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오직서가 Jan 20. 2024

02. 애도일기

멈춰서 사유


제주에서 애도의 기간을 보낸 산문집을 읽고 있었다.

다섯 장 남아있었고, 고운 문체에 쓰라린 사랑이 서려 있다고 생각했다.



'카톡'

핸드폰 알림이 울렸다. 온라인 4년 지기 글벗 얼굴이 반짝였다 사라졌다.


무슨 일이실까? 반가운 마음이었다.






'1월 00일에 소천하셨음을 알려드립니다.'


이게 뭐지?

이런 톡을 누가, 왜, 나에게 보낸 걸까?

이게 뭘까...

장난이지?


잘못 보낸 거라, 착각일 거라 생각했다.

'마저 일을 하자.' 의지와 상관없이 다시 핸드폰을 열고,

메시지 창을 들여보고, 다시 닫고,  다시 들여다본다


내가 아는 그분 맞나?

정말 맞나?



보낸 이는 그의 따님, 부고장 이름은 그가 맞다.

 '아닐 거야. 착오가 있나 봐' 핸드폰을 닫아버렸다.


요즘 '부고'를 가장한 사기가 기승이라는 말다른 모임방에서 화제다


'그럼, 그렇지~!'

얼른 사기 문자 형태를 눈으로 확인했다. 다시 카톡을 연다.

사기성 문자라 말한 사람은 문자로 왔단다.

덩그러니 링크 하나만 있단다.


내것은 카톡이고 이름과 장소, 날짜도 있다.

그들처럼  내 것도 제발, 사기여라...사기이길.




4년 전이다. 격주마다 온라인으로 만나 글을 나눴다.

서로의 목소리로 글을 들었다. 편의점 하신다 하셨다. 젊을 적 수학 지도 경험을 살려 손자, 손녀 공부를 봐준다고. 그녀는 늘 살갑지 않은 과거 자신을 반성했고, 딸에 대한 미안함을 얘기했다. 일몰과 칠흑의 어둠에 물드는 하늘, 전깃줄과 울긋불긋 다양한 꽃을 사진에 담으셨다. 나이 들어 배운 그림 공부가 재밌다 하셨고, 한국의 '그랜마 모지스'를 꿈꾸셨다.


불과 석 달 전이다. 존 윌리엄스의 <스토너>를 함께 읽었다. 굳건히 자신의 인생을 사는 스토너가 때론 답답해 보여도 그런 삶을 살고 싶다 하셨다.


차창 밖 해 질 녘 나뭇가지에 슬픔이 몰려온다.

책장에 꽂힌 <스토너>를 보아도, 길을 건너는 할머니를 뵈어도 글벗 생각에 눈시울이 뜨겁다.

랜선으로 만난 내가 이러는데 딸의 아픔은 얼마나 깊을까.


산문집 속 그녀는 애도를 위해 섬, '제주'로 갔다 한다.

내가 사는 이곳도 '섬'이니 애도에 도움이 좀 될까?

화창한 봄 꽃 피면 허한 마음이 좀 나아질까?

'뭍'에 봄이 찾아와도 '섬'은 한창 겨울이고

꽃은 느리고 느리게 피는 데 어쩌나.

우리가 알고 지낸 4년 시간을 곱씹으면 좀 괜찮아지려나.





#슬픔에관하여 #글우정 #글과삶을나누다

















작가의 이전글 01. 여전히 사랑을 배워가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