 출생신고가 늦어서 그랬다. 왜 꼽냐. 존댓말 하려니?"


"그렇구나. 만나서 반가웠어요. 또 만나요."


"뭐야 쟤. 내가 너를 왜 또 만나."


정현은 자리에 일어나 친구들이 있는 쪽으로 향해 그녀의 친구들 그룹 사이에 끼었다.


그 후 3박 4일 일정 동안 정현은 희성을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올라오는 버스 안에서 그녀가 지닌 메모지를 확인했다. 동진중학교. 분명 그가 입고 있던 교복 상의에 한자로 동진중학교라고 쓰여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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