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1. 움직이며 살고 싶었다.

[끄적끄적 한 페이지] 읽고, 쓰고, 사색하는 서가일상

by 오직서가


15년 직장 생활을 끝내며 당분간 머리 쓰는 일은 하고 싶지 않았다.


몸을 움직이고 싶다는 욕망은 공항으로 눈을 돌리게 했다.

생각만으로도 생기 넘치는 그곳에서 활력을 얻을 수 있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들떴다.


그러나, 수백 명의 사람을 대하는 일은 밤에 잠을 잘 때도 목에 피맛 돌게 했고, 억센 사람에게 마음이 헤집힘 당할 때면 그냥 인간이 싫어지기도 했다.


하루 8시간 사무실에 앉아 뚫어져라 모니터만 보는 생활은 최대한 피하고 싶었지만, 배운 게 도둑질이라고 그나마 능숙하게 해낼 일은 그 일뿐이었다.


하루의 대부분을 고정된 거북목 자세로 보내다 점심 먹고 20분도 안 되는 산책에 모든 고충과 스트레스를 털어내는 삶. 이게 최선이라고, 모든 직장인이 그리 산다고 만족해하며 살았다.


크고 유명한 호텔 많은 이곳에선 거리에 룸메이드 교육 지원 플래카드가 종종 걸린다. 1년 전, 이 문구를 처음 보자마자 솔깃했다. 종일 앉아 모니터만 바라보는 생활로 돌아가기 싫던 차에 몸으로 뛰며 하는 일에 급 관심이 갔다.


돈 주고 헬스장 가서 운동도 하는데, 운동도 되고 이어폰으로 음악, 어학, 오디오북 들으며 하니 일석이조다 싶었다.



일반 청소부에서 음악과 책에 빠져 유명해져 TV출현과 강연 요청받지만, 모두 뿌리치고 자신의 행복한 삶에 전념하며 사는 모니카 페트의 <행복한 청소부>, 돌연 직장 그만두고 26살에 청소일 시작한 <저 청소일 하는데요?> 김예지 작가가 떠오르며 긍정적인 부분만 부각되며 내 마음에 큰 둥지를 틀었다.



역동적 삶에 대한 꿈틀거리는 욕망은 '주말 없는 삶을 살 자신이 있는가?'라는 질문을 맞닥뜨리자 홀연히 사라져 버렸다.


2년간 공항 생활하며 가족과 함께 할 수 없는 주말은 사는 것 같지 않은 삶이었다. 그런 생활로 다시 돌아갈 자신이 없었다.


단정한 메이드 복장에 운동화 끈 질끈 묶고, 좋아하는 음악 들으며 정해진 내 구역 청소하며 활기찬 삶을 사는 꿈은 한 편의 공상드라마로 끝나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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