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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세상에없는여행 Jun 25. 2020

조지아 트빌리시에서 '낯선 봄' 맞이하기

언어는 낯설지만 그들의 미소는 익숙했다

처음에는 그저 호기심으로 찾은 곳이었다. 나에게 조지아는 아니, 그루지아라는 이름이 더 익숙했던 그곳은 정말 잊지 못할 추억을 남겨주었다. "나 다음 달에 조지아 여행가"라고 말하면 열의 아홉은 미국 조지아냐 되물었다. 그때마다 자연스럽게 조지아의 옛 이름인 '그루지야'라고 이야기했다. 사람들은 아~ 라고 말하면서도 그저 어렴풋이 소비에트 연방국 중 하나를 상상했다.


음울한 공산권 국가의 풍경을 예상했던 그들과 나는 이런 식으로 소통했다. 하지만 조지아는 구소련에서 해방한 이후로 사회주의 색채를 지우려 노력했다. 오히려 친미적인 성향을 보이는 나라다. 또한 문화, 식문화, 예술, 건축 등은 유럽과 가까웠다. 오늘은 사진 한 장 만 보고 무작정 찾아간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를 돌아본 이야기를 하려 한다.





조지아는 어떤 나라?


흔히 코카서스 3국(조지아, 아르메니아, 아제르바이잔)으로 묶여 불리는 조지아. 이름처럼 코카서스 산맥에 위치한 국가다. 흑해와 카스피해 사이에 위치한 조지아는 과거부터 교역의 소통지 중 하나였다. 그 말은 곧 수많은 외세의 침략이 잦았다는 이야기다. 이 부분은 우리나라와 참 비슷하다 느꼈다.


총인구 460만 정도의 작은 나라이지만 그들의 자부심은 대단하다. 정교도회가 약 80% 이상인 조지아에서 예수와 관련된 모든 것은 그들 삶 중심에 들어와 있었다. 또한 많은 사람들이 모르는 사실. 조지아는 인류 최초의 와인이 탄생한 곳이다. 오크통이 아닌 독특한 토기에 와인을 숙성해 그 풍미가 대단하다.


유럽과 아시아 사이에 있는 곳이며 지정학상 분류는 아시아다. 하지만 사실상 모든 문화가 유럽에 가깝다. 실제로 조지아 여행 중 유럽연합에 가입을 요청하는 집회도 몇 번 본적 있다. 조지아 사람들은 외국인에 우호적이며 특별히 사기나 호객으로 고생한 경험이 없다. 확실히 관광청정국이다. '외국인의 손에 칼이 아닌 와인잔이 들려있다면 모두 우리의 손님'이라 여기는 그들의 태도에 언제나 미소가 떠나지 않았다.


1. 나리칼라 요새

폴란드 바르샤바를 거쳐 어렵게 20시간 만에 도착한 조지아의 수도 트빌리시. 에어비앤비에 짐을 풀자마자 나는 시내로 나갔다. 얀덱스 택시라는 어플을 이용해 콜택시를 부르니 교통비도 매우 저렴했다. 가장 궁금했던 나리칼라 요새부터 가보기로 했다. 나리칼라 요새는 트빌리시 시내에서 가장 높은 곳에 위치해 있다. 따라서 트빌리시 시내 어디서나 이 요새의 모습을 볼 수 있다.


나리칼라 요새까지는 보통 시내 한가운데 설치된 케이블카를 이용한다. 걸어갈 수도 있다곤 하지만 이미 장거리 비행으로 지친 내 다리를 혹사하고 싶진 않았다. 케이블카는 왕복 1인 6라리(GEL). 한화로 약 2,400원이다. 가격도 저렴하며 추가 입장료는 없다.


10분 정도 케이블카를 타고 올라가자 요새 자체의 풍경보다 끝내주는 트빌리시 시내의 풍경이 더 눈에 들어왔다. 나리칼라 요새 자체는 오래된 성벽을 구경하는 것 말고는 특별한 볼거리는 없다. 하지만 이 밋밋함이 MSG 여행에 길들여진 나에겐 디톡스 시간이었다. 요새 한 구석에는 '어머니 조지아상'이라 불리는 거대한 동상이 트빌리시를 내려보고 있었다.


