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느리게 여행하기
꽤 오랜 시간 취준을 하며, 많은 탈락을 경험했다.
내 20대의 지나가는 시간들이 너무 아까웠다.
뭐라도 해내고 싶다는, 꾸준히 꿈틀대던 마음의 소리가 점점 크게 들렸다. 펑 터져버리기 직전, 나는 나홀로 국토대장정을 냅다 떠났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18박 19일의 여정, 느린 여행을 잘 마칠 수 있었다.
땡볕에 땀이 범벅이 되고, 온 발에 물집이 잡히고, 아킬레스건이 너무 아파 신발을 눌러신고 다녔어도 행복했다.
걸으며 철학적 사유를 하고, 나에게만 온전히 집중해주었던 시간들은 내게 고스란히 위로가 되어주었다.
서울에서부터 걸어서 바다를 보고, 부산역에 도착하기까지 555km의 여정은 내게 고스란히 뭐든 해낼 수 있다는 자신감이 되어주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