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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홀로 냅다 국토대장정: 쉬어가기

2일차. 할머니와의 데이트

by Jenna

꿈도 안꾸고 기절하듯 푹 자고 일어났다.

창 밖을 보니, 장마철이라 그런지 비가 꽤 많이 오고 있었다.

비오는 김에 컨디션도 좀 더 회복할 겸 하루 쉬어가기로 결정했다.

쉬어간다고 생각하니 마음이 편해졌다.

하루종일 무거운 짐을 메고 걷는다는 것에 익숙하지 않았고,

도보가 없어 찻길을 건너야하는 상황, 시도때도 없이 고픈 배, 아픈 다리와 어깨 등등 모든 상황이 낯설었기에.

한풀 꺾인 의욕을 다시 충전해줘야 했다.


그래서 오랜만에 할머니와 하루동안 데이트하기로 했다!

점심엔 할머니 손을 꼭잡고 뼈해장국을 먹으러 다녀왔고, 후식으로 맥도날드 맥플러리를 사왔다.

할머니와 거실에 나란히 앉아 TV를 보며 아이스크림을 먹는 이 순간.

'아-얼마만에 느끼는 편안함과 여유인가' 어릴 때 할머니 손에 자란 나로서는 할머니집만큼 편안한 곳이 없었다.


끊임없이 뭔가 해야만 죄책감이 사라지는, 취준생으로서의 나날들을 보내다가 나름 성취를 위한 명분이 생긴 순간이라 몸과 마음이 동시에 쉴 수 있었다.

아이스크림을 해치우고, 얼마안가 할머니는 간식으로 닭을 시켜먹자고 하셨다.

아! 치킨! 치킨이야말로 힐링이지. 황금올리브치킨을 시켜 또 열심히 먹었다.

할머니와 쉬고, 먹고, 놀고. 그렇게 하루 푹 쉬고나니 다시 걸을 용기가 샘솟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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