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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아한 수집가

by 이재이



나는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을 잘 관리하고 사용하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렇게 되려면 무작정 물건들을 들이지 않고 꼼꼼하게 체크하여 내 취향과 기준에 맞는 물건들을 잘 찾아야 한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들은 깨끗하고 오래 사용할 수 있도록 잘 관리해야 한다. 그래서 가지고 있는 물건이 너무 많으면 안 된다.




소유하고 있는 물건이 너무 많으면 그 물건들을 관리하는 데 에너지가 너무 많이 든다. 보관할 공간이 필요하고 경우에 따라 청소도 해야 한다. 물건이 얼마나 있는지 주기적으로 체크해서 기한에 맞게 사용해야 하고 너무 많으면 소진해야 한다는 압박감에 시달리기도 한다. 필요한 물건만 간소하게 소유하는 것은 지혜로운 일이다.




물건을 적게 소유하기로 마음먹어도 주기적으로 사고 싶은 물건들이 생긴다.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신체적인 능력이 떨어져서 몸이 힘든 일을 도와줄 가전의 도움을 받고자 하는 마음도 생긴다. 세상이 빠르게 변해가기 때문에 혁신적인 제품들이 나오면 구입하기도 한다. 그래서 정신을 바짝 차리고 필요 없는 물건은 되도록이면 사지 않는다.




물건을 늘리는 것이 항상 더 편리한 일은 아니다. 많이 가지고 있다고 해서 내 삶이 풍족한 것이 아니라 오히려 골칫거리가 되기도 한다. 내가 가지고 있는 물건들은 빠짐없이 잘 알고 있다. 어디에 무엇이 있는지조차 몰라서 필요할 때 쓰지도 못하고 썩히기보다 하나하나 잘 알고 있기를 희망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처음 물건이 집에 들어올 때부터 신경을 써야 한다. 쉽게 사지 않고 마음껏 받아오지 않는다. 쉽게 쓰레기가 될 일회용품이나 취향에 전혀 맞지 않는 물건들은 공짜로 준다고 해도 정중하게 거절한다.




평소에 돈 쓰는 것을 즐기지 않지만 꼭 필요한 물건을 살 때는 양보다는 질을 따져서 구입한다. 싼 물건 여러 개를 사는 것보다는 쓰는 데 만족할 만한 품질의 물건을 하나 산다. 물론 경제적으로도 잘 따져보고 충동적인 구매는 하지 않는다. 그래서 물건을 사는 데 시간이 좀 걸린다.




신기하게도 물건을 살 때 시간을 좀 가지면 사지 않게 되기도 한다. 당장 필요할 것 같은 물건이어도 시간이 지나 관심이 식으면 없어도 되는 물건이었음을 깨닫는 일이 종종 있다.




생필품은 재고파악을 잘해둔다. 그래야 필요한 것이 무엇인지 파악해서 할인기간에 저렴한 가격으로 구입하기 쉽다. 이미 여분이 있는데도 가격이 싸다는 이유로 이중구매를 하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다. 재고가 많으면 헤프게 쓰게 된다. 현재 나는 주방세제만 구입하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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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무게가 가벼워야 한다. 나는 어느 순간부터 손가락통증이 생겼다. 핸드폰이나 이북리더기, 가방, 냄비 등 자주 사용하는 물건들은 가벼운 것을 선호한다. 옷, 이불 등도 가벼운 것이 가격이 더 높은 경우가 많다.




옷과 신발 등 매일 착용하는 물건들도 편안함을 추구한다. 사이즈가 일관되도록 몸을 관리하는 것이 가장 바람직할 것이다. 과거에 비해 몸이 불어나서 입던 옷이 불편하게 되면 그 옷은 잘 입어지지 않는다. 몸에 달라붙거나 딱 맞는 옷보다는 사이즈가 여유 있고 소재가 부드러운 옷이 좋다. 개수는 크게 중요하지 않다. 깨끗하게 관리해서 입으면 그만이다. 가지고 있는 것이 너무 많으면 관리하는 것이 더 어렵다. 옷장과 신발장에서 서로 얽혀서 구겨지고 곰팡이가 생기는 일은 있어서는 안 된다.




