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 선행초 이성호
선행초의 컨퍼런스는 지난 선행초 4년간의 실질적인 돌아보기 및 향후의 모습을 그려보는 과정으로 삼고자 했습니다. 그래서 하나하나의 과정을 선생님들의 의견을 묻고 방향을 정해서 컨퍼런스 전체 일정을 짰습니다. 컨퍼런스의 수정 및 보완을 해 나가는 과정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이와 같은 일련의 과정을 보면서 교장, 교감, 교사들의 끈끈하고 탄탄한 협력체계를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우리 선생님들 중 어떤 분이 “우리 학교의 특징은 빈틈이 보이면 그것을 자발적으로 나서서 메운다.”라고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러한 생각에 동의하며, 그것이 현재의 선행초를 만들었던 강력한 힘이 되지 않았나 싶습니다.
개인적으로 컨퍼런스 과정을 돌아본다면
첫째, 제가 사회를 본 수업 분과(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공개)는 외부 교사들에게는 아주 낯설어했던 부분이었던 같습니다. 선행초의 ‘아이 눈으로 수업보기’ 방식의 수업협의회는 수업 성취도를 초점으로 해서 보는 것도 아니고, 교사의 수업 진행 능력을 중심으로 보는 것도 아니며 한 아이를 보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지를 다른 학교 선생님들에게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그런데 다른 학교의 여러 교사들은 선행초 수업보기 방식에 의문을 제기했습니다. 약 30분간의 수업대화를 보고 우리가 지난 4년간 했던 과정을 이해한다는 것이 무리이기도 했을 것입니다. 그렇지만 수업대화 중의 질의응답 과정이나 마지막 소감나누기를 하면서 수년간 수업대화를 경험했던 우리 학교 선생님들의 이야기는 외부 교사들에게 뭔가 시사점과 강력한 인상을 주었을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실제로 우리 분과의 내용을 발표한 다른 학교 선생님의 말을 들어보면 선행초의 수업 협의 방식이 그동안 해 왔던 방식과는 질적으로 다른 것이라는 것을 어렴풋이 느꼈고, 의미가 있어 보인다고 하였습니다.
둘째, 성과보고회 영상입니다. 영상으로 만든 이유는 ppt와 언어로 우리 학교의 4년간을 보여주는 것보다 영상은 더 큰 상징성과 생각할 거리를 주며, 시사점을 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고 믿었기 때문이었습니다. 참가자들에게 그동안의 성과보고회와 다르기 때문에 색다른 인상을 줄 수도 있다는 생각을 했습니다. 물론 이 과정에 시나리오를 작성하고, 사진 및 자막을 배치하는 과정에 여러 선생님들의 공동작업이 있었습니다. 이 영상 자료는 앞으로도 선행초의 모습을 외부인들에게 보여줄 수 있는 귀한 자료가 될 듯합니다.
셋째, 컨퍼런스 마지막 순서인 토크쇼입니다. 토크쇼 하기 전에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를 우리 학교 학부모 남매분이 불렀습니다. 그 노래를 들으며 감성을 깨우고 정화시킨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늦은 가을날에 토크쇼의 분위기가 그 노래 한곡 때문에 분위기가 살아나는 역할을 톡톡히 했습니다.
그리고 6명의 게스트가 무대로 나와서 최난실 선생님의 사회로 토크쇼가 진행되었습니다. 이 토크쇼는 선행초의 다양한 구성원들의 경험을 토크쇼 방식을 통해 우리의 모습을 외부 사람들에게 자연스럽게 보여주고자 한 것이었습니다. 올해 우리학교에 발령 났지만 우리학교의 특징을 잘 파악하여 재치 있게 설명한 선행초 1년차 선생님, 지원과 협력을 적극적으로 하는 관리자의 눈으로 보기에 선행초 교사들이 어느 학교들 교사보다 열정적인 노력을 하지만 자기중심적인 아이들 때문에 교사들이 힘들어하는 모습을 보면 안타깝다는 교장 선생님, 묵묵하지만 듬직하게 자기의 일을 성실히 해내고 있다는 느낌이 물씬 풍겨지는 실무사님, ‘역시 우리학교 학생이네’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똑똑하면서도 사랑스럽게 자신의 생각을 정감 있게 표현하는 6학년 여학생의 이야기를 들으면서 저도 모르게 토크쇼에 푹 들어갔습니다. 사회자가 “학부모로서 우리학교를 어떻게 보느냐”는 질문에 학부모회장님이 “학부모로서 눈물을 흘릴 수 있는 학교”라는 말을 듣고 옆에 있던 내가 가슴이 울컥하기도 했습니다. 수년 동안 학부모회장을 하면서 많은 어려움이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학부모회가 성장을 하는 데에 결정적인 노력을 해 왔다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에 토크쇼를 기획할 때에는 다른 학교 사람들이 “저 사람들이 자기네 자랑만 늘어놓고 있네.”라는 인상만 가지면 어쩌지 하는 걱정이 들기도 했습니다. 하지만 토크쇼로 우리학교의 컨퍼런스를 기분 좋게 마무리했습니다.
지난 11.1(화)의 현장평가 때, 현장평가단으로부터 우리 학교 일부 학생들의 모습을 보면서 선행초에 대해서 가졌던 기대와는 달리 실망했다는 말에 많이 속상하고 힘이 빠졌던 게 사실입니다. 그 모습이 전부가 아닌데 말이죠. 하지만 현장평가단의 평가는 우리 자신을 돌아볼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쌓는 것은 아주 오랜 시간이지만 무너지는 것은 ‘한 순간’이며, 이제는 정말 ‘학생 생활’에 대해 역점을 둘 시기가 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아이들 이야기를 들어주는 것에서만 끝나지 않고 우리 교사들도 추스르며 더 앞으로 나아가야 하겠구나 등 많은 생각들을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러고 나서 다시 마음을 추스르고 컨퍼런스를 차분하게 준비했습니다. 여러 가지 어려움을 이겨낼 수 있었던 것은 역시 건재한 ‘교사들의 탄탄한 힘’이었던 것 같습니다.
지금까지 이번 종합평가를 준비하고 진행하면서 개인적으로 느낀 것을 적어 보았습니다.
선행초 컨퍼런스는 다른 혁신학교 컨퍼런스에서 시도하지 않았던 것들을 해 보았습니다. 이러한 순서나 과정을 찬찬히 돌아보고 긍정적인 점, 고쳐야 할 점, 시사하는 점 등을 말씀해 주시면 다른 혁신학교에서도 도움이 될 것 같습니다.
선행초 교사 이성호
(위의 글은 2016년 11월 24일 수원혁신교육실천연구회 BAND 선행초 이성호 선생님의 글 중에서 발췌하였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