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이야기 / 경수중 김연희
성장나눔교와 종합평가 컨퍼런스를 앞두고 있는 학교들에게 ‘평가’에 대한 부담감과 고민을 확 덜어냈으면 하는 마음을 가져봅니다. 평가에 대한 준비과정을 고통이 아닌, 성장통으로 받아들이면서 어느 날 문득 훌쩍 커 버린, 우리 아이들의 키만큼이나 성장해 있을 ‘학교성장’을 기대하면서 혁신학교 모든 선생님들과 어제도 그랬듯이 오늘도 함께 하고자 합니다.
1년차 : 교사들과의 소통 없이는 아무것도 이룰 수 없다는 평범한 진리를 가슴으로 느낀 한 해.
위로부터의 혁신.
불도저 같은 관리자의 추진력.
모든 게 힘들었다. 왜 혁신을 해야 하는가? 무엇을 혁신해야 하는가?
교사들 모두가 혁신에 대해서 생각할 시간이 분명 필요했다. 그런데
교사의 합의와 혁신에 대한 철학도 없이 준비라곤 고작, 겨울방학 때 미리 맞춰 놓고 간 ‘모둠 책상’ 만이 전부였다. 학급당 39명, 당시 학생들 상태는 분자운동 중 기체 상태, ‘수업혁신’이란 이름으로 모둠 수업을 강요했던 획일적인 수업방식, 행정실과 교무실의 통합으로 인한 갈등, 학생 통제 불능, 학부모들의 민원 천국…
누구를 위한 혁신인가? 이래도 혁신은 계속해야 하는가?
2년차: 학년중심체제에 대한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학년중심체제의 기틀을 먼저 갖추고, 동 학년 간 공동생활지도로 ‘집단지성의 힘’이 얼마나 큰 위력을 발휘할 수 있는지를 보여 준 한 해.
학년중심체제의 틀로 바뀌면서 학년중심으로 공동생활교육을 시작했다.
교사들의 생각과 행동의 변화가 시작되면서 학생들을 바라보는 관점 또한 변화가 일어났다. 소위 말하는 문제아 학생들을 위해서 담임선생님들은 스스로를 ‘○○엄마’라고 칭했다. ‘엄마’라는 이름 앞에 모든 것을 책임지기 위해 노력했고, 사랑이란 이름으로 이들을 품기 시작했다. ‘네 반 내 반’ 구분 없이 함께 했고, 교사가 서로 격려하고 협력하기 시작했다. 그러자 수업에 작은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수업할 수 있는 분위기가 되면서 교사들도 수업방식에 작은 변화를 주기 위해 노력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민원도 줄어들고 교사들, 동 학년끼리의 협력이 일어나면서 학년 문화가 생기기 시작했다. 역시 2는 1보다 강했다. 하지만 이것은 어디까지나 동 학년끼리의 작은 협력이었다.
3년차: 협력의 기반, ‘관계’에 투자하다! 교육의 질은 ‘교사 관계의 질’을 넘어설 수 없다는 것을 몸소 느끼면서, 관계 개선을 통한 새로운 시도, 수업혁신, 전문적 학습공동체에 공동의 문제를 담아내기 시작했고, ‘관계 맺기’에 대한 자신감이 타교의 모범사례를 쫓아가지 않을 만큼의 당당함과 여유를 가져다주었던 해.
협력의 기반이 되는 ‘관계’가 얼마나 중요한 사회적 자본이던가?
학년중심의 문화가 아닌, 전체 교사문화에 무게중심을 두었다. 비전을 다시 세우고, ‘학생인성실천 프로그램’ 행사에 교사도 함께 참여했다.
3월의 ‘희망’, 4월의 ‘사랑’, 5월의 ‘보은/감사’, 6월의 ‘나눔’ (아나바다 운동), 7월의 ‘예절’, 8월의 ‘소통’ 등 월별 인성 테마를 선정하여 학생, 교사 모두가 함께 실천하면서 화합과 관계 개선에 힘을 쏟았다. 이러한 소소한 일상의 소통을 시작으로 하여 전체 교사가 서로 협력적 관계를 유지하면서 본교가 갖고 있는 어려움과 문제점, 개선사항 등을 논의하기 시작했고, 그러면서 이러한 내용들이 전문적 학습공동체로 들어오기 시작했다.
결국은 윤리적 생활공동체의 정신이 꽃피우면서 학교 곳곳에서 협력이 일어나기 시작했고, 이러한 협력과 관계 개선은 교사들의 표정과 학생들의 표정에 고스란히 담기기 시작했으며, 급기야 이런 교사문화가 학교 담장 밖까지 나아가 ‘떠나고 싶은 학교’에서 ‘오고 싶은 학교’로 관내 전입교사가 늘어나기 시작했다.
4년차: 이제는 정말 수업혁신이다! 관계가 좋으니, 무엇이든 두렵지 않다!
4년차를 맞이했지만, 아직 수업혁신은 3년차 정도에 머물러 있다. 하지만 두렵지 않다. 교사 모두가 협력하면 될 거라는 강한 믿음이 있기 때문이다. 수업혁신을 위한 7개의 주제(하브루타, 액션러닝, 비주얼 싱킹, 협력학습, 융합수업, 거꾸로 교실, 스마트러닝)로 팀을 구성하여 원격강의와 밴드 운영을 통해 활발하게 전문적 학습공동체를 운영하고 있다.
‘혁신학교 종합평가’는 고통이 아닌, 분명 ‘성장통’ 경수중과 함께한 연차별 좌충우돌의 순간들, 더없이 소중한 경험이다. ‘혁신학교 종합평가’라는 외부적 상황들이 그 당시 심적 부담과 고통(?)으로 다가왔지만, 이로 인해 더 많이 협력했고,
더 많이 서로 의지하면서 함께 할 수 있었다.
그로 인해, 개인의 성장과 학교 성장이라는 결과를 얻을 수 있었다.
하지만 여기서 한 가지 중요한 것은, ‘4년 차’라고 해서 4년만큼의 모든 4대 영역 과제들이 다 성장해 있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또한 종합평가가 이러한 4년 차의 성장 결과를 종결짓는 것이 아니라 그동안의 성장과정들에 대한 성찰과 어떠한 현장의 고민과 어려움을 겪으며 어떤 노력들을 하면서 지금 이 시간까지 왔는지, 그동안의 과정들을 정리해 보는 시간인 것이다. 결국 컨퍼런스나 현장평가의 과정은
외부교사와 우리들의 고민들을 나누며 교육적 의미를 되찾고,
학교 간 협력을 더욱 모색하자는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이다.
경수중 김연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