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무계획이 계획입니다.

[끄적끄적 한 페이지] 읽고, 쓰고, 사색하는 서가일상

by 오직서가


마흔 넘어 퇴사한다니 다들 놀란 눈치다.

이제 갓 대학교 들어간 아들, 고등학생 딸, 중학생 아들까지.

집에 있던 사람도 나가야 할 판에 직장 그만둔다 하니 선뜻 이해가 안 되나 보다.


여러 사람이 다음 계획에 대해 묻는다. 질문 속엔 각자가 생각하는 내정된 답이 있음이 느껴진다. 뭔가 있는데 마치 숨기는 사람처럼 대한다.


현재 나의 계획은 삶을 계획하지 않는 것이 계획이다.

무계획과는 다르다. 최소한의 루틴 속에서 느리게 느리게 시간을 보내고 싶다.




5시 40분 기상, 새벽 독서와 필사를 하고, 1주일에 두 번 출근 전 영어 파닉스 온라인 수업을 듣는다. 퇴근 후에는 글쓰기 수업을 듣고, 독서와 블로그 글을 쓴다. 독서나 필사 등 내가 운영하는 모임이 4개, 내가 몸 담고 있는 모임이 3개. 모두 직장 생활하며 병행한 일들이다. 직장일과 집안일, 아이들 케어까지. 계획한 걸 놓칠세라 수시로 체크하며 지금껏 살았다.


3월부터 계획 없이 살리라..

독서와 영어 수업으로 새벽을 보낸 뒤 서둘러 아이들 밥을 챙기고, 둘째를 학교까지 태워다 준다. 헬스장으로 가 러닝과 근육 키우는 몇 가지 도구를 끝내면 비로소 무계획 시간대가 된다.



멍하니 창밖 보기

알람 없이 졸릴 때 낮잠 자기

블루투스 스피커로 좋아하는 음악 크게 듣기

바닷바람 쐬며 걷다 아무 곳에나 앉아 글쓰기

파도 소리 들으며 관광객 구경하기

11시 버스로 학교 가는 큰 아이 밥 챙겨주기

4시 도착하는 막내 간식 챙겨주기

창문 열어 환기시키고 화분에 물 주기

침대에 기대 독서하다 잠들기

둘째와 고등학교 생활 얘기 나누기...



"한창 애들 돈 많이 들어갈 때인데 걱정 안 되세요?"라고들 묻는다.


인간도 곤충처럼 껍질을 벗는 '탈피'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안전한 울타리를 벗어난 탈피의 경험을 해본 탓에 다음, 그 다음이 어렵지 않다. 탈피를 겪어보기 전엔 울타리를 벗어나면 큰 일이라도 나는 줄 알며 살았다. 탈피를 거듭할수록 내면은 단단해져 갔다. 새로운 도전에 용기가 났다.



한창 애들 돈 들어갈 때에 왜 걱정이 없겠는가.

그러나, 걱정 보다 잠시 쉬고 싶은 마음에 집중하려 한다. 지금 나이로 사는 것 또한 인생에 처음 겪는 일이기에 원하는 모습대로, 하고 싶어 하는 걸 하며 살고 싶을 뿐이다.


Slow life style.

당분간은 무 계획으로, 느리고, 멍하게 살 생각이다.

그러다 안 되겠으면 까짓 거! 다시 사회로 뛰어들면 되지 않겠는가.




#느리게사는것도용기가필요해

#오늘을즐기며살래요

#느리게#비계획적으로

#유유자적 #마음가는대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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