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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캐나다 여행] 로키산맥 방랑기 vol.3

등산 극혐러가 재스퍼에선 트래킹을?

by 세상에없는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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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글을 읽었던 사람은 기억할 수도 있는데 나는 등산을 혐오한다. 정확히 말하면 "역시 산이 조아~"라며 불륜 내연남 내연녀와 이름도 헷갈리는 산을 오르고, 막걸리에 취해 추태를 부리고, 이런 장소를 심지어 부하직원에게 강요하는 지극히 한국적인 등산을 혐오하는 것이다.


누군가 강요한다면 버려진 금덩이를 마음껏 줍는 활동도 거부감이 드는 태생 반골인 나는 그렇게 등산을 최대한 피하면서 살아왔다. 피할 수 없는 등산을 황금보다 귀한 토요일에 가야 할 상황이면 도살장에 끌려가는 소처럼 서럽게 울어댔다. 그런 내가 지구 반대편 캐나다 로키산맥의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나 스스로의 의지로 트래킹을 할 줄이야.


재스퍼는 밴프보다 조금 더 야생에 가까운 곳이다. 그래서인지 트래킹 코스도 다양하다. J와 난 모두 등산 초보였기에 비교적 짧은 코스라는 Valley of Five Lakes라는 곳을 가보기로 했다. 멀린 레이크 등 다양한 볼거리가 있는 재스퍼지만 시간 관계상 색다른 활동을 해보기로 한 것이다.



록키산맥 트레킹에선 곰을 조심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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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나 요호 국립공원도 마찬가지겠지만 록키산맥에는 흑곰이 많다. 간혹 포악하기로 유명한 그리즐리 베어도 있다고 한다. 그리즐리 베어를 만나긴 힘들지만 만난 사람은 아마 살아 돌아오기 힘들 것. 그렇지만 흑곰은 사람이 멀리서 소리를 먼저 낼 경우 먼저 자리를 피하는 온순한 성격이라 한다.


재스퍼 기념품 샵에선 10달러 정도에 저런 흑곰 쫒는 방울을 판매한다. 사람들이 그래도 꽤 찾아오는 트래킹 코스지만 중간중간 오롯이 우리 일행만 남는 상황도 발생하니 저런 방울을 하나 사보는 것도 좋다.


딸랑딸랑 운치 있게 조용한 산책로를 살짝 찢는 소리가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는 효과도 있다.


Valley of Five Lake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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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캐나다의 자연을 온몸으로 느끼기 위해 선택한 Valley of Five Lakes는 말 그대로 5개의 호수가 숲 속에 숨겨진 하이킹 코스다. 재스퍼 시내에서 차량으로 20분 정도면 Valley of Five Lakes 시작점의 주차장에 도착할 수 있다. 물론 구글 지도에 입력만 하면 쉽게 찾을 수 있는 위치다.


총 4.5km의 하이킹 코스며 난이도는 중간 혹은 낮은 편이다. 총 2시간 내외면 충분히 코스를 완주할 수 있다. 이름만 들었을 땐 완전한 야생을 파고들어가야 할 것 같지만 의외로 산책로 구성이 꽤 잘 된 편이다. 하이킹을 즐기는 여행자도 많은 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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걸음이 지칠 때면 바로바로 나타나 주는 총 5개의 천연 호수가 눈과 마음을 맑게 씻어주는 느낌이다. 총 5번의 휴식을 했었고 포인트마다 사진을 찍느라 시간도 꽤 걸렸다. 간단한 먹거리를 챙겨 호수를 보면서 요기를 하기도 했다. 야생동물이 많으니 초콜릿 등의 먹거리는 무조건 밀봉해 다시 가방 안에 넣는 기본 센스!


Valley of Five Lakes의 호수들은 여느 록키산맥의 호수와 조금은 다르게 초록색을 띤다. 빙하가 녹은 물이 아니라서일까. 그래서 하늘과 숲의 나무를 더욱 잘 반영한다. 사진을 조금 잘 찍는다면 신비로운 반영 샷으로 인생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띵동~ 빙하가 1m 녹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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짧지만 재미났던 재스퍼 탐방을 마치고 밴프에서 재스퍼로 올라갈 때 본 애서배스카 빙하를 갔다. 아이스필드 파크웨이 한 중간에 있어서 절대로 놓치기 어려운 빙하다. 마치 큰 협곡에서 쏟아지는 물 폭탄이 그대로 얼어붙은 듯한 모습이 인상적이다.


액티비티 상품으로 얼음 위에 올라가는 큰 차량에 탑승해도 좋지만 빙하 초입까지 직접 걸어가 보는 것을 더 추천한다. 이곳은 매년 수 m 씩 빙하가 녹아 땅이 드러나는 것을 표지석으로 표시했다. 아마 다음에 록키에 온다면 빙하는 크기가 더 줄었을 것이다.


말로만 들어선 체감이 잘 되지 않았으나 지구 온난화로 이 애서배스카 빙하가 녹아 생긴 거대한 호수를 보니 경각심을 갖게 되었다. 한 여름에도 냉방기보다 찬 기운을 내뿜는 이 빙하가 언젠가 분명 없어질 것이다. 우리가 할 일은 그 시기를 최대한 늦추는 것이라 생각한다.



재스퍼 국립공원에서 만난 동물 친구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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밴프에서와 달리 재스퍼로 거슬러 올라가니 엘크 사슴과 흑곰을 만나기 쉬웠다. 도로 위를 제 집처럼 걸어 다니는 사슴 때문에 가끔은 도로에 정체가 생기기도 했다. 하지만 시간에 쫓겨서 다니는 여행이 아니었기에 그 에피소드마저도 나와 J에겐 즐거운 해프닝이었다.


차량에 앉아서 창문 밖으로 고개를 내밀고 동물 사진을 찍는 것은 괜찮다. 하지만 관심을 끌겠다며 먹을 것을 던지거나 흑곰을 가까이서 본다며 차량에서 내리면 안 된다. 이 동물들이 아무리 사람에게 경계심이 없어 보여도 야생 동물은 야생 동물. 국립공원 패스를 구매하면 주는 가이드 팸플릿에 쓰여 있는 동물 별 안전거리를 숙지해 보자.



록키산맥 여행을 마치고 토론토로..

이상으로 나의 첫 로키산맥 여행기를 마치고자 한다. 시간에 따라 쓴 여행기가 아니라 조금은 뒤죽박죽일 것 같다. 우리는 약 8일간의 서부 여행을 마치고 국내선을 이용해 J의 마음속 고향, 토론토로 향했다. 내 인생의 버킷리스트 10개 중 하나를 달성하고 나면 미련이 없어질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이미 머릿속으론 다음 록키 방문 때 하고 싶은 위시리스트를 짜고 있는 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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