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일차. 처음은 누구나 힘들다
(‘22년도의 국토종주 이야기를‘ 25년도에 연재 중!)
준비는 거의 일주일만에 완료되었던 것 같다.
가방은 친구한테 빌리고, 신발은 급하게 사러 다녀왔다.
다이소에서 대부분의 물품들을 사고, 없는건 동묘를 뒤져 사왔다.
약부터 옷, 우비, 보호대 등등 나름 만반의 준비를 마쳤다.
그리고, 걷기를 위한 규칙을 세웠다. 안전은 1순위, 저녁에는 걷지 않기, 매일 일기로 상세히 기록하기 등등.
걷기를 위한 루틴도 만들었다. 기상 > 발 테이핑 및 무릎 보호대 착용 > 기록 시작 > 하루 2-30km 걷기 (중간중간 쉬고, 마사지하기) > 숙소 도착해 씻고, 손빨래 > 저녁 든든히 챙겨먹기 > 물집 터트려 치료하고, 말리기 > 다음날 일정짜기 > 취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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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발 당일, 최종점검을 마치고 테이핑까지 완료 후 출발했다.
막상 출발하려니 조금은 두려웠다.
그렇지만, 되든 안되든 일단 해보자는 생각으로 힘차게 출발했다.
익숙하지 않은 차림으로 몸만한 가방을 매고 길을 나섰다.
과천역에서부터 출발점인 서울역까지 지하철을 타고 가야했는데 왠지 모르게 어색하고, 쑥쓰러웠다.
마치 초보 산행가 같았달까?
서울역에 도착해 행인분들께 시작점에서의 기념 사진을 부탁드렸다.
맘에 들때까지 3번 정도 다시 부탁드렸던 것 같다. 시작은 중요하니까,,!
아주 맘에 드는 사진을 건진 후, 바로 힘차게 출발했다.
을지로쯤 도착하니, 생각보다 걸어서 금방이네? 하는 생각이 들었다.
매번 대중교통으로 멀다고 생각했던 회기나 청량리를 걸어서 도착했을 땐 정말 색다른 느낌이었다.
걸을 땐, 사실 별 생각없이 걸었다. 너무 힘들었기에,,
분명 아르기닌도 먹어주고, 중간중간 쉬어줬다. 밥도 든든하게 먹고, 컨디션도 괜찮았다.
잘 해낼 수 있을 거라고 생각했는데,, 가방을 짊어지고 25km를 걷는다는 것은 내 생각보다 훨씬 힘들었다.
발과 다리뿐만 아니라 어깨까지 너무 아팠고, 그렇게 걸었는데 겨우 서울역에서 덕소라니.. 당장 포기하고 싶었다.
첫 날은 덕소 할머니집에 도착해 쉬었다. 할머니집에 도착해 할머니를 보는 순간, 난 살았다..! 생각이 들었다.
엄마와 친구들한테 반드시 성공하고 오겠다고 호언장담을 하고 왔기에, 그리고 나 스스로와 약속했기에 쉽게 포기할 수 없었다.
도착하자마자 짐을 전부 빼서 최대한 가볍게 만드는 작업부터 했다.
거의 쓸 일없는 화장품들을 먼저 빼고, 레깅스빼고는 바지도 빼버렸다.
빨아쓰면 되는 반팔, 양말 등도 몇 개 빼고, 아주 작은 것이라도 필요없으면 다 빼버렸다.
그리고 다시 가방을 매보니 할 수 있겠다는 자신감이 다시 스멀스멀 올라왔다. (혹시라도 국토대장정을 하려는 사람이 있다면 최대한 짐을 빼고 시작하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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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에 대해 복기해봤다.
이번엔 힘든 것을 넘어 본질에 대한 고민이 생겼다.
국토대장정을 꼭 해야하는게 맞는가? 아직 첫 날이라 그런지, 큰 의미와 즐거움을 느끼진 못했다.
하지만 뭘 또 생각하냐, 그냥 하면 되지. 의미와 즐거움은 계속 걷다보면 생기겠지.
다시 마음을 고쳐먹고, 인생의 큰 성공 경험을 만들어 낼 나를 기대하며 걷기로 했다.
씻고 나서, 맛있는 할머니 집밥을 먹고 나니 천국이 따로 없었다.
물집과 상처도 치료하고, 어깨와 허리에 파스도 붙여두었다.
할머니와 함께 TV도 보며 잔뜩 힐링하고 나니, 금세 컨디션이 회복되었다.
그렇게 아찔했던 첫 날의 기억을 가지고, 금세 기절 수준으로 잠에 들어버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