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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타쿠 친구와 일본 나고야 여행 vol.2

눈 하나 없는 시라카와고 다녀오기(feat. 렌트카)

by 세상에없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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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6시. 칼같이 울리는 핸드폰의 알람. 그렇게 오타쿠 친구와의 2일 차 아침이 밝았다. 딱히 밤문화가 없어서 일찍 잠자리에 들었던 것도 있지만 이렇게 여행지에서 일찍 일어난 것은 이유가 있다. 바로 오늘은 시라카와고를 가는 날이기 때문이다. 편도로 바로 달려도 3시간은 족히 걸리는 곳이기 때문에, 이른 기상은 필수다.


처음에는 시라카와고 근방 료칸에서 잠을 자 볼까 했지만 출장비의 한도가 높지 않아 당일치기로 결정한 것. 시라카와고는 중부 지방의 대표 여행지기에 물가와 숙박비가 무시무시하게 비싼 편이다. 오타쿠 K는 이른 아침 재촉하는 내게 불평을 했지만 조식당 직원이 어제 보니 예뻤다는 나의 거짓말에 속아 얼른 치장을 하고 식당으로 내려갔다.


건장한 아저씨가 음식을 만들어주는 도미인 호텔의 조식을 먹으며 K는 또다시 속았다는 표정이었지만 난 개의치 않았다. 후다닥 아침을 해치우고 우리는 체크아웃을 했다. 캐리어를 끌고 지하철로 이동했다. 오늘 시라카와고는 렌트카를 빌려 다녀오기로 했다. 국제 운전면허를 미리 준비했기에 예약은 수월했으나 막상 차선이 반대인 일본에서의 운전이 조금은 걱정이었다.



일본에서 렌트카 빌리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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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와 K가 렌트카 인수를 한 곳은 도요타 렌트카였다. 의외로 신기한 것은 일본의 렌트카 비용은 저렴한 편이라는 점이다. 미리 한국에서 이코노미 기종으로 예약을 하니 12시간 기준 5만 원 내외도 안 들었던 것 같다. 교통비 비싼 일본에서 운전이 가능하다면 가급적 도전하는 것이 좋아 보였다.


일본어로 된 계약서에 직원의 친절한 안내를 받아 서명을 진행했다. 뭐 당연히 보험의 한도 같은 것은 한국에서 미리 알고 왔으니 어렵지는 않았다. 차량을 인수받고 혹시나 사고 흔적은 없나 구석구석 촬영을 했다. 2명이 타기에 딱 좋은 소형 도요타 차량에 캐리어를 넣었다.


아무래도 영어가 어려운 일본이다 보니 렌트카는 가급적 즉흥 예약이 아닌 사전 예약이 유리하다. 나는 회사 홈페이지에서 운영하는 렌트카 페이지를 통해 사전에 예약을 진행했다. 사전에 예약을 해야 안내자료, 계약서 등을 미리 받을 수 있어 인수과정이 수월해진다.


※ 일본 렌트카 통합 예약 페이지



시라카와고 도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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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산하지만 규정속도를 지키느라 힘들었던 고속도로 운전이 끝나니 우리 앞에 시라카와고 마을이 등장했다. 시라카와고는 2015년 기준 인구가 1,600명 정도밖에 없는 작은 집성촌이다. 실제로 이 마을 전체에 거주민보다 오히려 관광객이 더 많아 보였다. 1편에서 설명했듯 나고야 시내는 볼거리가 많지 않아, 여행자들은 우리처럼 하루 정도는 교외로 떠나곤 한다.


시라카와고가 유명한 것은 일본 전통 가옥 및 생활양식을 그대로 보존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 덕분에 시라카와고 마을 전체가 유네스코 세계유산에 등재되기도 했다. 이 지역은 연간 강설량이 무려 1,000cm가 넘는 폭설의 마을이다. 눈이 미칠 듯 많이 오는 곳이기에 이 마을의 집들은 쌓이는 눈을 버틸 수 있는 독특한 지붕(갓쇼즈쿠리)을 만들었다.


애초에 이런 두껍고 경사진 지붕은 혼자 만들 수 없기에 마을 사람들은 공동체를 이루어 지붕을 엮거나 보수한다고 한다. 때문에 이렇게 아직까지 집성촌 문화가 보존될 수 있었다고 한다. 물론 현재는 어느 정도 관광지화 되어 간신히 양식을 유지한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긴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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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낙 아기자기한 마을이고 마을 사람 외에는 절대 교통수단을 마을 안쪽까지 끌고 들어올 수 없다. 덕분에 마을 구경을 하는 것은 꽤 편안했다. 그런데 문제가 있었다. 우리가 이 곳을 방문한 것은 4월. 아... 눈이 절대로 없는 날짜다. 사실 시라카와고는 겨울 여행지로 인기를 끌고 있다. 실제 집 지붕 위에 소복하게 쌓인 눈이 아름다운 절경을 만든다고 한다. 눈이 없어서 정말 아쉬웠지만 일본이 처음인 K에게 이곳은 신선한 이미지로 다가왔나 보다. 따로 시키지 않아도 열심히 사진을 찍었으니 말이다.