이 어머니상은 한 손에는 큰 검을 다른 한 손에는 와인을 들고 있다. 앞서 이야기했던 조지아 사람들의 태도를 상징하는 셈이다. 가까이 서보니 정말 거대한 어머니상을 바라보며 수많은 침략의 세월을 이겨낸 조지아 사람들이 멋져 보였다. 나리칼라 요새는 밤에 은은한 오렌지 조명을 켜 놓는다. 이 조명 덕에 트빌리시의 야경은 와인과 어울리는 빛을 뽐낸다. 


2. 트리니티 대성당

사실 봄은 조지아 여행에 그리 좋은 시기가 아니다. 애초에 구다우리 스키리조트에서 광활한 풍경을 즐기며 스노보드를 타러 갔던 나였기에 나한테는 최적의 시기였지만. 여전히 칼바람이 끊임없이 불어오는 트빌리시 시내를 돌아다니니 정말 이곳이 바람의 고향이 아닌가라는 생각도 하게 되었다.


칼바람을 뚫고 찾아간 다음 조지아 여행 코스는 바로 트리니티 대성당이다. 성 삼위일체 대성당이라고도 불리는 트리니티 대성당은 조지아 정교회의 진수를 맛볼 수 있는 곳이다. 트리니티 대성당은 조지아에서 가장 큰 규모의 성당이다. 정교회 총본산인 트리니티 대성당은 지난 1995년 건축된 성당이다.


비교적 젊은(?) 건물이지만 성당 특유의 건축양식은 우리가 유럽의 끝자락에 서 있구나라는 것을 느끼게 해 주긴 충분했다. 이곳은 실제 성당이기 때문에 기도를 드리기 위해 찾은 현지인이 많았다. 대성당 내부에는 조용히 기도를 드리는 사람들과 여행자들이 조화롭게 섞여 특유의 평온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3. 평화의 다리

조지아 트빌리시는 확실히 고전과 현대의 건축물이 조화를 이룬 도시다. 도시 자체도 하루면 다 돌아볼 정도로 아담하기에 주요 여행지를 돌아다니는 것은 어렵지 않았다. 평화의 다리도 조지아 여행을 하다 보면 한 번쯤 본 건축물이다. 트빌리시를 가로지르는 쿠라 강을 이어주는 평화의 다리 또한 이러한 도시 풍경에 일조한다.


앞서 설명한 트리니티 대성당과도 멀지 않고, 평화의 다리 끝에 있는 곳이 나리칼라 요새 케이블카 시작점이기에 어렵지 않게 찾을 수 있다. 이탈리아의 한 건축가가 설계했다는 평화의 다리는 이젠 트빌리시의 랜드마크다. 정말 보면 볼수록 신기한 구조에 많은 여행자들은 끊임없이 인증샷을 찍기도 한다.




구석구석 돌아보는 재미가 있는 트빌리시


조지아 여행을 할 땐 맨 정신이면 안된다. 그 맛있는 조지아 와인 한두 잔 정도는 꼭 마신 상태로 돌아다녔다. 도시 어디서나 저렴하고 분위기 좋은 와인바를 만날 수 있는 트빌리시. 구시가지와 신시가지가 명확하게 구분된 다른 국가와 달리 이 곳은 도시 곳곳에 과거와 현대가 섞여 있었다.


그렇다고 조잡하거나 번잡스럽지 않았다. 시민들은 교통질서를 준수했고 모두가 여유 넘치는 모습으로 일상을 보내고 있었다. 동네 전체에서 나만 아시아 사람이었지만 그들은 절대 이질적인 시선을 보내지 않았고 와인을 많이 마시던 날 뿌듯한 표정으로 바라보던 와인 바 아저씨는 결국 내 페이스북 주소도 알아갔다.


지금 생각해보면 트빌리시는 건물이나 분위기보다도 사람이 더 좋았던 것 같다. 조지아 여행을 다시 한번 더 갈 기회가 생기면 보름 정도 떠나고 싶다. 최소 일주일은 트빌리시에서 보내면서 말이다.


▶▶▶ 조지아 여행 더 알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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