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이곳에 머무는 시간은 생각보다 짧고, 또 생각보다 길다. 마치 길을 잃은 여행자처럼 헤매는 30대의 나날들 속에서, 어떤 답도 확신할 수 없는 시간이 흐른다. 하지만 어쩌면, 그 "길 잃음" 자체가 우리 삶의 진짜 모습인지도 모르겠다. 우리는 답을 찾는 존재가 아니라, 질문을 안고 살아가는 존재니까.
어떤 날은, 모든 게 끝난 것만 같았다. 발끝으로 다가온 불안과 두려움이 너무 선명해서 더 이상 나아갈 힘조차 없는 것처럼 느껴졌다. 하지만 그 순간에 깨닫게 되는 건, 끝이라는 건 실제로 존재하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우리는 결국 매 순간 새로 시작하고 있지만, 출발점보단 종점이 더 선명하게 기억에 남는다.
길을 잃었다고 느껴질 때는 잠시 멈춰도 좋다. 아니, 어쩌면 멈춰야 한다. 멈춤 속에서만 들리는 소리가 있고, 멈춤 속에서만 보이는 풍경이 있으니까. 길 위에서 서성이다 보면 그 순간에 비로소 진짜 나를 만날 수 있을지도 모른다. 그건, 정답을 찾는 것보다 더 중요한 발견일 것이다.
돌아가는 길은 어떨까. 우리는 보통 앞을 향해야 한다고 믿지만, 때로는 뒤를 돌아보는 것이야말로 가장 용기 있는 선택일 수도 있다. 어쩌면 우리가 찾고 있는 것은 이미 지나쳐 온 풍경 속에 숨어 있을지도 모른다. 느린 걸음으로 되짚어보는 그 길 위에서, 잃어버렸던 조각들을 다시 만날 수 있을지도.
30대의 방황은 특별하다. 우리는 젊음의 절정에 서 있으면서도, 동시에 무언가를 떠나보내는 시기이다. 그것은 상실이 아니라, 새로운 것을 맞이할 준비를 하는 과정이라고 본다. 그래서 당신의 느린 걸음이, 당신의 멈춤이, 당신의 돌아섬이 모두 귀하고 의미 있는 일인 것이다.
오늘 당신에게, 그리고 나에게 꼭 말하고 싶다. "정답이 아니어도 괜찮고, 돌아가도 괜찮고, 멈춰서도 괜찮고, 조금 느려도 괜찮다." 그 모든 순간이 모여 당신을 만들어 가는 중이라고. 그리고 이미 충분히 가치 있다고. 이 길 잃은 여행이 끝났을 때, 당신이 발견할 풍경은 분명 더 아름다울 거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