한동안 줄기차게 옷을 비웠다. 잘 입지 않거나 사이즈가 맞지 않는 옷들을 정리하고 여유로운 옷장을 얻었다. 그런데 옷이 너무 없는 것도 곤란한 상황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되었다. 주로 집에서 생활하지만 경조사나 격식을 갖추어야 하는 특별한 날에 입어야 할 정장풍의 옷이 필요했다. 치마 정장이나 몸에 꽉 끼는 옷보다는 여유로운 바지와 블라우스를 고심 끝에 구입했다.




내가 선호하는 색상의 옷은 블랙, 화이트, 그레이, 베이지색이다. 잘 관리하면 된다고 하지만 옷은 자주 입는 옷만 입게 된다. 그래서 옷을 한꺼번에 많이 사지 않고 세일기간이라고 해서 생각하지도 않았던 옷을 여러 벌 사지 않는다. 오히려 꼭 맘에 드는 옷이 있다면 색상만 다르게 하나 더 구입하기도 한다. 마음에 딱 드는 물건을 만나는 것은 행운이다.




신발은 적게 소유하고 있다. 높은 굽의 신발은 예전부터 신지 않는다. 굽이 낮은 구두와 샌들이 한 켤레씩 있고, 운동화를 몇 켤레 가지고 있다. 발이 편한 신발을 신는 것이 나에게 제일 중요하다. 발꿈치가 까지도록 딱딱하거나 무거운 신발, 굽이 높은 구두는 소유하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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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장품은 샘플까지 많이 가지고 있어서 당분간 전혀 살 필요가 없다. 기한에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새로 구입하지 않도록 주의해야 한다. 화장품은 고가의 제품도 써 보았고 저렴한 제품도 잘 쓰는데 별 차이가 없다는 결론을 냈다. 가격과 상관없이 내 피부타입에 잘 맞는 제품이 있다. 유명하지 않은 브랜드인데 잘 써지는 제품이 있고 누구나 인정하는 제품인데 역시나 내 피부와 잘 맞는 것도 있다. 한국의 화장품들은 품질이 매우 좋기 때문에 어떠한 제품을 쓰더라도 기본 이상은 한다. 샘플을 써 보고 혹한 제품들도 있지만 일단은 가지고 있는 제품들을 다 사용할 때까지 소비는 제한한다. 화장대가 터져 나갈 만큼 물건을 가지고 있을 생각은 없다. 적당한 것이 좋다.




책은 진작에 대부분 정리했다. 미련을 버리지 못하고 가지고 있던 문제집들까지 싹 다 정리하고 책은 주로 도서관과 이북을 이용한다. 읽고 싶은 책은 차고 넘치지만 그 책들을 모두 소유할 수 있는 공간도 없고 경제적인 여유도 없다. 주로 빌려 보거나 구독형 서비스를 이용하면 손쉽게 읽고 싶은 책들을 읽을 수 있다. 나는 종이책을 더 선호하지만 전자책도 거부감 없이 잘 본다. 시간이 없어서 못 보는 것이지 읽을거리가 있다면 마다하지 않고 잘 읽을 자신이 있다.




물건을 함부로 늘리지 않는 일, 가지고 있는 물건을 잘 관리하고 쓰임을 다 할 때까지 아껴 쓰는 일을 한다. 마치 수집가가 된 것처럼 나에게 꼭 맞는 우아한 물건들만 고르고 골라서 내가 가진 소유물들과 간결하고 심플한 미니멀라이프를 하면서 살고 싶다. 물론 수집한 물건은 많지 않다. 최소한의 물건만 모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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