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끄적끄적 한 페이지] 읽고, 쓰고, 사색하는 서가일상
2025년 시작과 동시에 2월을 걱정했다.
지금껏 딱 한 번의 경험이지만, 겨울의 학교는 흥미로운 곳이 아니었기 때문이다.
황량한 사막의 밤은 낮의 뜨거움이 무색할 정도로 기온이 뚝 떨어져 한기가 돈다. 사람 없는 시멘트 건물 학교가 사막의 밤 같다. 히터 온도를 높여도 150g 두툼한 핫 팩을 품에 끼고 있어도 종일 "춥다"는 말만 서로 되풀이할 만큼이다.
끔찍히도 싫은 추위와 외부의 낮은 기온으로부터 전혀 우릴 지켜주지 않는 건물과 대기표 뽑아 놓고 기다릴 정도로 밀려들 전화와 시장통처럼 어수선한 상황에서 초집중을 요구해서 끝내야 하는 일까지.
딱 한번 경험한 그 해 2월은 제대로 숙면 한번 취할 수가 없었다. 내가 놓쳤을지도 모르는 정체 모를 일에 대한 불안감과 종일 걸려온 전화를 받느라 밤이면 따끔 거리는 목에서 옅은 피맛이 낫기 때문이다.
다시 겪고 싶지 않은 겨울이었건만, 두 번째가 되니 신기할 만큼 마음이 차분했다. 정체 모를 불안감에 떨지 않았고, 숱한 전화에도 짜증 나지 않았다. 오히려 여유까지 있었다. 다만, 추운 건 여전했다.
2월을 잘 끝내야 한다는 생각에 인수인계 자료 보완을 거듭해 11페이지를 만들어 두었다. 서로 다른 두 자료에 다양한 함수를 활용해 검증하며 일을 끝내갔다.
'사람인지라 실수할 수 있다'라는 0.001%의 가능성도 떠난 자리에 남기고 싶지 않은 나의 마지막 발악이었다.
온 힘 다해 보낸 2월이 끝을 향해 가고 있었다.
딱 한 주 남은 어느 날엔 "마지막 날엔 되도록 휴가 써서 쉬세요."라는 말까지 들려왔다.
그런데, 무슨 봉변이람!
바쁘다며 인수인계 날짜를 미루고 미뤄 퇴직 3일 전에야 온 후임자는 일이 너무 많다며 발령 포기서를 내버렸다. 당장 3일 뒤 퇴직인데 앞이 깜깜했다. 누구에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잃은 인수인계를 다시 처음부터 해야 했다. 마지막 날, 우여곡절 끝에 온 후임자를 옆에 앉혀놓고 종일 인수인계를 진행했다.
퇴근 시간 동료들과 마지막 인사를 나누고 지친 몸으로 집에 돌아오니 둘째 딸아이가 조각 케이크에 촛불 켜고 기다리고 있는 게 아닌가! 카톡에는 그동안 고생했다며 지인이 보낸 마들렌 선물 쿠폰이 함께 일한 샘의 커피 쿠폰이 도착해 있었다.
행여 퇴직이 틀어질까? 행여 피해 볼까? 잔뜩 예민한 상태로 하루를 보낸 내 모습이 스쳐갔다.
나그네의 외투를 벗길 수 있는 건 거센 강풍도 추위도 아니다. 오직, 따뜻한 햇살이다.
마흔 넘은 나이에게 녹슬지 않은 차가움이 주위 따뜻한 이들의 온기로 녹아든다. 내게 부족한 베풀고 돕는 마음을 배운다. 사람은 사람에게서 배운다. 인생은 끝날 때까지 배워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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