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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오직서가 Jan 19. 2024

01. 여전히 사랑을 배워가

멈춰서 사유



"남자와 여자는 절대 친구가 될 수 없어!"


스물 갓 지나 사귀던 A가 말했다. '세상에 남.사.친은 존재할 수 없어' 그의 확고한 생각에 나는 반론을 제기했다.


남.사.친 B는 친구 이상 이하도 아니었다. 인생의 고민을 나누고, 연애의 고충을 나눴다. 대화의 열애 아홉은 우스갯소리였지만 시시콜콜한 농담으로 불안한 이십 대를 잠시나마 잊을 수 있었다.


"아~ 강원도 바다 보러 가고 싶다."

B가 말했다. 패기 넘치는 이십 대에게 친구의 의리보다 무엇이 중요하리.


"까짓 거! 가자~"

A가 싫어할 것도, 싸움으로 번질 것도 알았다. 예측 가능한 반응에 숨이 조여왔다. 나를 에워싼 철벽을 부셔버리고 싶은 강한 충동을 느꼈다.


'남자와 여자가 충분히 친구가 될 수 있단 걸 보여주지!'

굳이 패기로 맞설 일인가 싶지만, 그때는 그랬다. 반항아가 따로 없었다.



'사랑'을 몰랐다. 보고 싶고, 만나면 좋고, 헤어지면 또 보고 싶은 마음이란 건 알았다. '우정'도 보면 편하고, 재밌고, 안 보면 볼 때 됐구나 싶다. 동전 앞면은 사랑, 뒷면은 우정쯤으로 여겼다. '사랑'은 특별하지 않았다.



갑절의 시간을 보내고야 알았다.

베이고 쓰라린 고통을 느끼고야 배웠다.

아프면 대신 아프고 싶은 그 마음도, 먹는 모습만 봐도 배부른 그 마음도,

안쓰럽고, 애타고, 걱정되는 마음과 마냥 좋은 그 모든 것이  '사랑' 임을.




철없던 어린 내가  "그래서 가능이란 거예요? 불가능하단 거예요?"라고 묻는 다면, 나는 꿀밤부터 한 대 쥐어 주련다. 

"답은 없어! 세상을 바라보는 시선의 차이일 뿐이야.

가능이 불가능으로 생각이 바뀌었다면 비로소 어른이 된 거야."


그 시절 우리 모두 미숙하고 어렸다.

나의 어설픈 방식에 상처를 입은 사람들에게 미안을 건넨다.

서툰 마음을 '사랑'이라 부른 것에

그들의 '사랑'을 알아주지 못한 것에.



사람은 나이를 먹는다. 숫자 늘듯,  '사랑'의 양도 많아질까?

그럼, 세상에 스쿠르지 영감 같은 사람은 존재하지 않겠지

  

메마르고 익숙해지지 않으면 좋겠다.

내 것만 소중히 감싸지 않는 사람으로 나이들면 좋겠다.


보이는 아픔, 보이지 않은 슬픔도 알아채는 사람이길 바란다.

사건의 시시비비보다 '사람'을 챙기는 생을 살길 바란다.     

나도, 너도, 당신도, 우리 모두가.  


 

 

 #오직서가 #읽고 #쓰고 #생각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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