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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이 될 수 있는 말의 힘

by 유 정

말은 단순한 소리가 아니다. 그것은 우리 삶을 빚어내는 도구이자, 보이지 않는 실로 사람과 사람을 연결하는 다리이다. 누군가의 입에서 나온 한마디는 다른 누군가의 마음을 흔들고, 그 마음의 파동은 또 다른 세계를 일으킨다. 말의 힘은 이렇게 끝없이 확장되고, 그 결과는 종종 우리의 상상 너머에 있다.


기억 속 가장 아픈 말은 날카로운 비수가 되어 마음 깊은 곳에 남아 있다. '넌 안 돼.' '왜 그렇게밖에 못 해?' 같은 말들은 내 안의 가능성을 잘라내고, 스스로를 미워하게 만든다. 반대로, "네가 자랑스러워" "너라면 할 수 있어"라는 말은 어둠 속에서 빛을 비추는 등불처럼 나를 다시 일으킨다. 우리는 종종 말의 무게를 잊고 살아가지만, 그 무게는 누군가에게는 삶과 죽음을 가르는 무게일 수 있다.


말의 힘은 단지 개인적인 차원을 넘어 사회와 역사 속에서도 거대한 영향을 미친다. 혁명을 일으킨 지도자의 연설,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핀 한 문장, 억압받는 이들의 목소리가 모여 만들어낸 변화는 모두 말에서 시작되었다. 말은 현실을 바꾸는 첫걸음이다. 하지만 그 힘은 양날의 검과 같다. 진실을 밝힐 수도, 거짓으로 세상을 속일 수도 있다.


말의 힘을 가장 실감한 순간은 누군가의 진심이 내게 닿았을 때였다. 상처받고 무너진 날, 소중한 사람이 조용히 건넨 "네가 얼마나 소중한 사람인지 알아?"라는 말은 마치 생명줄 같았다. 그 한마디는 내가 다시 일어설 용기를 주었고, 삶을 계속 이어갈 이유를 찾게 해 주었다. 그렇게 말은 나를 살리고, 나를 다시 나답게 만들어 주었다.


우리는 모두 말의 장인이 되어야 한다. 말의 힘을 제대로 이해하고, 그것을 잘 다루는 법을 배워야 한다. 칼로 베는 대신 어루만지고, 무너뜨리는 대신 세워주는 말을 선택해야 한다. 우리의 말은 단순한 의사소통의 도구가 아니라, 세상을 만드는 재료임을 잊지 말자.


그러니 지금 이 순간, 당신의 입에서 나오는 말이 어떤 힘을 지닐지 생각해 보길 바란다. 그 말이 누군가를 구할 수도, 상처를 남길 수도 있다는 사실을 기억하며. 그리고 무엇보다, 당신 자신에게도 따뜻한 말을 건네기를. 말은 당신의 마음에도 뿌리를 내리고 그것을 통해 당신의 삶을 꽃피울 것이기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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