전망대를 올라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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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라카와고의 풍경을 제대로 보는 방법은 전망대에 오르는 것이다. 마을 외곽에 있는 얕은 언덕을 올라가면 시라카와고 마을 전체를 볼 수 있는 전망대가 있다. 체력에 자신 있는 여행자라면 2~30분 정도 가벼운 등산으로 이곳을 오른다 한다. 하지만 우린 저질 체력 아저씨들. 셔틀버스를 이용하기로 한다.


조금 저렴한 셔틀버스는 매표소가 따로 있는데 줄이 워낙 길어 대기시간만 2시간 가까이 걸렸다. 우리는 자본주의 만세를 외치며 조금 더 비싼 30분 간격의 다른 셔틀을 이용하기로 했다. 왕복 2인 1만 원 정도의 비용이 들었지만 이 정도면 뭐 괜찮다고 생각했다.


오전 9시부터 오후 4시까지 20분 간격으로 운행하는 셔틀버스 정류장에서 조금 기다리면 곧 버스가 다가왔다. 선착순이기에 줄을 서야 하는 불편함은 있었다. 그렇지만 평일이었기에 우린 금방 전망대를 오를 수 있었다. 미니버스에 사람을 꽉 채우고 전망대에 도착하니 장관이 우릴 기다리고 있었다.

참고로 세계문화유산인 시라카와고 마을은 마을 전체가 드론 비행금지구역이다. 하지만 일본은 편법의 나라. 비행 금지구역 밖에서 드론을 날려 비행 금지 구역 안을 촬영했다. 영공 상에서 금지구역을 들어간 것은 아니니 불법은 아닌 셈. 여기도 다른 블로그 등을 보니 눈이 내린 날 더욱 아름답다고 한다.



밥은 어디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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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개인적으로 같이 여행하기 싫어하는 부류가 딱 1가지 있다. 식사를 거르고 다니는 것을 예삿일로 아는 부류다. K는 먹을 것에는 돈을 잘 쓰지 않는 타입이라 사소한 언쟁이 좀 많았다. 일본 물가에 놀란 것이다. 하지만 나의 강압에 K와 나는 항상 잘 먹고 다녔다.


시라카와고에서도 밥때가 되어 한 식당에 들어가 점심을 해결했다. 메뉴는 소박한 일본 덮밥 종류였다. 돈가스 카레와 돈가스 덮밥을 주문해 맛나게 해치웠다. 관광지 식당인지라 비용 대비 맛은 우수하다 할 수 없으나 시라카와고라는 세계적 관광지에서 이 정도면 나름 선방했다고 생각하련다.



일본에서 운전할 때 조심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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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운전이 처음이라면 일본의 도로 규칙과 고속도로 컨디션을 이해할 필요가 있다. 우선 일본은 모두 알다시피 왼쪽 차선으로 진행한다. 운전석이 오른쪽에 있다는 뜻이다. 다행히 엑셀과 브레이크 위치는 동일했다. 다만 기어봉을 왼손으로 다뤄야 하는 것이 어색하다. 가급적 자동 기어 자동차를 빌려야 할 것이다.


고속도로는 확실히 요금이 비쌌다. 대신 우리나라와 달리 쾌적한 주행환경을 제공했다. 다만 속도 제한이 높지 않았다. 차가 없다고 무턱대고 속도를 올리면 안 된다. 일본 교통경찰이 암행 순찰차를 타고 도로 곳곳에 숨어있기 때문이다. 참고로 ETC라고 불리는 카드는 우리나라로 치면 하이패스 격이다. 정산의 편리함이 있으니 일본에서 고속도로를 쓸 일이 있으면 ETC 카드 옵션을 추가하자 (3천 원 정도의 추가 비용이 들어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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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래저래 시라카와고를 잘 다녀왔다. 나고야에서 시라카와고까지는 사실 바로 이동하지 않았다. 경로 상의 다른 여행지를 들려갔기 때문이다. 이누야마 성, 구조하치만 마을에 대한 이야기는 다음 편에 이야기하고자 한다. 오타쿠 K는 시라카와고 여행이 마음에 들었다고 한다.


K는 나고야로 돌아가는 길을 재촉했다. 그가 렌트카 반납을 서둘렀던 이유는 렌트카 담당 여직원이 예뻤기 때문이다. K는 나고야로 돌아가는 내내 그녀의 라인 아이디를 알아내고 싶다고 난리를 쳤다. 어차피 아무것도 못할 것이면서 설레발을 치는 녀석이 불쌍하다 못해 가여웠다. 우리는 렌트카를 반납했고 K는 시무룩했다. 우리가 렌트카를 빌린 것은 오전 8시, 반납은 오후 8시였다.


당연히 그녀는 일찌감치 퇴근하고 없었고 우리 차량 반납을 도와준 직원은 머리가 반짝거리는 일본 대머리 아저씨였다. 렌트카 반납 후 K는 웬일인지 먼저 맥주를 먹자 제안했다. 쓰린 속을 달래려는 듯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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