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실은 고통스럽다. 아쉬움과 후회가 남고 상처를 남기기도 한다. 하지만 이 세상의 모든 것은 언젠가 사라지게 되어 있다. 그 사실을 깨닫는다면 헤어짐을 조금은 초연하게 받아들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사람은 모든 것을 영원히 가질 수 없다. 생명, 사랑, 관계, 물건, 돈, 건강 등 소유하고 있을 때는 그 소중함을 잘 모른다. 오히려 상실한 뒤 그 중요함에 대해 깨닫게 되고 내가 진정으로 중요하게 생각하는 것이 무엇인지도 돌아보게 된다.
지금은 내가 제일 잘나고 내 말이 다 맞는 것 같지만 항상 성장할 수는 없다. 실패도 하고 슬럼프를 겪으면서 예전 같지 않음에 상처받기도 한다. 하지만 누구나 다 그렇다. 나만 못나서 그런 것이 아니다. 그러니 너무 좌절할 필요는 없다.
세상에서 제일 잘하던 것도 게으름을 부릴 때가 오고, 좋아 죽겠는 것에 싫증을 느끼기도 한다. 우리는 매일 변덕을 부리고 그 과정을 통해서 나 자신을 좀 더 이해하게 된다.
날마다 새로운 사태에 직면하게 되면 내가 쌓아온 지혜로움을 통해 문제를 꿰뚫고 사태를 파악하고 싶다. 가진 것들만 가지고 쉽게 해결하려 들면 잘 풀리지 않는다. 나는 상실을 통해 깊은 통찰력을 가지고 성숙한 내가 되고 싶다.
인생무상이라고 했다. 언젠가 모든 것은 사라질 것이다. 그렇게 현재에 충실함을 배우게 된다.
나는 수많은 물건들을 비웠다. 미니멀하게 살기 위해서 너무 많이 가지고 있었던 것들을 비워냈다. 집 안에 있던 수많은 물건들을 보면서 내가 사용하는 것과 아닌 것으로 구별하는 데만 오랜 시간이 걸렸다.
하물며 내가 먹는 음식, 인간관계, 걱정 등 불필요한 것이 없는지 꼼꼼히 따져보고 마음껏 비워냈다.
비워내는 과정에서 느낀 감정은 허전함보다는 후련함이었다. 물질적으로 풍족하게 채우진 않았지만 빈 공간이 주는 여유로움이 좋다. 여백이라는 것은 조급함을 몰아내고 쉬어갈 수 있는 틈을 준다.
어떤 것은 아주 사라지거나 없어지지 않는다. 비워냈다고 여기지만 기억에 남고 자꾸만 생각이 나기도 한다. 완전히 없앨 수 없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얽매이지 않도록 자꾸만 비워낸다. 오히려 거리를 두고 멀리 떨어져 거리를 두는 것이 모두에게 좋은 경우도 있다.
나는 사회적인 활동을 통해 사람들과 서로 도움을 주고받기도 한다. 반면 독립적인 주체가 되어 남에게 의지하지 않고 스스로 처리해야 하는 일들도 많다. 관계를 통해 서로 얽혀 있다고 하더라도 받을 생각만 해서는 안 된다. 관계가 끝날 때를 생각하기도 해야 한다. 영원한 것은 없다.
상실은 고통이지만 자기 이해를 돕는다. 상실감을 두려워하지 않아야겠다. 상실감을 통해 나는 성숙해질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