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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onlys Nov 09. 2017

혁신고의 도전과 나의 성장

교사*수다 / 박정녀_흥덕고 교사


 


 마음 속으로 살며시 원해 왔던 혁신고로 발령을 받았다. 꿈이 덜컥 실현되자 30년 경력 동안 일반 인문계 고등학교에서 주로 근무했던 나에게 ‘흥덕고’ 발령은 기대반, 걱정반으로 다가왔다. 과연 잘 할 수 있을까? 난 혁신고에서 어떤 성장을 할 수 있을까?

 두근 두근... 첫 시작은 2월, 3일간의 워크숍으로 시작했다. ‘봄바람처럼 오신 선생님을 환영합니다’ 라는 글귀와 함께 따뜻한 맞이를 해준 워크숍 경험은 공동체 일원으로 존중받는다는 느낌을 들게 해줬다. 아이들에게도 이와 같이 해야겠다는 마음의 다짐이 되기도 했고, 교사의 정체성에 대한 고민을 나눌 선생님들을 만날 수 있는 시간이기도 했다.


 1학년 담임을 맡게 된 나는 아이들과의 첫 만남을 2월 24일 학생 학부모 상담으로 시작했다. 이 날 한 선생님께서 공유해 주신 학생들과의 첫 만남을 안내할 문자메시지 내용은 아직도 내 마음속에 남아 있다.


처음으로 하늘을 만나는 어린 새처럼

처음으로 땅을 밟고 일어서는 새싹처럼

우리는 하루가 저무는 저녁 무렵에도

아침처럼 새봄처럼 처음처럼

다시 새날을 시작하고 싶다.  - 신영복 선생님


 아이들도, 나도 흥덕에서 새날을 시작하는 마음으로 함께 하고 싶었다. 아이들과 학부모님은 나와의 첫 만남에서 그동안의 상처, 앞으로의 새 학교에서의 희망을 들려주었다. 마음을 열어줘서 참 고마웠다.


 그런 아이들과 8개월을 함께 했다. 기쁘고 뿌듯한 시간도 많았지만, 이제 교실에서 볼 수 없는 아이가 생겼다. 가정의 어려움으로 학교의 돌봄이 더욱 필요한 아이였지만, 학부모님은 아이를 돌보기에는 생계를 먼저 걱정해야 했고, 학교 전화도 달가와 하지 않았다. 그러는 사이 아이도 무너져 갔고, 나도 도울 방법을 찾지 못했다. 담임으로서 아이의 생활을 바로 세우는데 한계를 느끼며 스스로 무력감에 빠졌고, 아이들 탓만 할 수 없는 상황 안에서 우울감에 함몰되곤 했다. 한 명의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온 마을이 필요하다'는 말을 절감하는 순간이었다. 학교를 그만둔 아이에 대한 미안함... 그 미안한 감정만으로 그치지 않고 나는 어떻게 교사로서의 삶에 직면할 수 있을까? 이러한 아이들을 어떻게 구할 수 있을까?

 시원한 답은 찾지 못했지만, 교사로서의 고민은 아이들로부터 출발하고 수업 속에서 해결할 수 있다고 결론지었다. 나에게는 다행스럽게도 그런 고민을 함께 나눌 고마운 동료 선생님들이 옆에 있다. 수업에 대한 고민을 털어놓고 학생들의 배움이 일어날 수 있도록 함께 노력하는 동료 선생님의 존재는 가르칠 수 있는 용기를 내는데 많은 도움을 준다. 모둠 수업을 어떻게 할지, 활동지를 만들 때 어떤 요소를 넣어야 할지, 함께 생각할 수 있는 선생님이 있어 외롭지 않다.


 학생과 수업에 대한 고민은 나의 성장에 도움이 되지만 힘들다. 하지만 나 자신을 직면할 수 있는 용기를 주는 동료가 있기에 매일 작은 도전을 할 수 있다. 그렇게 함께, 나는 흥덕 DNA를 내 안에 만들어 가고 있다.


흥덕 DNA


수학자들은 실패를 확률로 말하고

과학자들은 실패를 실험이라고 한다.

실패는 성공에 꼭 필요한 과정이며,

가장 중요한 투자다.

실패를 무서워하지 않는 도전,

하루에 한번 씩 작은 성공에 도전하는

우리는 자랑스러운 흥덕인 !!


출처: [기자단]EBS<학교란무엇인가>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bsstory&logNo=50162350557

아이들은 성장하는 존재이다. 아이들은 다양하고 예측하기 어렵기 때문에 있는 그대로를 인정하고 기다림이 필요하다. 하지만 나의 기대와 목적을 아이들에게 심으려는 나를 자주 발견한다. 기다림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고 있지만 무의식적으로 개입을 하여 실패하기도 한다. 실패를 통해 고민하고 성찰하게 되지만 많은 시간과 노력이 필요하다.


아이들은 교사에게도 성장통을 준다. 이러한 성장통은 나의 정체성에 물음을 던지며 교사와 인간으로서의 나의 성장을 이끌어내고 있다. 그렇다! 흔들리며 피는 꽃이 아름답다고 했다. 아이들도 나도, 언젠가는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되겠지! 혁신고는 나를 성장시키는데 딱! 좋은 곳이다!   

출처: [기자단]EBS<학교란무엇인가> http://blog.naver.com/PostView.nhn?blogId=ebsstory&logNo=501623505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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