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하미 Apr 07. 2022

마흔이 되어 버렸다

나이듦에 대하여


나는 한국 나이로 올해 마흔이 되었다.

마흔, 불혹.

세상일에 정신을 빼앗겨 갈팡질팡하거나 판단을 흐리는 일이 없게 되었음을 뜻한다고 하는데…


요즘엔 나이 들어가는 것에 대하여 생각이 많아진다. 몸의 변화도 슬슬 나타난다. 흰머리가 나기 시작한다는 사실도 눈물겹다. 살이 정말 욕 나올 정도로 잘 안 빠진다. 어디 몸이 아프면 쉽게 낫지 않는다. 당연한 노화일지라도 서운하고 답답하다. 준비되지 못한 노후에 대해서도 생각해 본다. 돈이 없어 제대로 생활하지 못하는 노인 빈곤이 심각하다고 들었다. 사실 남일 같지 않다. 당장 내 부모님의 노후조차 무섭다.


10 년 전 나는 사는 게 너무 고달프다고 느껴서 빨리 나이가 들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그러면 아이도 다 컸을 것이고, 경제적으로 이보다는 좀 더 넉넉해졌을 것이라 믿었다. 하지만 지금은 미니멀라이프를 즐기는 멋진 할머니가 되었으면 좋겠다. 빨리 늙고 싶지도 않고, 늙는 것을 두려워하지도 않고 편안하게 나이가 들었으면 한다. 





멋진 할머니 되기


멋진 할머니로 살아가는 삶은 어떨지 희망사항을 적어본다. 

무리하지 않는다. 나이에 어울리게 살고 싶다. 무리했다가는 지금도 병이 난다. 욕심부리지 않고 사는 마음을 항상 가지고 살고 싶다.


하고 싶은 것을 하면서 산다. 늙어서도 특별히 할 일이 많이 있겠냐마는 편안하게 책 읽고, 산책을 다니면서 소소하게 하고 싶은 것들만 하면서 보내고 싶다. 취미가 바뀌어 새로운 흥미가 생길지도 모른다. 하고 싶었던 일들을 이미 늦었다고 후회하는 일 없이 할 수 있을 때는 하면서 살고 싶다.


건강하게 산다. 무엇보다도 건강이 제일 중요하다. 유병장수 시대에 아픈 몸으로 여생을 살면 살아도 그리 행복하지 않을 것이다. 건강은 있을 때 지켜야 한다. 채식하고, 운동해야지. 늙어서도 변함없이 유지하고 싶다. 


독립적으로 산다. 자식에게 의지하는 삶은 싫다. 외롭다고 자식을 기다리는 삶보다는 독립적인 삶을 살고 싶다. 혼자서도 간단하게 해결할 수 있는 일들을 스스로 하는 연습을 계속해야 한다. 


편하게 산다. 미니멀라이프를 지속한다면 일상생활이 편할 것이다. 늙어서 힘도 없을 텐데 집안일을 최소한으로 줄이는 것이 좋다. 복잡한 일들을 없애서 편안한 마음으로 살아갈 수 있었으면 좋겠다.


작고 편리한 집에서 산다. 집의 규모가 클수록 청소만 힘들고 관리비가 많이 든다. 늙으면 병원과 도서관 근처에 작은 집을 구해서 살고 싶다. 교통도 편리한 곳이었으면 좋겠다. 


돈 걱정 없이 산다. 노후에 돈 걱정 없이 살고 싶어서 지금 소비를 조절한다. 돈이 있어야 아플 때 병원 가서 치료도 받고, 가끔 맛있는 음식도 먹고, 필요한 일에 돈을 쓸 수 있다. 가진 것 없이 나이만 들어 사람들에게 손을 벌리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다.


내 흔적을 최대한 남기지 않는다. 죽음을 앞두고 나의 짐은 더욱 간소해질 필요가 있다. 남겨진 가족에게 내 유품을 정리하도록 하는 것은 잘못된 것이다.  많은 물건을 사용하지도, 욕심내지도 않고 최대한 내 흔적을 안 남기고 살기를 바란다.





나이듦에 대하여


뚝딱거리는 내 몸을 이끌고 새로운 계절을 맞았다. 나이가 드니 좀 더 단순해졌다. 몸과 마음이 편한 쪽을 선택한다. 물건을 비우는 것에도 시간이 오래 걸리지 않는다. 최대한 시간과 에너지를 아껴서 써야 한다.


몸이 마음대로 되지 않지만 마음은 조금 마음대로 조절이 된다. 흥분하고 화내고 하는 것이 어리석어 보인다. 쫓기는 삶을 살기보다는 조바심을 줄이고 편안함을 추구한다. 작은 것들, 다정함, 내편이 소중해진다. 길을 가다가 모르는 사람을 도와줄 수도 있다. 나이는 먹어가지만 내 주변도 마음도 가벼워지고 있다.


싱그럽고 불 같은 청춘은 다 지났지만 편안하고 안정된 모습이 찾아왔다. 이렇게 자연스럽게 나이를 먹는다. 이런 나를 받아들이고 또 그에 맞는 삶을 살아가면 된다.




매거진의 이전글 내가 물건을 버리는 이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